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친근한 소녀' 이미지의 탈피는 팝스타로서 롱런을 꿈꾸는 디즈니 걸들의 숙명이다. 저마다 방법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브리트니 스피어스부터 아리아나 그란데에 이르는 하이틴 스타의 태세전환은 역사가 깊다. 틴 팝 밴드 셀레나 고메즈 앤 더 씬(Selena Gomez and the Scene)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던 셀레나 고메즈도 < Stars Dance >로 시작된 홀로서기 시점부터 농익은 여인 이미지 구축에 주력했다. 동갑내기 마일리 사이러스가 극단적 충격 요법을 변신의 열쇠로 삼았다면, 그는 건강한 섹스어필로 동시대 소녀들의 워너비를 꿈꾼다.
전작 < Stars Dance >가 과도한 사운드 운용과 작위적 흐름으로 피로감을 안겼다면, 본 소포모어 앨범은 적당한 밀도와 탄력으로 집중도를 높였다. 일렉트로닉 댄스에 쏠려있던 초점도 래칫과 힙합, 미드템포 발라드 등으로 확장시키며 균형을 확보했고, 중, 저음역대에 특화된 보컬의 매력을 충분히 살린 프로듀싱은 그만의 확실한 개성을 확립했다. 온 몸에 기합이 들어간 듯 했던 과거에 비해 확실히 감각적이고 자연스럽다.
「Come & Get it」, 「The heart wants what it wants」의 설익은 보컬은 완전히 휘발됐다. 익살스러운 「Same old love」, 미니멀한 힙합 리듬에 맞춰 툭툭 내뱉는 「Good for you」에서는 곡을 여유롭게 지배하며 능숙하게 완급을 조절한다. 「Kill em with kindness」와 「Hands to myself」, 「Survivors」의 몽환, 야릇함과 「Sober」, 「Camouflage」의 진한 감정 표현도 모두 무르익은 그의 목소리에서 나왔다. 첫 솔로 앨범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숙련된 완성도다.
다소 산만한 트랙 배열이 몰입을 방해하지만 개별 트랙의 흡인력은 생생하다. 트렌디한 래칫 스타일 「Same old love」와 중독적인 후크로 섹스어필을 강조한 「Good for you」, 복고풍 디스코 리듬의 「Me & the rhythm」이 상당한 소구력을 갖췄다. 「Come & Get it」이 그랬듯 이국적 편곡으로 색다른 재미를 노린 「Body heat」, 「Me & my girls」는 샤키라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오랫동안 사랑받을만한 선율을 가진 「Sober」와 「Camouflage」, 「Rise」는 보컬리스트로의 성장 가능성을 드러낸다. 진정성 있는 자전적 가사로 성숙을 도모한 것 또한 인상 깊다.
셀레나 고메즈가 음악에 앞서 사생활과 패션 등으로 유명세를 얻는 사이, 마일리 사이러스는 파격의 극치로 독보적 영역을 꿰찼고 아리아나 그란데는 타고난 음색과 가창으로 차세대 디바 지위를 얻었다. 또래 가수들의 정진에 비하면 다소 늦어진 궤도 안착이지만 이 앨범으로 이룬 것은 많다. 디즈니와 밴드 활동 이후 뚜렷한 구심점 없이 흐트러져있던 이미지들을 취사선택했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목소리와 매끈한 팝으로 근사한 청사진을 만들었다. 하이틴 스타에서 뮤지션으로의 성공적인 부활(Revival)이다.
2015/11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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