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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한 노후를 보낸 정명공주,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하다

역사학자 신명호 교수가 말하는 진짜 정명공주 이야기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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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를 끝으로 정명공주 칼럼은 막을 내립니다. 지금까지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 재미난 정명공주 이야기는 <화정, 정명공주>에 담겨 있으니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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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시간을 지나 평안한 후반기를 살았던 정명공주

 

정명공주는 인조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36년을 더 살았다. 그 36년은 지난 47년간의 고난과 조심을 보상하듯 영광과 축복으로 가득했다. 인조 이후의 효종, 현종, 숙종은 정명공주에게 최고의 예우를 바쳤다. 이뿐이 아니었다. 83세까지 산 정명공주는 조선시대 공주들 중에서는 가장 장수한 공주였다. 또한 7남 1녀의 많은 자녀들을 두었으며 그 자녀들과 후손들이 크게 영달하였다는 점에서도 오복(五福)을 두루 누린 공주로 칭송받았다. 예컨대 우암 송시열은 ‘정명공주묘지(貞明公主墓誌)’에서 ‘공주는 부인의 존귀함으로 겸손하고 공손하며 어질고 후덕하여오복을 향유하였다’고 극찬했다.

 

정명공주가 말년에 큰 복을 받고 또 그 자손들까지 큰 복을 받은 것은 송시열의 언급대로 ‘겸손하고 공손하며 어질고 후덕하여’서였다. 정명공주는 어렵고 힘든 세월 속에서 ‘겸손하고 공손하며 어질고 후덕하게’ 사는 것이 목숨을 부지하는 길이며 나아가 복 받는 길임을 깨닫고 실천했던 것이다. 이런 정명공주의 일생을 송시열은 이렇게 묘사했다.

 

“선조 35년에 주상이 말씀하시기를, ‘왕비 자리는 오래 비워둘 수 없다’ 하셨다. 이에 우리 인목대비께서 간택에 응해 선발되셨다. 다음해 계묘년에 정명공주를 탄생하시고, 또 왕비 되신지 4년 만에 영창대군을 탄생하셨다. 선조가 승하하시자, 간신들이 후계 왕을 선동하여 영창대군을 죽이고, 대비의 친정아버지 김제남을 사사하였다. 이어서 인목대비를 서궁에 유폐하여 조정의 예의를 모두 폐지하였다. 당시 공주는 겨우 10여 살이었는데 대비를 모시면서 곤궁한 상황에서도 정성과 효도를 다하셨다. 대비가 늘 자진하시고자 하다가도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 때문에 차마 죽지 못한다’하셨다.


1623년 3월 13일, 인조대왕이 충의 신하들과 더불어 서궁에 가서 대비를 모시고 창덕궁으로 가 대왕대비의 호를 올렸다. 이에 인목대왕대비는 광해군을 폐위하라 명령하셨다. 공주가 그대 나이 21살이었다. 주상은 인목대비의 명령을 받들어 여러 명문대가에서 부마를 골랐다. 당시 홍주원이 여러 자제 중에서도 홀로 뛰어나셨다. 홍주원의 할아버지는 대사헌 홍이상이고, 할아버지는 참판 홍진으로서 월사 이정구가 그 외할아버지이시다. 그해 12월 11일에 혼례가 이루어져 홍주원에게 영안위라는 칭호가 하사되었다. 살림집이 안궁방에 있었는데 공주는 이미 출합하고도 오히려 대비를 떠나지 못했다. 대비가 가라고 한 후에야 억지로 나가셨다. 그때 인목대비는 비록 온 나라의 봉양을 받으셨지만, 친정의 참화를 생각하시고 늘 슬퍼하셨다. 오직 정명공주가 대비를 측은히 여겼고, 인조 또한 대비의 뜻을 극진히 받들어 공주의 집과 복장을 몹시 넉넉하게 하였다.

 

공주는 스스로 억제하였고 성품 또한 사치를 기뻐하지 않았다. 늘 말하기를, ‘선왕의 검소한 덕을 내가 직접 보았노라’ 하셨다. 무릇 궁에서 하사품이 있으면 여러 옹주의 가난을 생각하고 말하기를, ‘적은 것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무릇 친척 중에 가난한 자가 있으면 친소를 따지지 않고 성심을 다해 도왔으며 고아나 과부가 있으면 더 도왔다. 그러므로 모든 친척이 말하기를, ‘나에게 덕을 베푸셨다’ 하였다. 공주가 홍씨의 제사를 올릴 때면 직접 제물을 잡고 예를 다하여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홍씨의 친척 중에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공주는 직접 길쌈질을 하여 서궁 유폐 때와 다름이 없었다. 여러 아들들이 과거에 연이어 합격하자 집안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번성하고 가득 차는 것이 두렵다’ 하였다. 영안위 홍주원은 ‘무하(無何)’ 라고 스스로 호를 삼았는데, 무하공은 사람들을 사랑하여 집에 사람이 늘 가득했다. 공주는 마음을 다해 대접하고 친소나 귀천으로 차별하지 않았으니, 부귀를 보존하는 방도가 안팎으로 구비되었다. (하략)”

 

- 송시열, 정명공주묘지 중에서

 

 


정명공주,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하다


세상을 떠난 정명공주는 영안위 홍주원의 무덤에 합장되었다.


영안위는 공주보다 13년 전인 1672년(현종 13) 9월 14일에 세상을 떠났고 개성 남면 조강리(祖江里)에 묻혔다. 그때 영안위의 묘비글 즉, ‘신도비명(神道碑銘)’을 송시열이 썼는데, 정명공주의 묘지명 역시 송시열이 썼다.


정명공주의 죽음에 대하여 《숙종실록》 16권 1685년 8월 10일자 기사에는 ‘공주가 졸(卒) 하였다. 공주는 선조대왕의 딸로서 인목대비가 낳았다. 어려서 인목대비를 따라 서궁에 유폐되었지만, 인조가 반정한후 영안위 홍주원에게 시집가 자손의 영달과 번창을 누리고 80살 넘도록 장수한 후 죽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이 짧은 기록에 정명공주의 파란만장한 삶이 압축되어 있다. 고귀한 공주의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그 고귀한 신분 때문에 환난을 두루 겼어야 했던 정명공주! 그리고 40살 가까이 되어서야 ‘타고난 운명에는 더디고 빠름이 있음’을 깨달은 후 자손의 영달과 번창 그리고 80살 넘는 장수를 누리게 되는 정명공주!

 

 이런 정명공주의 인생은 서정주 시인이 노래한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을 닮았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듯, 원숙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명공주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고통스러웠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듯, 원숙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인조 연간의 정명공주는 또 그렇게 위태위태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처럼, 사바세계의 환난을 두루 겪은 후 ‘타고난 운명에는 더디고 빠름이 있음’을 깨닫게 되는 정명공주의 굴곡진 인생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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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공주의 친필.


<10회를 끝으로 정명공주 칼럼은 막을 내립니다. 지금까지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 재미난 정명공주 이야기는 『화정, 정명공주』에 담겨 있으니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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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정명공주신명호 저 | 생각정거장
요즘 드라마 〈화정〉으로 인해 17세기 조선왕실의 역사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당대 여성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될 만큼 뛰어난 필체로 남자보다 더 기개 있는 작품을 후대에 남긴 정명공주. 파란만장한 그녀의 일대기를 통해 17세기 혼란의 조선, 궐에서 일어난 음모와 암투의 역사를 살펴보고 어떻게 위기를 이겨냈는지 역사 속 이야기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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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명호

1965년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농사꾼 아들로 태어났다. 역사를 특히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역사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강원대학교 사학과에서 한국사를 공부했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조선시대 왕실사를 전공하여 『조선초기 왕실편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선임연구원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를 거쳐 현재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화정, 정명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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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드라마 〈화정〉의 실제 역사 이야기를 만난다! 요즘 드라마 〈화정〉으로 인해 17세기 조선왕실의 역사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역사의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던 정명공주 또한 드라마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재조명을 받고 있다. 광해군에 의해 8살 동생인 영창대군을 잃고 모친 인목왕후와 함께 강등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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