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깨진 그릇을 티 나게 붙이는 일본 예술,

Death Cab For Cutie , 〈Kintsugi〉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깨진 그릇을 티 나게 붙이는 일본 예술, < Kintsugi >가 앨범 제목이라면 수록곡들은 어떤 음악일까요?

3.jpg

 

차분하게 내려앉은 사운드가 먼저 들어온다. 본래 활기로 가득한 밴드는 아니었지만 확연한 톤 다운이다. 1970년대 요트 록 (소프트 록)과 뉴웨이브의 향수를 머금은 기타 팝은 어딘가 쓸쓸함을 품고 있다. 인디로부터 메이저 성공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데스 캡 포 큐티는 < Kintsugi >로 조용한 재정비를 꿈꾼다.

 

쓸쓸하면서도 덤덤한 분위기는 밴드의 핵심을 이루는 벤 기바드와 크리스 왈라 콤비의 해체 탓이다. 조이 디샤넬과 결별한 리더, 팀을 떠나기로 한 기타리스트의 멜로디는 언제나 귀에 잘 들어오지만 본작에서는 침잠한다. 바다 건너 먼 이별의 과정을 겪는 「Little wanderer」와 낮게 읊조리는 「You've haunted me all my life」의 애절함부터 「El dorado」의 후회와 복기를 다짐하는 「Binary sea」까지, 서사가 잔잔한 물결처럼 흐른다.

 

분위기를 십분 투영하는 기존 문법에는 약간의 시도가 더 해졌다. 다운템포로 낮게 읊조리는 「Black sun」은 「Little wanderer」와 「Ingenue」로 이어지는 밴드의 기타 팝을 대표한다. 「The ghosts of beverly drive」나 「Good help (is so hard to find)」처럼 신경질적으로 귀를 긁는 신경질적인 기타 리프를 앞세운 트랙은 포스트 펑크, 개러지로 내려오는 인디 문법 내에서 선명한 멜로디를 가졌다. 뉴웨이브의 뿌연 사운드 안개로부터 명징한 울림을 전개하는 「Everything's a ceiling」도 묘한 중독을 품었다. 인디 록의 범주에서 운용할 수 있는 대부분 사운드가 오밀조밀 잘 자리를 잡았다.

 

< Transatlanticism > 이래로 차례차례 마니아를 넘어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린 데스 캡 포 큐티는 위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지나간 일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는 있지만, 다시금 묵묵히 길을 찾아 나선다. 깨진 도기를 송진으로 메우며 결함을 애써 숨기지 않는 일본 전통 예술 '킨츄기'의 의미가 다가온다.

 

2015/04 김도헌(zener1218@gmail.com)

 

 

 

 

 

 

[관련 기사]

- EDM 기대주, 마데온 〈Adventure〉〈 Moonbow 〉
- 팝 스타의 발견, 에밀 헤이니(Emile Haynie) < We Fall > 
- 늑대가 나타났다, 산이〈양치기 소년〉 
- 귀를 잡아 끄는 멜로디, 워터스 〈What's real〉
- 나비로의 비상, 링고스타 〈 Postcards From Paradise〉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Death Cab for Cutie - Kintsugi

<Death Cab for Cutie>18,900원(19% + 1%)

영화 "트와일라잇: 뉴문" 의 사운드트랙 ‘Meet Me On A Equinox’ 로 대중에게 한 걸음 다가간 인디 록 밴드 데스 캡 포 큐티의 2015년 신작. 실험적인 사운드로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온 그들의 4년 만의 신작은 이전 어느 앨범 보다 더욱 깊어지고 정교해진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방매..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김기태라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장르

2024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 김기태 소설가의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등 작품성을 입증받은 그가 비관과 희망의 느슨한 사이에서 2020년대 세태의 윤리와 사랑, 개인과 사회를 세심하게 풀어냈다. 오늘날의 한국소설을 말할 때, 항상 거론될 이름과 작품들을 만나보시길.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율의 시선』은 주인공 안율의 시선을 따라간다. 인간 관계는 수단이자 전략이라며 늘 땅만 보고 걷던 율이 '진짜 친구'의 눈을 바라보기까지. 율의 성장은 외로웠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진심으로 안아주는 데서 시작한다.

돈 없는 대한민국의 초상

GDP 10위권, 1인당 GDP는 3만 달러가 넘는 대한민국에 돈이 없다고? 사실이다. 돈이 없어 안정된 주거를 누리지 못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누구 탓일까? 우리가 만들어온 구조다. 수도권 집중, 낮은 노동 생산성, 능력주의를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선진국에 비해 유독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왜 대한민국 식당의 절반은 3년 안에 폐업할까? 잘 되는 가게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장사 콘텐츠 조회수 1위 유튜버 장사 권프로가 알려주는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장사의 기본부터 실천법까지 저자만의 장사 노하우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