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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움과 한계 사이, 브라이언 윌슨 〈No Pier Pressure〉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 〈No Pier Pressure〉
애석하게도 자기 자신을 파괴해버릴 정도로 창작에 매진했던 브라이언 윌슨은 약 30년에 달하는 독자 이력에서는 그리 큰 인상을 남기지 못 해왔다. < No Pier Pressure >의 한계와 솔로 커리어에서의 한계는 같은 지점을 공유한다.
'딱정벌레'로서 이미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적한 사나이가 올해 드디어 먼저 간 동생들과 어깨를 맞댄다. 낮은 자리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왔기에 남다르다. < Postcards From Paradise >, 천국에서 레논과 해리슨이 보낸 편지는 그래서 더 따뜻한가보다. 벌써 18집, 너무 응고되어 이제 굳어버릴 것만 같던 딱정벌레의 껍질을 벗고, 나비로서 비상한다.
첫 곡 「Rory and the hurricanes」, 음악생활의 시작점인 밴드부터 마지막 「Let love lead」, 박애적 사랑을 설파하는 전도사로 활동하는 요즘까지, 쉴 틈 없이 달려온 반(半)세기를 반추한다. 앨범의 배열 상 초중반에 위치한 「Postcards from paradise」가 하이라이트, 전설 비틀스의 여러 히트송을 이어 붙여 엮은 가사로 스테이지 맨 뒤에서 덜 주목받은, 때로 냉대당하고 동료에게마저 멸시받은 세월들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치환시킨다. 시대의 천재 비틀스 멤버들이 활약할 스케치북을 조용히 제공한 그이기에, 사랑담긴 편안함은 일종의 여유다.
듣기 즐거운 앨범은 '친구들의 도움'없인 만들어질 수 없었다. 올스타 밴드(All-Starr band) 대신 분야의 귀재들을 모았다. 따뜻한 기타 톤의 오른팔 토드 룬드그렌(Todd Rundgren)이 분위기를 주조하고, 최고 퓨전재즈밴드 포 플레이(Four Play)의 베이시스트 나단 이스트(Nathan East)가 두툼하게 깔리는 베이스로 보조한다. 리듬 앤 블루스 보컬의 원로 리차드 막스(Richard Marx)가 피처링한 「Right side of the road」는 상쾌한 레게 리듬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명품조연배우다.
그래도 링고 스타 자신의 앨범이기에, 드럼이나 목소리나 자기가 주인공. 50년 전 「Don't pass me by」,「Octopus's garden」을 부를 때나, 오늘날 「You bring the party down」, 「Island in the sun」을 부를 때나, 자신감 있게 특유의 귀여운 목소리로 흥얼거리는 옆집 오빠 같은 일상적 노랫소리에 애호가들 긴장의 끈은 풀린다. 「Confirmation」은 심지어 저음에서 소울풀한 애드립까지 선보여 웃음기 섞인 경탄을 유발한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지만 내실 있고 자랑스러운 '링고 스타 정신'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열심히 만들었고 작품성도 뛰어나지만, 「Photograph」, 「Oh my my」가 실린 3집 < Ringo >만큼의 흥행성적을 바라는 건 명백한 욕심이다. 상업적 음악이 지배하는 빌보드, UK차트에 명함을 내밀지도 못했다. 하지만 1940년생 한국나이 76세 음악인이 2년마다 개근하듯 앨범을 발표하고, 이를 기다리던 팬들이 줄을 서서 노래를 듣는 것은 시대의 축복이며 역사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
2015/04 이기찬(Geechan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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