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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보다 더 뛰어난 리메이크 -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 장혜진, 셰릴 크로우(Sheryl Crow)
독특한 시선으로 재해석한 팝과 가요의 명곡들 -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 장혜진, 셰릴 크로우(Sheryl Crow)
독특한 시선으로 재해석한 팝과 가요의 명곡들 -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 장혜진, 셰릴 크로우(Sheryl Crow)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
참으로 기발한 앨범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가수들이 미국의 노래들(American Songbook)을 재창해왔지만, 이번 신보는 그 시도에 결정타를 날릴 것이다. 과거의 명성에 기대어 잘 고른 레퍼토리나 다시 부른 상투적 평작이 아니다. 타이틀에 나타나 있듯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은 거슈인의 명곡들을 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재창조해 커버앨범을 진정 특별한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1960년대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를 이끌며 미국 팝을 리빌딩한 브라이언 윌슨의 신선한 팝 감각은 본 작에서도 여전하다. 전매특허인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과 보컬 하모니는 미국음악 레전드인 조지 거슈인(George Gershwin)의 음악에 또 한 번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했다. 원곡이 지닌 특유의 멜로디와 무게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드라마틱한 편곡과 이를 떠받히는 화음을 첨가해 전혀 새로운 거슈인 노래집을 완성한 것이다.
시작을 여는 「Rhapsody in blue (Intro)」부터 평범하지 않다. 박진감 넘치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즉흥 연주로 클래식과 재즈의 영역을 허물었던 대표적인 곡이 인간의 목소리를 만나 더 극적인 곡으로 변모했다. 엔야(Enya)가 그랬듯, 이 곡에서 브라이언은 두터운 하모니의 각 파트를 홀로 녹음한 뒤 합쳐 마감처리 했고, 그 결과 보컬로는 해석이 흔치 않았던 곡은 그야말로 재창조되었다.
거슈인 음악 재단의 협조를 얻어 100여 곡에 달하는 거슈인의 미완성곡과 마주하게 된 것도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미완의 작품에 브라이언 윌슨이 가사를 붙여 완성한 곡이 첫 싱글 「The like in I love you」와 「Nothing But Love」. 에코를 더한 보컬과 풍성한 악기 쓰임, 하모니의 조화는 듣는 이로 하여금 아련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스산하면서도 절절한 목소리로 소화해낸 오페라 < 포기 앤 베스(Porgy and Bess) >의 주요곡 「Summertime」과 「I loves you, Porgy」를 비롯해 두왑(Doo-Wop) 스타일로 흥겹게 꾸려낸 고전 「They can't take that away from me」, 오르간 연주로 차별화를 꾀한 「Someone to watch over me」 등 수록곡 전반에 걸쳐 브라이언 윌슨은 듣는 이에게 재배열과 재해석의 전형을 제시한다.
판에 박힌 선곡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치장해 내놓았던 다른 가수들의 기존 작들과 비교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보컬 뿐 만 아니라 음악적인 면에서도 자기 스타일을 녹여내 완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50년 전 비틀즈에 대항해 미국 팝을 지켜냈던 이 천재의 재능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다. 이 작품이 확실한 증거다.
글 /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장혜진 <가려진 시간 사이로> (2010)
가을바람에 실려 온 추억의 메아리. 1990년대 감성의 재조명이란 포부를 내세우며 아이돌에 편중된 가요시장을 향해 반기를 든 이번 앨범은 윤상, 김현철, 김민종 등 가요계에 일가를 이룬 가수들의 노래를 환생시켰다.
사업적 판단으로 생산되는 리메이크 앨범은 도전을 기피하고 안정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몇몇 히트곡을 포장만 바꿔 재출시하는 경향이 이를 대변하지만 데뷔 20년 만에 장혜진의 첫 '다시 부르기'는 과감하다. 남성 뮤지션의 발라드 곡만을 골라 묶어 성(性)역을 극복하는 대담함을 보인다.
< 가려진 시간 사이로 >는 원곡을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자신의 색채를 덧씌웠다. 최근작인 「한 남자」는 절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오리지널의 기억을 밀어내는 역전이 일어나고, 「왜」는 후반에 몰아치는 폭발적인 가창력이 원곡의 웅장한 스트링을 대체한다.
힘 있는 보이스가 바탕이 되는 곡들과 달리, 「가려진 시간 사이로」는 윤상 특유의 흐릿함 속에 은폐된 예민한 감수성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재해석의 차원에서 템포에 변화를 주고 신디사이저의 지배로부터 밴드 사운드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지만 원곡의 아우라를 이탈하지 않는다.
「끝난 건가요」와 「비 오는 거리」는 돌아서는 뒤를 붙잡는 듯 호흡 조절이 인상적이고 이성렬, 이태윤, 강수호 등 유명 세션들과 작업한 만큼 세련된 기교를 선보이고 있다.
자작곡에 대한 갈망이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장혜진은 잘 해도 본전인 리메이크 앨범을 내놓으며 잔잔한 쉼터를 마련하고자 했다. 다양성 확보라는 시대적 울림에 파장을 일으키기에는 추진력이 부족한 감이 있지만 1990년대로부터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시절의 음악적 환영을 되살리려는 의지가 가요계의 일률적인 유행에 균열을 가한다.
글 / 임도빈(do3355@hanmail.net)
셰릴 크로우(Sheryl Crow) <100 Miles From Memphis> (2010)
발매 첫 주에 빌보드 앨범 차트 3위라는 기록은 나쁘지 않다. 런칭 싱글 「Summer day」가 록 차트 중위권에서 전진을 멈췄지만 그에게 함량 미달의 음반이 없었다는 심리적 안도감은 셰릴 크로우(Sheryl Crow)의 7번째 스튜디오 작품에도 변함없이 적용됐다.
이번에는 블루스로 호흡하는 1960, 1970년대의 소울이다. '멤피스에서 100 마일'이라는 제목만으로 이번 음반이 컨트리와 블루스, 소울의 삼각주 안에서 자신의 감각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음을 설파한다. 진득한 소울, 블루스 앨범이지만 어둡지 않고 경쾌한 팝 음악을 담았으되 경박스럽지 않다. 셰릴 크로우의 < 100 Miles From Memphis >는 백인 여가수, 음반 타이틀에 멤피스가 있다는 점에서 영국 화이트 소울의 대가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의 걸작과 영광스런 비교 대상으로 그 지위가 격상된다.
이번 앨범은 흑인 음악을 수용하고 있지만 백인 가수들에 의해 걸러진 소울과 리듬 앤 블루스를 수록하고 있다. 스펜서 데이비스 그룹(Spencer Davis Group) 스타일의 「Peaceful feeling」과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의 키스 리차즈(Keith Richards)가 참여해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I shot the sheriff」를 끄집어내는 신선한 레게 넘버 「Eye to eye」가 그 증표다.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와 함께 흑인 싱어송라이터 테렌스 트렌트 다비(Terence Trent D'arby)의 1988년도 탑 텐 싱글 「Sign your name」의 재활과 인디 록 아티스트 시티즌 코프(Citizen Cope)가 2004년에 발표한 「Sideways」의 부활 역시 같은 맥락으로 작용한다. 여유로운 관록이 배어 있는 「Long way home」과 「Our love is fading」은 소울과 블루스의 역사성이 잔존하나 「Say what you want」와 「Sideways」에는 모던한 현대를 품고 있다.
자신의 영웅이자 1980년대 마이클 잭슨의 공연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그는 잭슨 5(Jackson 5)의 「I want you back」을 훼손하지 않고 원전과 거의 동일하게 되살려냄으로써 마이클에 대한 무한대의 존경과 깊은 애정을 표했다.
2000년대 후반에 밀물처럼 몰려온 영국의 빈티지 소울에 자극받은 셰릴 크로우는 < 100 Miles From Memphis >에서 '미국의 소리'를 들려주며 주도권 경쟁에서 고지를 재탈환하고자 했다. 그에게는 팝음악의 역전 상황에 순응하지 않으려는 후련한 고집이 있다.
글 / 소승근(gicsucks@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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