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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만난 <두근두근 내 인생>, 아름이가 반갑다

나이는 열일 곱, 몸은 팔십인 어떤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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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하지마.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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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림으로 가득한, 열일곱 살의 인생

 

17살은 부모가 되기에도 죽음을 맞이하기에도 너무나 어린 나이다. ‘적당’하다는 기준은 상대적이긴 하나, 적어도 17살의 나이에 그 모든 것을 감내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 그런 17살에 이미 모든 것을 겪은 한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17살 너무도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대수와 미라. 하고 싶은 거 많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은 두 사람이지만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부모라는 이름을 택한다. 그리고 또 다른 17살, 두 사람의 소중한 아들 아름이는 너무도 어린 그 나이에 죽음을 준비한다. 선천성 조로증을 앓아 이미 80대 노인의 얼굴과 몸을 가진 아름이는 남들의 한 시간을 하루 같이 보내고, 남들의 한 달을 1년 같이 보낸다.

 

이미 80대 노인의 신체를 가진 아름이에겐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 죽음이 가까이 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애늙은이 소년은 천천히 떠날 준비를 한다. 어린 나이부터 병을 앓아온 탓에 아름이는 또래에 비해 성숙하고 속이 깊다. 걱정하는 부모를 위로하고, 자신과 같은 나이에 부모가 된 부모를 떠올리며 “부모가 되는 게 어떤 기분일까”를 생각하는 열일곱 살의 아이. 담담하게 웃으며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정리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은 소설가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원작으로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기발하고 참신한 문장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그려나간다. 책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아름이는 아프고 병약한 소년이 아닌, 싱그럽고 씩씩한 열일곱 살이다. 자신의 가슴을 두근두근 하게 하는 것들을 찾아내고 그 두근거림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밝고 따뜻한 소년.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만나는 아름이 역시 밝고 따뜻하다. 게다가 첫 사랑에 부끄러워하는 영락없는 열일곱 살의 소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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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만의 매력

 

『두근두근 내 인생』은 원작의 탄탄한 작품성을 바탕으로 2014년엔 영화로 개봉되기도 했다. 연극 소식을 듣고 원작을 읽은 독자,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또?”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은 원작 소설과 동명의 영화와는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가장 연극적인 색을 입은 채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연극 무대만이 전달할 수 있는 감성을 갖고 관객에게 또 다른 감동을 전달한다.

 

영화가 소설과 다르게 부모인 대수와 미라, 그 주변인들의 ‘관계’에 대해 집중했다면 연극은 원작의 내용과 흐름을 충실히 따라간다. 그리고 그 흐름 곳곳에 연극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요소들을 심어 넣었다. 대수와 미라가 만나게 되고, 시간이 흘러 17년 후의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은 빠른 호흡으로 전개된다.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러운 장면의 전환으로 보여주어 극의 초반 관객들의 집중력을 높인다. 전체적인 무대 디자인은 동화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꽃을 핀 동산의 모습이나, 아름이가 서하와 편지를 주고받을 때 등장하는 장난감 기차는 극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든다. 슬픔을 부각시키지 않고, 열일곱 살 아름이가 가지는 그 나이대의 싱그러운 감성을 더욱 부각시켜 표현해준다. 이러한 요소로 인해 관객들은 열일곱 아름이의 감성에 공감하다가도,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이가 처한 현실에 대해 더 큰 슬픔을 느끼게 된다.

 

원작과 같이 연극은 아름이에게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극의 화자로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 역시 아름이다. 소설의 긴 호흡대로 말하기 힘들다는 제약은 래퍼가 등장해 해결한다. 짧은 시간 내 효과적인 전달을 위한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만의 특별한 장치이다. 래퍼는 ‘만약 병을 앓지 않았다면 17세의 아름이가 저랬겠지‘라는 느낌을 전해준다. 곧, 래퍼는 아름이의 욕망이 투영 된 자아라고 할 수 있다. 랩이나 노래를 통해 전달되는 감정 역시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연극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자칫 지나치게 과장된 장면들이 때론 감정몰입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원작의 감동을 배가 시키고, ‘삶’에 대해 통찰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원작에서 그려진 아름이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재현시킨다. 연극이 끝나고 기억에 남는 것은 아프고 불쌍한 아름이가 아니라, 또래와 다를 것 없던 씩씩한 열일곱 살의 소년이다. 자신의 가슴을 두근두근 거리게 하는 것들에 설레 하며 미소 짓던 소년. 그래서 더 가슴이 오래도록 저려오지만, 아름이와의 만남은 결코 먹먹한 슬픔만 남기지 않는다.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은>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5월 25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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