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지금 먹으러 갑니다
현지인들이 찾는 맛집
귀한 시간을 쪼개 여행을 떠나면, 한 끼도 아무거나 먹을 순 없다. 그러나 식당에 앉아 둘러보면 모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외국인들뿐.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은 곳에서 만든 나만의 맛 이야기는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귀한 시간을 쪼개 여행을 떠나면, 한 끼도 아무거나 먹을 순 없다. 먹는 건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행위 중에 가장 본능에 가깝다. 평소에 접할 수 없던 맛을 느낄 때 순수하게 기쁘다. 그러나 식당에 앉아 둘러보면 모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외국인들뿐.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은 곳에서 만든 나만의 맛 이야기는 특별한 추억이 된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 브라우저가 자동으로 번역을 해주기도 하고, 지도에 주소만 붙여넣으면 찾아가는 교통편까지 검색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제부턴, 관광객만 가는 식당은 지양하고 현지인의 입맛을 체험해 보자.
홋카이도의 맛집을 소개하려 한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소개하는 곳 대부분은 가이드북이나 블로그에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당신의 입맛과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나에게만 특별했던 어떤 식당과의 인연일 수도 있다. 이 주제를 정한 건, 먹는 걸 좋아하는 천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채널예스를 찾아와 칼럼을 클릭한 뒤 여행 섹션으로 들어와, ‘홋카이도의 수다’를 찾아준 누군가를 위한 작은 선물이다.(연재가 벌써 일 년을 넘었다) 그런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내 비루한 이야기를 읽어주는 분들이 언젠가 홋카이도의 진짜 맛을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홋카이도의 수다를 읽는 당신은 사소한 일상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일 거다. 또한, 삶의 한편에서 여유와 낭만을 찾아 삶을 여행처럼, 여행을 삶처럼 사는 사람일 거라 믿는다. 그렇게 나와 닮았을 당신들에게 일 년 동안 모아 둔 보물 주머니를 풀어 본다.
스시 - 토리통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홋카이도의 스시를 으뜸으로 꼽는다. 철마다 오호츠크와 태평양에서 잡히는 네타(스시에 올리는 재료)를 산지직송으로 맛볼 수 있다. 그만큼 스시를 취급하는 식당도 많다. 100엔 회전초밥부터 1인당 2만 엔이 넘는 코스 레스토랑까지 다양하다. ‘토리통’을 추천한다. 회전초밥이지만 어떤 최고급 레스토랑과 견주어도 지지 않을 실한 재료를 쓴다. 일본 사람들은 컨베이어 벨트 위를 돌고 있는 스시는 웬만해선 집어 들지 않는다. 대신 주문표에 원하는 스시를 적어 주방에 건넨다. 바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신선하고, 벨트 위에 없는 좋은 네타를 먹을 수 있다. 자리에 앉으면 직원이 오늘의 추천 메뉴를 알려준다. 봄철 가리비(호타테, Hotate), 여름 성게(우니, Uni)와 오징어(Ika), 가을 꽁치(산마, Sanma)와 연어(Salmon), 겨울 방어(부리. Buri)는 우리가 알던 그 맛이 아니다. 전혀 비리지 않고 입안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 외국어 메뉴를 요청해서 주문표에 영어로 적어도 무방하다. 토리통에서는 홋카이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보탄새우(Button ebi)를 손바닥만한 크기로만 골라 스시로 만든다. 이 밖에도 참치 뱃살인 오토로(Otoro)와 연어(Otoro salmon) 등을 추천한다. 니시28초메 역에서 7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대기가 길어 일찍 찾아가는 게 좋다.
라멘 - 우레시, 토라노코, 카이조쿠센
삿포로 라멘은 미소 된장을 베이스로 한 국물에 꼬들꼬들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우레시’는 개업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입소문으로 작은 가게가 새벽까지 북적인다. 해산물을 우려낸 시원한 국물에 원하는 면을 고르면(쫄깃한 면과 부드러운 면) 언제나 예의 바른 주인 아저씨가 한 그릇씩 정성스럽게 만들어 카운터로 건네 준다. 대부분 고기 국물인 다른 삿포로 라멘과 달리 느끼하거나 과하게 짜지 않다. ‘토라노코‘는 먹고 바로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꽤 까칠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인이 대놓고 눈치를 준다. 우리나라 욕쟁이 할머니네 같다. 매콤한 향신료와 쫄깃한 면발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라멘을 먹고 나면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다. 두 가게 모두 마루야마공원 역에서 멀지 않다. 바닷가 마을 제니바코는 삿포로에서 열차로 30분이 걸린다. 조그마한 역사 앞에 있는 ‘카이조쿠센’에서는 해산물을 듬뿍 얹은 맑은 국물의 소금라멘이 단돈 700엔이다.
우레시(嬉): 삿포로시 중앙구 오도리 서23-1-16 (札幌市中央?大通西23-1-16)
토라노코(寅乃虎): 삿포로시 중앙구 남5 서24-3-7 (札幌市中央?南5?西24丁目3-7)
카이조쿠센(海賊船): 오타루시 제니바코 2-2-4 (小樽市?函2-2-4)
우동 - 테라야
수타 우동 ‘테라야’에선 여름엔 냉우동을, 겨울엔 뜨거운 냄비우동을 맛보길 추천한다. 장인이 손으로 쳐서 뽑아낸 우동은 긴 여운을 남긴다. 짭쪼름한 간장과 탱글탱글한 면발의 기운이 입안에 오래도록 남는다. 국물이 우리 입맛엔 조금 짜지만, 삿포로에서 가장 잘나가는 우동 집이다. 여러 종류의 일본식 오뎅도 별도로 주문할 수 있다. ‘야마노테’라는 중산층 주택가에 있어, 식후 조용한 골목길을 거닐며 일본인들의 평범한 동네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수타 우동 테라야(手打ちうどん寺屋): 삿포로시 서구 야마노테 3-6-1-10 (札幌市西?山の手3?6-1-10)
부타동 - 톤다, 포르코
양념 돼지 고기를 올린 덮밥을 부타동이라고 한다. 본고장은 오비히로다. 오비히로 역 앞의 원조 가게는 외국인들이 긴 대기 행렬을 만들고 있지만 맛은 그냥 그렇다. 대신 ‘톤다’를 가장 으뜸으로 꼽고 싶다. 두툼한 살코기에 달고 진한 간장 소스가 고슬고슬한 흰 밥 위에 올려져 있다. 또한 남쪽의 항구도시 하코다테에 있는 ‘포르코’를 추천한다. 해산물을 파는 아침 시장 한 켠에서 조금 생뚱맞게 고기 굽는 연기를 내고 있다. 소스가 진하고 양이 많다. 기차에서 먹을 수 있도록 도시락으로 포장도 가능하다.
톤다: 오비히로시 동6 남16-3(??市東6南16-3)
포르코: 하코다테 아침시장 (函館市若松町11-10)
스프카레 - 가라쿠, 수아게플러스, 소울스토어
홋카이도 사람들의 소울푸드는 단연 스프카레다. 뚝배기 그릇에 한가득 국물이 있고, 속엔 큼직하게 썬 고기와 야채가 가득하다. 카레라이스 보다는 감자탕에 가까운 맛이다. 속이 뻥 뚫리는 육수에 양도 꽤 많다. 숙취해소에도 제격인 홋카이도만의 건강식이다. 가게마다 육수와 재료가 각기 달라 기회가 있다면 다양한 스프카레를 맛보길 권한다. ‘가라쿠’와 ‘수아게플러스’는 관광객도 많지만,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시내를 벗어나 근대미술관 앞에 있는 ‘소울스토어’는 우엉을 통째로 튀겨 넣어주는데 먹고 나면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토카치 와규 햄버거 - 우디벨, 라나
홋카이도에서 먹은 가장 맛있는 수제 햄버거는 토카치 지역의 시골 동네 아쇼로에 있는 ‘우디벨’이었다. 동쪽 끝자락에 있는 호수 아칸코와 온네토를 다녀오는 길에 들렀는데, 그때 함께 했던 일행 모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비결은 토카치산 와규와 치즈에 있다. 베이컨과 계란을 추가로 올리면 입을 벌려도 한입에 넣기 어렵다. 미국식 버거와는 다르게 담백하고 고소하다. 삿포로에선 ‘라나’를 추천한다. 역시 토카치산 와규를 사용하며, 햄버거 외에도 휘핑 크림이 듬뿍 올려진 핫케이크도 있다.
디저트 - 팬케이크, 케이크, 초콜릿, 젠자이, 위스키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빼놓을 수 없다. ‘마루야마팬케이크’는 두툼한 생지 속에 리코타 치즈를 넣어 굽는다. (쓰는 와중에 침이 꿀꺽 넘어간다.) 과일과 야채 등을 곁들인 접시가 알록달록 예쁘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만큼 느끼하지 않고 부드러운 치즈 팬케이크다. ‘SHIIYA’는 일본 맛집 사이트인 ‘타베로그’에서 삿포로 케이크 1위를 차지한 가게다. 피스타치오 크림 위에 딸기를 얹은 타르트가 참 맛있었다. ‘보노보노’는 치즈케이크 전문점이다. 바나나, 단호박 등 재료의 맛을 살린 순수한 치즈 케이크만 판매하는 고집 있는 곳이다. 다음 소개할 가게는 초콜릿 전문점이다. 가게에 들어서자 마자 진한 초콜릿 향기가 몸과 마음을 녹인다. ‘Le Petit Boule Chocolatier‘라는 아주 어려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사토 커피’에 가면 원목으로 된 커다란 테이블과 복고풍 스피커에서 울리는 재즈 선율이 있다. 도자기 잔에 담아주는 짙은 커피에 구운 치즈케이크나 레어치즈가 잘 어울린다. ‘마루야마사료’는 구석진 곳에 숨어 있어 간판과 입구를 찾기가 조금 어렵다. 팥고물로 만든 젠자이를 먹고 거품 낸 마차를 마시고 있으면 어디선가 카페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다가온다. 녀석은 빈자리에 앉아 졸기도 하고 문 앞에서 손님을 맞이하기도 한다. 삐걱대는 목조 건물과 침침한 조명이 어우러져 일본 만화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밀크무라’는 환락의 거리 스스키노에서 밤에만 문을 연다. 소프트아이스크림 위에 원하는 위스키를 골라 뿌려 먹을 수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가게에서 은은한 취기와 함께 달콤함을 즐길 수 있다.
마루야마 팬케이크: 삿포로시 중앙구 남4 서18-2-19 (札幌市中央?南4西18-2-19)
Patisserie SHIIYA: 삿포로시 중앙구 북5 서21-1-15 (札幌市中央?北5西21-1-15)
Buono Buono: 삿포로시 중앙구 남6 서24-1-18 (札幌市中央?南6西24-1-18)
Le Petit Boule Chocolatier Sapporo: 삿포로시 중앙구 북1 서8-2-7 (札幌市中央?北1西8-2-7)
SATO COFFEE: 삿포로시 중앙구 미야노모리1-6-5-15 (札幌市中央?宮の森1-6-5-15)
마루야마사료(円山茶寮): 삿포로시 중앙구 북4 서27-1-32 (札幌市中央?北4西27-1-32)
밀크무라(Milk村): 삿포로시 중앙구 남4 서3-7-1, 6층 (札幌市中央?南四?西3-7-1, 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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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삿포로에서 살고 있다.
새로운 언어와 문화, 일상을 여행한다.
먹고 마시는 것과 사소한 순간을 좋아하며, 종종 글자를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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