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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후프, 아방가르드적 요소와 대중성의 오묘한 관계

디어후프(Deerhoof) < La Isla Bonit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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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에 기초한 펑크와 갖은 노이즈, 바로 다음마저 예상할 수 없는 아방가르드한 성향 등, 귀를 괴롭히는 방법론이 여전히 기저에 있으나 그 사이에 대중적이라 할 요소들을 은근하게 끼워 넣었다

디어후프(Deerhoof) < La Isla Bonita >

 

미니멀리즘에 기초한 펑크와 갖은 노이즈, 바로 다음마저 예상할 수 없는 아방가르드한 성향 등, 귀를 괴롭히는 방법론이 여전히 기저에 있으나 그 사이에 대중적이라 할 요소들을 은근하게 끼워 넣었다. 2008년의 < Offend Maggie >서부터, 어쩌면 그 전작인 2006년의 < Friend Opportunity >서부터 모습을 보인 팝의 공기가 이번 음반에서도 계속된다. 짧게 끊어 반복시키는 훅 라인이 인상적인 「Paradise girls」가 이 흐름의 시작을 알리고 통통 튀는 멜로디와 리프로 들이미는 「Doom」이 음반의 색을 틔운다. 사토미 마츠자키의 보컬 벌스에서 흡입력이 발생하는 「Last fad」도 이 맥락에서 언급할만하며 공간감 있는 사운드 톤으로 여유롭게 접근한 「Black pitch」도 역시 마찬가지다. 비정형이 횡행하는 와중에도 귀를 당기는 지점들이 곳곳에서 자리한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펑크의 전형으로 접근한 「Exit only」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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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캐치한 요소들과 기존의 난해한 사운드가 잘 섞여있다는 데에 이번 음반의 성과가 있다. 이들이 규칙으로 삼는 온갖 불규칙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음반 전반에 놓인 날카로운 기타 톤과 노이즈, 고막을 자극하다시피 만든 리프, 친절하지 않은 곡 전개가 트랙마다 기습을 가한다. 이 모든 걸 한 데 집합시킨 「Big house waltz」는 어쩌면 듣기 곤란한 곡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쯤에서 시야를 넓혀볼까. 흥미로운 콜라주들이 연속한다. 앞서 소개한 매력 있는 멜로디들까지 더하면 상승효과는 더 크다. 「Doom」은 빼놓을 수 없는 수작이다. 비틀어낸 사운드와 분위기를 바꾸는 진행, 신경질적인 연주들이 경쾌한 보컬 라인 너머에서 다양한 질감을 더한다. 「Last fad」의 그루비한 베이스 라인, 「Exit only」의 펑크 리프 위에서 펼쳐지는 소리의 전시도 소구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부드러운 선율로 출발해 울림을 머금은 연출, 호흡을 빼앗는 전개 변환이 차례로 나타나는 잔잔한 킬링 트랙 「Mirror monster」도 같이 챙겨두자.

 

상당히 재미있는 음반이다. 가까이에서는 각 요소들이 분산돼있는 듯 들리면서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하나의 그림처럼 모두 잘 어우러져있다. 우수했으나 거친 변칙들이 대다수를 이뤄 복잡하게도 다가왔던 초창기, 2000년대 초의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듣기 좋을 부분들도 여럿 존재한다. 게다가 2010년대를 성공으로 이끈 < Deerhoof Vs. Evil >, < Breakup Song >과도 모양이 또 다르니 신선하기까지 하다. 낯섦 속에 익숙함을 감추는 창작력이 실로 뛰어나다. 물론 이번에도 '뭐 이래' 싶은 음악이지만, 불편함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밴드의 역량을 포장하기 어렵다. 끝없이 음악의 한계를 넓힌 수많은 안티테제들 가운데 이들의 이질성 또한 포함돼있으니까.

 

 

 

 

2014/12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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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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