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난독증
“보고서는 됐고, 말로 설명해봐요”
그리하여 이런 머저리 상사를 모시고 있다면, 보고서를 읽을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상사가 좋아하는 형식으로 보고서를 재단하면 효과를 좀 볼 수 있다.
애써 끝낸 업무를 보고받고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 하는 멍텅구리들은 분명 우리를 짜증스럽게 한다. 하물며 우둔한 상사가 그런 수고에 가당찮은 답변을 한다면 분노 수치는 더욱 치솟을 수밖에 없다. 상사가 부서의 개발 프로젝트 현황을 업데이트해달라고 했다. 당신은 프로젝트 배경의 세부내용, 현재상황, 향후전망 등을 담아 철저한 분석자료를 만들고, 앞으로 취해야 할 업무상 단계도 꼼꼼하게 기록했다. 보고서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보고서를 보내고 얼마 후, 상사가 의논할 것이 있다고 당신을 부른다. 수준 높은 토론을 기대하며 가슴이 부푼다. 하지만 상사가 심하게 기초적인 질문을 날려대는 순간, 한껏 차오른 풍선이 펑 터져버린다. 10억분의 1초도 지나지 않아서, 상사가 보고서를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상사는 즉흥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틀림없다.
물론 보고서를 읽지 못한 그럴듯한 핑계가 있겠지만, 보고서를 읽은 척한 수작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상사는 아직 읽지 못했다고 이실직고했어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솔직함과 정직함이라는 미덕을 갖춘 멍청이는 거의 없다.
해답 : 지피지기 백전백승! 일대일 맞춤형 보고서를 작성하라
이럴 때 당신은 자비를 베풀어 이렇게 말해줄 수 있다.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시면 나중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하지만 이때 대부분의 맹추들은 보고서 내용을 지금 말로 설명해달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즐겨 하는 허풍스러운 합리화 중 하나는 “음, 이왕 시작한 김에 계속 이야기해봅시다” 따위의 말인데, 이 말은 ‘난 아직 보고서를 안 읽었고, 앞으로도 안 읽어볼 작정이야’로 해석하면 된다.
그리하여 이런 머저리 상사를 모시고 있다면, 보고서를 읽을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상사가 좋아하는 형식으로 보고서를 재단하면 효과를 좀 볼 수 있다. 물론 당신의 부실한 상사는 분명 안 그러겠지만, 어떤 상사는 직원들이 준비한 분석자료나 보고서의 세부내용을 빠짐없이 알고 싶어한다. 이런 상사들은 일반적으로 세밀한 구절과 숫자와 측정기준, 도표의 향연을 연상시키는 상세한 그래프와 표가 담긴 보고서를 좋아한다.
반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보고서를 선호하는 부류도 있다. 이들은 핵심이슈 몇 가지를 정리하고 하단에 추가설명한, 하지만 분량이 그다지 많지 않은 요점정리식 보고서를 좋아한다.
우선 상사가 어떤 부류인지, 혹은 어디서 표류 중인지 파악하자.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이전 보고서에 주던 피드백을 관찰하거나, 어떤 보고서 형태를 선호하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전략적인 보고서 형태와 보고서 작성방식에 대해 좀더 또렷하게 감을 잡을 수 있다.
★ 물론 상사가 업무상 얼마나 저능한지에 따라 그가 이해할 때까지 보고서 풀이를 도와줘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 이 글은 『사무실의 멍청이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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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버클리를 졸업하고, UCLA에서 조직행동론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CNN, FOX 등 다양한 방송에서 출연하며, 조직심리학 분야에서 저명한 저자, 연설가,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UCLA 앤더슨스쿨에서 조직행동에 관한 MBA 수업을 담당했으며, 스트레터직 파트너스(Strategic Partners, Inc.)에서 기획개발 분야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직원을 인정하고 보상해주는 151가지 아이디어』『가치 있는 상사가 되어라』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으며, 십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켄 로이드> 저/<임지은> 역12,160원(5% + 5%)
일이 힘든가? 사람이 힘들지! 미친 상사, 치사한 동료, 얄미운 부하와 뚜껑 안 열리고 일하는 특급 처방전 75 상사는 제정신이 아니라 항상 미쳐 있는 사람 같고, 옆자리에 앉아 있는 동료들은 전생에 내가 무슨 죄라도 지었나 싶어질 정도로 웬수가 따로 없고, 부하직원한테 뭐 하나 시키려면 자동으로 혈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