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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집단, 얼마나 현명합니까?

집단이 언제나 뛰어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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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속한 집단은 안녕하십니까? 혹시 집단의 의견 속에 숨어 있지는 않습니까? 혹은 집단의 잘못을 외면한 채 자신의 생각을 죽이고 있지는 않나요? 자신의 집단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건강한 집단인지 냉정하게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최근 임순례 감독의 <제보자>라는 영화가 언론 시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명 황우석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로, 제작 발표 때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었죠. 영화는 당시 사건을 파헤치는 데 앞장섰던 한 PD의 시선을 따라 전개됩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집단사고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영화가 보여줄 것인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저는심리학-사이언스

2005년 <사이언스>에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이 표지를 장식했지만

2006년 논문은 공식 철회되었다

 

2005년 연말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노벨상까지 넘볼 수 있는 연구 성과라고 치켜세웠던 황우석 박사 팀의 줄기세포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발표 때문이었죠. 이 사건은 MBC <PD수첩>에 황 박사의 연구가 조작된 것 같다는 제보가 들어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PD수첩> 측은 방송을 통해 황우석 박사 팀의 논문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결정타를 날린 것은 익명의 두 과학도였습니다. 결국 서울대에서 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논문이 조작되었다고 확인해주었습니다.

 

두 명의 과학도가 제시한 증거는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한 명은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 사진 가운데 동일한 것이 있다고 말했고, 다른 한 명은 서로 다른 DNA 지문 분석 그래프가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연구팀이 줄기세포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고도 마치 여러 개를 만든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동일한 자료를 복사해서 논문에 실었다는 것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초등학생이 밀린 방학 일기를 한 번에 쓰느라 며칠 전의 일기를 그대로 베꼈다는 식이었죠.

 

사람들은 이 충격적인 사실을 쉽게 믿지 못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연구가 조작되었다는 사실도 충격인데, 조작하는 방식이 초등학생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Ctrl C(복사)와 Ctrl V(붙이기)라니!  어떻게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엉터리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 사람들은 정말 의아해했습니다.

 

집단이 언제나 뛰어난 것은 아니다


미국 예일 대학 심리학자 재니스는 연구 결과 응집력이 높은 집단에서 만장일치가 요구될 때 그 집단은 종종 엉터리 결정을 내린다고 결론 내렸고, 이를 ‘집단사고’라고 명명했습니다.


집단사고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강한 응집력입니다. 응집력이 강하다는 것은 집단에 대하여 그만큼 애착이 강하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모두가 동일한 생각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쉽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가 어렵습니다. 두 번째로 지시적인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지도자가 열려 있다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으나, 지도자가 지시적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그저 거수기 역할만 할 뿐이죠. 마지막으로는 상황의 압박이 필요합니다. 당장 성과를 내야 한다는 주변의 압력을 의미합니다.

 

황우석 박사는 지시적이고 권위적인 리더입니다. 카리스마가 있었죠. 그리고 황우석 박사 연구팀원들은 상당한 자부심이 있었고, 모임에 대한 애착이 대단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게다가 황우석 박사는 국내외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저는심리학-제보자

 실제 줄기세포 논란을 소재로 한 영화 <제보자>는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한 PD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집단은 개인보다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럴 경우에도 집단 극화라는 암초를 주의해야 합니다.

 

집단의 토의는 위험을 무릅쓰도록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모험 이행’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이와 반대 현상, 즉 토론 후에는 보다 더 보수적이 된다는 ‘보수 이행’도 일어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결국 집단의 토론은 구성원들의 성향을 극단으로 치닫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진보적인 사람들이 토론하면 더 진보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이 토론하면 더 보수적으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집단 극화’라고 명명되었습니다.

 

집단이 언제나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유치원까지 퍼져 있는 왕따 문화를 비롯해, 정치계와 경제계에 만연한 비리, 극단적이고 엉터리인 그리고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논문 조작과 표절 등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입니다. 집단사고와 집단 극화를 막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의견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를 생각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여러분이 속한 집단은 안녕하십니까? 혹시 집단의 의견 속에 숨어 있지는 않습니까? 혹은 집단의 잘못을 외면한 채 자신의 생각을 죽이고 있지는 않나요? 자신의 집단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건강한 집단인지 냉정하게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황우석 사건’ 참조(위키백과)
//ko.wikipedia.org/wiki/황우석_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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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 강현식 저 | 한빛비즈
저자는 그간 심리학에 대한 대중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면서도 가능한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의 입장을 많이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심리학 핵심개념들을 간결하면서도 통찰력 있게 풀어주고, 독자의 쉬운 이해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예시를 들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영화나 대중가요, 다큐멘터리 등 대중에게 친숙한 소재들을 이용해 심리학을 알려왔다. 흥미와 재미 위주가 아닌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한 정보로 심리학에 대해 처음부터 제대로 알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은 두고두고 읽을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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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현식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심리학 칼럼니스트로,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심리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리겠다는 일념하에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주제로 각종 모임과 집단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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