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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외직구 경험기

70만원 패딩을 13만원에 산다고? 친절한 서비스, 총알배송은 기대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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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를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지만, 직구를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얘기가 있다. 나 역시 외화 유출에 기여하고 있는 직구족 중 하나다.

최근 ‘블랙 프라이데이’라이라는 말이 유통업계의 화두였다. ‘블랙 프라이데이’란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 다음 금요일을 일컫는 말로, 미국의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세일에 돌입하여 매출이 흑자로 돌아선다는 미국 최대의 쇼핑 시즌을 가리킨다. 어쩌다 이 말이 각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까지 오르내리게 되었는가 하면 몇 년 전부터 해외직구를 통해 여러 가지 물건을 국내 유통가보다 싸게 구입한 소비자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이제는 한국의 소비자들도 기다리는 세일 시즌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밤마다 해외 쇼핑몰들을 들락날락했지만, 이번에는 딱히 사고 싶은 물건을 찾지 못했다. 힘들게 검색해서 겨우 주문을 했던 옷가지들은 결국 사이즈 실수에다 일주일도 넘는 배송대기에 지쳐 어젯밤 짧은 영어 실력으로 ‘일주일도 넘게 기다렸어. 취소해주지 않겠니?’라는 메일을 썼다. 처음엔 영어 울렁증과 해외 카드 결제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선뜻 도전하기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최근에는 해외 주소지를 제공하며 국제 배송을 대행해주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몇 번만 검색해보면 직구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블로그들도 쉽게 찾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직구를 한 번도 안 했다는 사람은 많지만, 직구를 한 번만 했다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 나 역시 외화유출에 기여하고 있는 직구족 중 하나다.


橘化爲枳(귤화위지)라는 말이 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라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의 뜻은 같은 종자라도 심은 환경이나 토양에 따라 전혀 다른 물건이 된다는 뜻인데, 해외 브랜드의 의류나 물건도 그러하다. 분명 중국이나 베트남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같은 물건인데 왜 태평양을 건너면 두 배 혹은 세 배의 가격이 되는 걸까.


내가 처음 직구에 도전하게 된 계기도 바로 패딩 점퍼 때문이었다. 추운 겨울을 함께 할 절대 패딩을 찾아 아무리 돌아다녀도 우리 브랜드 중엔 마음에 차는 게 없고 - 사실 나는 덩치가 커서 우리 브랜드가 잘 맞지도 않는다. 슬픈 일이다. - 해외 브랜드는 너무 비싼데 왜 해외 쇼핑몰에서 보면 이렇게 저렴한 거야? 하다가 결국 2012년 처음으로 직구에 도전하게 되었다. 국내에서 70만원에 팔렸다는 패딩을 13만원 가량 주고 구입을 했는데, 입어 보니 70만원을 줬다면 상당히 슬펐을 것 같은 품질이었지만 13만원이라고 생각하면 흡족했다. 두 번째 품목은 아기띠였다. 엄마들이 명품이라고 칭송하는 아기띠가 싸게 나왔다고 해서 국내 사이트를 찾아 검색해보니 무려 20만원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해외 사이트에선 배송대행료를 포함해도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이건 중고로 다시 팔아도 남는 장사네! 라는 마음으로 애도 태어나기 전부터 사놨다 애가 무거워져 더 이상 아기띠로 안아주기 어려울 때까진 아주 잘 썼다.


물론 모든 직구가 이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입어보지 못 하고 사야 하므로 사이즈가 맞지 않아 쇼핑이 기쁨이 아니라 골치거리가 될 수 있는 위험부담이 항상 존재하며, 운 나쁘게 불량이나 하자에 당첨되어도 원활한 반품이 어렵다. 그리고 해외 쇼핑몰에 주문을 한 번 해보면 그들의 느긋하다 못해 속 터지는 일 처리에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유통업체들은 결제 후 당일 발송, 아무리 늦어도 익일 발송을 내세우고 있는데 해외 유통업체들은 재고가 있다고 뜨는 데도 일주일이 넘게 배송이 되지 않는 건 부지기수다. 오죽하면 여름에 입으려고 산 옷을 찬 바람 부는 가을에 받았다는 하소연들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을 뛰어 넘는 가격의 매력은 직구를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엔 의류로 시작한 사람들이 이젠 각종 생필품에까지 도전한다거나, 직구의 끝판왕이라 불리우는 TV에 도전했다는 이들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으니 말이다.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대체 우리나라에 들어온 해외 브랜드들은 우리 소비자들을 얼마나 호구로 보고 있는가 하는 씁쓸함을 느낄 때도 있다. 그리고 이런 직구 열풍 속에 가장 이익을 보는 건 배송대행업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올해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최근의 달러 강세로 인해 매력이 감소한 것이 사실인데, 그래서 나는 이번엔 일본 직구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국제 배송료가 비싸긴 하지만 요즘은 엔화 약세인 만큼 좀 더 가격적 이득이 있으리라 작은 기대를 해본다. 누가 뭐래도 자본주의 사회의 최고의 레저는 쇼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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