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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써버린 돈을 아쉬워하지 말자 - 행복을 위한 쇼핑

이미 써버린 돈에 대해서는 아쉬워하지 말 것. 대신 그것이 주는 쾌감은 알뜰하게 즐길 것. 언젠가 다가올 또 한 번의 기회를 위해 하기 싫은 일도 견뎌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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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백화점에 들렀다. 지갑 안에 돈만 넉넉하다면 나에게 365일 친절할 이 공간. 하지만 돈 들어올 날은 아직 멀었고 오늘은 달랑 지인의 선물만 사 가야 한다. 그런데 선물 포장을 기다리는 사이, 화장품 매장 점원은 새로 나온 향초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래, 한 번만 맡아보지 뭐.

쇼핑만큼 여자들을 기운나게 하는 건 없다.
- 마돈나



“일시불이요….”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백화점에 들렀다. 지갑 안에 돈만 넉넉하다면 나에게 365일 친절할 이 공간. 하지만 돈 들어올 날은 아직 멀었고 오늘은 달랑 지인의 선물만 사 가야 한다. 그런데 선물 포장을 기다리는 사이, 화장품 매장 점원은 새로 나온 향초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래, 한 번만 맡아보지 뭐. 그런데 품격 높은 허브향이 집요하게 코끝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그래, 괜히 신상품이겠어…. 조금만 더 푸시하면 구매를 확정지을 것 같은, 습자지처럼 얄팍한 내 귀를 눈치챈 점원은 연이어 유혹적인 낱말을 뱉어내기 시작한다. 유기농, 한정 판매, 사은품 증정…. 아, 왜 그러세요? 이럼 안 돼요, 돼요, 돼요. 잠깐의 망설임 끝에 결국 나는 지갑을 열었다.


신상품 향초가 담긴 쇼핑백을 들고 백화점을 빠져나오는 순간 두근거림만큼의 죄책감을 느낀다. 앞으로 몇 주간 기쁨을 전해줄 아이템을 손에 쥐었다는 설렘과 예상치도 못한 값비싼 쇼핑을 하고 말았다는 자책.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툴툴 털게 되는 걸 보니 오늘 쇼핑은 절반의 성공이다. 절반을 잘만 사사오입하면 완전해지는 법. 이로써 오늘의 쇼핑은 완벽한 성공! 이럴 때 보면 세상에서 나만큼 긍정적인 사람이 또 없다.

평소 이런 식으로 사들이는 물건 중에 효용성 대비 비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아이템이 몇 갠가 있다. 늘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자꾸 사게 되지만 높은 가격 대비 양질의 행복을 선사하는 것들. 나는 그것을 ‘기회비용 아이템’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 기회비용 아이템을 사는 일을 ‘행복 쇼핑’이라 부른다.

나를 한없이 황홀하게 하는 대신 한층 더 가난하게 만드는 그 ‘행복 쇼핑’의 앞뒤엔 늘 변명이 따라붙는다. 우리가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고. 노동의 대가로 얻어낸 재화를 보다 질 높게 누리는 일도 어쩌면 우리의 의무라고. 그 변명은 자기 합리화로 이어진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과 한정된 경제력을 가진 사람이기에 그 행복 쇼핑의 빈도를 최소한으로 줄여보려고 노력한다. 보다 더 저렴한 행복은 없는지도, 어디서 더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지도 따져본다. 행복을 아무런 대가 없이 손에 넣겠다는 요행(!)도 바라지 않는다. 그러므로 오늘 또 한 번 기회비용 아이템을 사들이고 말았다며 자책하지 말아야겠다.



이미 써버린 돈에 대해서는 아쉬워하지 말 것.
대신 그것이 주는 쾌감은 알뜰하게 즐길 것.
언젠가 다가올 또 한 번의 기회를 위해 하기 싫은 일도 견뎌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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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없는 휴일 밤. 일찌감치 침대에 누워 새로 산 향초에 불을 붙였다. 푹신한 이불을 덮고 조금씩 아껴 읽고 있는 소설책을 펼쳤다. 침대 옆 테이블 위엔 뜨거운 차가 김을 내뿜고 있다. 이 순간만큼은 100퍼센트 행복하다. 비록 돈 주고 산 행복이라도 내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그나저나 월말 카드값이 걱정이네. 에이, 그런 걱정은 월말에 하면 되는 거지 뭐. 오늘 일은 내일 걱정하고, 내일 일은 모레 처리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




작가, 서른을 위해 변명하다!

당장 필요 없는, 아니, 없어도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은 물건을 위해 매일같이 지갑을 열고, 카드를 긁는 여자들. 우리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죽을 때까지 이 행복을 위한 쇼핑을 하고 말 사람들이다. 이를 위해서 절대 가까이하지 말아야할 것 세 가지가 있다면 후회와 죄책감, 그리고 난데없는 절약정신. 내가 이걸 왜 산 걸까, 왜 이런 거에 큰 돈을 쓰고 말았을까? 사긴 샀는데 쓰기 아까워! 라는 마음 찜찜함은 이미 쇼핑이 완료된 이후엔 무효니까. 내가 번 돈으로, 나만의 만족을 위해 손에 쥔 무언가를 더욱 당당하고 가뿐하게 즐기기 위해 객관적인 효용성과 가격대비 퀄러티를 들먹이는 주변 사람들의 잔소리엔 귀마개를 장착할 것. 긴 시간과 고민 끝에 선택한 아이템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말 것. 그리고 진짜 원해서 산 바로 지금, 유감없이 활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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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김신회 저 | 미호

오늘보다 살짝 더 즐거운 내일을 위한 계획표이자 행복해지기 위한 변명 일기다. 일상의 반경 100미터를 둘러봐도 서른의 내가 고쳐야 할 것, 당장 끊어야 할 것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나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내 모습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지금의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서른,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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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신회(작가)

10여 년 동안 TV 코미디 작가로 일했고, 10년 남짓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이다. 지혜로운 사람보다 유연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보다 게으른 사람에게 끌리지만 정작 자신은 지혜에 집착하고 쓸데없이 부지런한 타입이라 난감할 따름. 이런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날이 대부분일지라도, 스스로에게 정 붙이는 연습을 하며 사는 중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오늘 마음은 이 책』 등을 썼다.

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김신회> 저11,700원(10% + 5%)

오늘보다 살짝 더 즐거운 내일을 위한 계획표이자 행복해지기 위한 변명 일기다. 일상의 반경 100미터를 둘러봐도 서른의 내가 고쳐야 할 것, 당장 끊어야 할 것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나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내 모습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지금의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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