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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답사기 2014 : 펜타포트는 사랑입니다

나이가 어떻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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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 비를 친구 삼듯, 태풍을 애인 삼듯 하는 이 축제에 참전하기 위해 올해도 역시 많은 인파가 인천 송도를 찾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2013년 여름의 페스티벌 시장은 그야말로 화악 타고 없어져버리는 신문지 뭉치 같았다. 불과 1년이 지난 지금, 여느 때와 같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는 야외형 록 페스티벌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나 뿐이니 말이다. 각기 야심차게 내걸었던 슬로건들을 재정적인 문제로, 혹은 사회적인 문제로 하나 둘 씩 접고 있을 때, 최후의 보루로서 음악팬들 곁에 남아준 것은 결국 트라이포트의 영혼이 서려있는 바로 그 곳이었다. 9년차를 맞은 <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 비를 친구 삼듯, 태풍을 애인 삼듯 하는 이 축제에 참전하기 위해 올해도 역시 많은 인파가 인천 송도를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도 역시 태풍 나크리와 할롱이 동시 북상하고 있다는 뉴스와 함께 행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송도 상설무대에 세워진 거대한 메인 스테이지가 당당히 그 위용을 자랑했고, 펜타포트 특유의 탁 트인 전망을 기반으로 푸드코트와 이벤트 부스들이 나란히 자리해 쾌적함을 배가시켰다. 누군가 이야기했던 줄어들지 않는 맥주를 기대하며 한 잔 가볍게 들이키면, 공연을 즐기기 위한 대강의 워밍업은 끝나는 셈이 된다. 언젠가부터 공연을 즐기기 전 나름의 준비과정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개인적인 재미라면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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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몰라도 재밌다.

 

이틀 동안 여러 가지를 즐기며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특정 아티스트'가 아닌 '음악 자체'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아무래도 라인업 보다는 펜타포트라는 브랜드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겼다고 봐도 과언은 아닌 듯 싶었다. 이에 보답하듯 기획사측은 불편함을 찾아보기 힘든 매끄러운 운영으로 관객들에 대한 성의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제대로 즐길 '판'을 만들어주니, 고조된 분위기가 딱히 아티스트를 가리지 않고 유지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꼭 헤비성향의 음악이 아니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서클 핏이 생겨나고 몸을 서로 부딪치며 즐기는 모습이 그 자체로 축제를 상징하고 있었다.

 

요 몇 년간 '모셔가기 전쟁'으로 인한 출혈경쟁에서 한발 빠져있던 펜타포트였는데, (자의든 타의든) 그렇게 조금씩 라인업 자체의 의존도를 줄여간 것이 오히려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요건이 되었다. 쏠림현상 없이 다양한 성향의 아티스트들이 고르게 배치되었고, 어느 시간이건 즐겁게 놀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편차가 크지 않은 러닝타임이 하루 내내 이어졌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많은 둘째 날은 디테일한 부분에 열광하고, 크게 관심이 없었던 셋째 날은 관객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다시 한 번 잘 몰랐던 이들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 모르고 가든 알고 가든 큰 차이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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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어떻든 즐겁다.

 

둘째 날 헤드라이너인 카사비안을 보다가 재밌는 광경을 목격했다. 초등학생들이나 되어 보이는 아이들일까. 요 꼬맹이들이 뒤쪽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이 글래스톤베리 영웅의 귀환을 보며 헤드뱅잉을 하고 흥얼흥얼거리며 여느 관객 못지않게 열광적으로 놀고 있더라 이거다. 그러고 보니 왠지 모르게 가족 단위나 친척 모임, 혹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모여서 돗자리를 깔아 놓고 음식을 먹으며 몸을 들썩이던 광경을 목격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리곤 오버랩 됐던 것이 재작년인 2012년 지산의 기억이었다.

 

일본밴드인 세카이 노 오와리(SEKAI NO OWARI)의 순서였는데, 대가족처럼 보이는 한 일본인 그룹이 굿즈 티셔츠를 단체로 입고 공연을 기다리던 것이 눈에 띄었다. 할머니부터 꼬마까지, 세대의 간격이 족히 3대는 되어보였다. 그것을 보면서 '아,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까'라고 부러워했던 적이 있는데, 이미 인천에는 그것이 존재하고 있었나 보다. 나만 못 봤던 것이지. 사실 어떤 연유로 오게 되었는지, 혹시 누구를 보러 오셨는지 여쭤보고도 싶었지만, 박자를 타며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먹는 그들의 모습에 질문 같은 것이 무슨 소용이겠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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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이 추구해야 할 이상향, 그 실마리가 이곳에.

 

이러한 콘셉트의 음악 축제가 가져야 할 본질은 무엇일까. 올해의 펜타포트는 거의 정답에 가까운 답변을 내놓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9년이라는 시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트라이포트 시절엔 록이란 장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이겨내야 했고, 관객 수와 열기로 이를 깨뜨리자 날씨라는 천재지변을 맞닥뜨렸다. 몇 년의 노하우를 거쳐 비에도 끄떡없는 요건을 갖추자마자 이번엔 뒤늦게 돈이 되는 시장임을 알아챈 대기업들의 물량공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악조건을 이겨냈다기보다는 그냥 악조건은 악조건대로 받아들이며 '장사'보다는 '음악'에 초점을 맞춘다는 초심을 잃지 않은 채 꾸준히 그 브랜드를 지켜냈다. 2014년은 바로, 한참을 내달린 뒤 돌아보니 경쟁자들은 사라진 채 홀로 남아있다는 것이 의아한 감격을 자아내는 해다. 이는 그간 공연을 주관해 온 기획사에게도 그렇겠지만, 록 팬들에게는 더 없는 믿음과 신뢰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다.

 

드림 스테이지에서의 하울링 강한 사운드에도, 불평하기보다는 '내년에는 분명 나아져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그 분위기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것. 그것이 펜타포트이기에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잘 모르는 아티스트가 나와도 서클 핏을 만들며 관객들과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펜타포트만이 만들어내는 즐거움이다. 좋아하는 뮤지션 앞에서 스마트폰 대신 귀와 마음을 내미는 사람들. 그것이 인천 한가운데에 모인, <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이라는 행사 자체의 팬들인 것이다.

 

 물론 다른 무대에서도 머리칼이 곤두설 만큼의 희열을 느끼곤 했지만, 2014년 여름의 송도처럼 모든 음악을 평등하게 바라보고 즐기는 관객이 가득했던 곳은 없었던 것 같다. 내년이면 드디어 기념비적인 10주년을 맞이하는 이 인천의 프랜차이즈 페스티벌에서 다시금 10만에 육박하는, 관객이라는 이름의 헤드라이너들과 재회할 수 있기를 빈다. 그럼 그때 보자, (필자를 포함한) 이 미친 인간들아!

 

2014/08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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