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진화와 인류학 등 최신의 과학 이슈를 맛깔스런 글솜씨와 저자가 직접 그린 구수한 일러스트와 함께 풀어낸 교양 에세이
에세이집에 실린 50편은 2013년과 2014년 상반기 1년 반에 걸쳐 연재된 70여 편에서 추려 업데이트한 것이다. 이 책의 제목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는 수록된 에세이 가운데 한 편의 제목이다.
한 가전회사의 예전 광고문구인데, 가전제품 선택 이상의 심오한 진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책을 내게 된 것도 2년 전 ‘순간의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2012년 가을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매주 과학에세이를 연재하기로 얘기가 됐는데, 당시 편집장이던 장미경 선생이 약간 고민하는 눈치였다. 필자는 이미 동아사이언스의 인터넷 과학신문 <과학동아 데일리>에 과학에세이를 매주 연재하고 있었으므로 두 코너가 차별화될 것 같지 않다는 것.
잠깐 고민한 필자는 에세이와 함께 일러스트를 곁들이면 어떨까 제안했고 장 편집장은 좋은 생각이라며 반색했다. 이렇게 해서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 에세이’라는 코너명이 확정됐다. 당시 필자가 생각했던 일러스트는 학술지나 과학잡지에 나오는 것 같은 과학 일러스트였다. 2012년 10월 18일, 첫 에세이로 아스피린이 항암제로 재조명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쓰고 있던 필자는 문득 과학 일러스트를 그린다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 경우 항암제로서 아스피린의 작용메커니즘을 묘사해야 하는데, 복잡한 내용을 단순화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막상 독자들에게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결국 필자는 이메일로 에세이 문서파일만 보내며 일러스트는 포기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그런데 몇 분 뒤 장 편집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필자는 구차하게 변명했지만 장 편집장은 “안 된다”며 아스피린 분자구조라도 그려서 보내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난감하게 된 필자는 아이디어를 얻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써놓은 에세이를 읽었고, 바이엘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 아버지를 위해 아스피린을 합성했다는 대목에서 일러스트를 구상하고 부랴부랴 그려 보냈다.
다행히 장 편집장은 “이 정도면 훌륭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고, 이렇게 해서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 에세이’ 1회가 2012년 10월 19일자에 실렸다. 만일 당시 장 편집장이 필자의 ‘처지’에 동정심을 보여 일러스트 없이 가기로 했다면 지금 이 책의 서문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번 에세이집에 실린 50편은 2013년과 2014년 상반기 1년 반에 걸쳐 연재된 70여 편에서 추려 업데이트한 것이다. 이 책의 제목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는 수록된 에세이 가운데 한 편의 제목이다. 참고로 첫 에세이를 포함해 2012년에 발표한 에세이 몇 편은 2013년 출간된 에세이집 『사이언스 소믈리에』에 수록돼 있다.
그동안 에세이 연재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사이언스타임즈>의 장미경 전前편집장과 고대승 전前편집장, 이정순 편집장께 고마움을 전한다. 이번 에세이집 출간을 결단한 MID의 최성훈 대표와 멋진 책을 만들어준 편집부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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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화학과 및 동대학원(이학석사)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와 《더사이언스》에서 과학전문기자로 일했다. 현재 과학칼럼니스트와 과학책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과학 한잔 하실래요?』(MID, 2012)가 있고 옮긴 책으로 『현대 과학의 이정표』(Gbrain, 2010, 공역)가 있다. 2012년 출간한 저서 『과학 한잔 하실래요?』는 출간 즉시 교육과학 기술부 우수과학도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권장도서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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