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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해설가 윤운중, 10년 단위로 다른 인생 산다

“시기마다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이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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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또 다른 10년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일을 할 것 같아요. 나를 정말 기쁘게 하는 일이 시기에 따라 다르잖아요. 60대를 바라볼 그때는 또 다른 일이 나를 기쁘게 하겠죠.

자의든 타의든, 우리 모두는 역술가에 의해 한 번쯤 앞날이 점쳐질 때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나 미래가 궁금할 때. 며칠 전 역술가를 찾아간 여파인지, 기자는 이 남자를 만나러 가면서도 문득 그의 인생에는 어떤 키워드가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역마살? 가이드? 10년마다의 대운?

 

그러니까 이 남자 윤운중 씨를 처음 만난 건 2011년 2월. 그때까지만 해도 기자에게 미술해설가 윤운중 씨가 낯설었던 것처럼 관객들에게 미술과 음악을 접목한 아르츠콘서트도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많은 관객들이 아르츠콘서트에 다녀갔고, 전국의 문화센터와 기업에서는 앞 다퉈 소규모 무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세를 몰아 그는 지난해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를 발간했고, 종종 라디오와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인지도가 달라진 것이지요. 그래서 공식적인 인터뷰로 다시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유명세를 실감하는지, 요즘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이즈음에서 한 번 짚고 가보려고요.

 

윤운중

 

“유명하다는 게 사람들이 알아봐서 일상이 불편하거나 그런 건데, 전혀 실감하지 못해요. 생활이 크게 달라진 것도 없죠. 관심사는 여전히 같고, 공연하고 강연하고. 가장 큰 변화라면 6주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네요. 운동이라는 게 시작하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심리적인 여유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규칙적인 여가나 운동은 심리적인 안정 없이는 불가능하잖아요.”

 

본인은 달라진 게 없다지만 가만히 있어도 책이 팔리고 강연이 들어오는 게 인지도가 높아진 것이죠. 그리고 파리에서 서울로, 거주지도 바뀌지 않았습니까(가끔은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를 더 잘 파악합니다.)! 서울살이는 어떤가요? 같은 대도시지만 분위기는 다를 텐데요.


“외부환경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도시 분위기도 그렇고. 확실히 서울에서는 여유가 없어진 게 사실이에요. 파리에 있을 때는 바빠도 저녁에 산책도 하고 쉬는 날은 시내 한 바퀴 돌아보고 미술관도 가고 그랬는데, 서울은 워낙 호흡이 빨라서인지 괜히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준비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있어요. 말할 수 없는 미묘한 불안감이 있는데, 그래서 도시 분위기에 너무 민감하지 않고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7월 1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 아르츠콘서트 <로마 위드 러브(Rome with Love)>에서는 기존 미술, 음악에 여행이 가미됩니다. 윤운중 씨가 유럽에서 처음 생활했던 곳이 로마로 아는데, 개인적으로 로마는 어떤 도시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로마에 대해 얘기하는 건 주제넘은 것 같고, 로마를 두고 ‘죽어 있는 과거가 살아 있는 현재의 발목을 붙드는 도시’라는 말이 있어요. 로마에 살 때도 다이내믹하지 않고 일상이 반복되는 느낌은 받았어요.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겠더라고요. 당시 로마를 소개할 때도 남들 다 가는 곳만 했겠죠.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몰랐던 로마를 객석에 전달하고 싶어요. 로마의 모던 라이프나 이탈리아 사람에 대한 편견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게 진실일까, 고대와 르네상스가 아닌 18세기에 이탈리아는 무엇을 했나 등을 얘기하려고 합니다.” 

 

윤운중 씨는 이탈리아인에 대한 편견의 일부가 과거 그랜드투어에 나섰던 영국이나 북유럽 지식인들에 의해 형성됐다고 했는데요. 관객들도 윤운중 씨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선입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무엇을 강요하기 보다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얘기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그 나라의 평균을 대변할 수 있는지. 여름에 로마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일반적인 이탈리아인이냐는 것이죠, 휴가를 못 간 사람들이 남아 있을 텐데. 그래서 기존의 편견을 강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사건이나 일화 등을 통해 그들이 놓친, 일상적인 이탈리아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소개하고 싶어요.”

 

라이브 무대에서 여행의 이미지는 잘 살릴 수 있을까요?


“일단 동영상과 사진이 들어가요. 특히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명소는 물론이고 극히 소수만 가는, 하지만 그 가치는 주요 관광지 못지않은 곳을 소개할 겁니다. 예를 들어 많은 분들이 찾지 않는 라벤나는 피렌체와 견줄 정도로 유럽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예술품들이 많아요. 물론 그 안에 그 시대가 담겨 있죠. 또 중세 천 년을 찾아가는 이탈리아 성당 순례도 진행하려고 합니다.”

 

윤운중

 

지난 3년여 동안 아르츠콘서트는 브랜드 콘서트로 자리를 잡았고, 소규모 버전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대에서 느낄 때 관객들의 분위기도 달라졌나요?


“아르츠콘서트가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하지만 관객들이 이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는 1년에 한두 번 아닐까요? 그래서 콘텐츠 자체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반응은 여전히 좋아요. 오히려 더 좋을 것도 같고요. 왜냐면 3년 전 콘텐츠나 자료들이 그때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면 민망하고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수준이 높아지고 세련되진 거죠. 그래서 객석반응은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프로그램이나 음악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여러 번 관람한 관객들은 비슷한 내용을 우려먹는 것 아니냐, 미술과 음악에 큰 연관이 없다는 얘기도 합니다.


“프로그램이나 음악은 기획사에서 선정하고 저는 콘텐츠를 채웁니다. 공연의 형식이나 연관성에 있어서는 소속사의 입장을 고려하는 면이 있어요. 왜냐하면 대극장 공연은 연주자들이 여러 명이고, 그들이 잘 연주하면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을 골라야 하니까요. 내용을 반복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공연에 올렸던 그림을 올리지도 않고요. 이 부분은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고,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콘텐츠를 발굴하려는 노력은 더 강화됐어요. 관객들에게 제가 하는 말은 항상 신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이 스트레스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형식이나 연관성이 문제가 돼서 공연이 하향세를 보인다면 그만해야죠. 저는 지금도 공연 포맷을 바꾸거나 저보다 더 좋은 진행자를 발굴하라고 얘기합니다.”

 

그의 공부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강의나 저술은 유럽에서 가이드를 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1, 2편을  펴낸 그는 3편을 위해 올 여름 다시 유럽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유목민 기질이 있는 윤운중 씨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죠.


“한 곳에 정착하는 것,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하지 생활의 안정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씩은 나가는 시간이 필요해요. 이번에는 3편에 다룰 미술관을 다시 둘러보러 갑니다. 오슬로, 베를린, 뮌헨, 드레스덴, 프라하, 런던,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을 7주 정도 여행할 예정이에요.”

 

윤운중 씨는 10년 단위로 인생이 크게 바뀌는 것 같습니다. 국내 대기업에서 10년, 유럽에서 가이드로 10년. 그렇다면 지금 미술해설가, 콘서트마스터 등의 이름으로 걸어가고 있는 10년, 그리고 그 이후는 어떻게 내다보시나요?

 
“맞아요. 길게 잡으면 5년 정도가 이 일의 절정기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오래 하지는 않을 거예요. 더 나아가길 바라기에는 제가 살아온 길이 거기에 맞지도 않고, 제 이력을 보면 그걸 목적으로 살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되잖아요. 지금도 어떤 분들은 학교에 진학하라고 하는데, 저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아마도 또 다른 10년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일을 할 것 같아요. 나를 정말 기쁘게 하는 일이 시기에 따라 다르잖아요. 60대를 바라볼 그때는 또 다른 일이 나를 기쁘게 하겠죠. 그래서 10년 주기로 바뀐다는 건 계속 유효할 것 같은데요(웃음).”

 

역술가와의 만남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기자는 윤운중 씨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도 ‘운때’가 참 잘 맞았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는 해외여행이 크게 늘었고, 최근 몇 년간 인문학 강의 바람이 불고 있으니까요. 이거 너무 타고난 운 타령인가요(웃음)?

 

물론 기자가 윤운중 씨를 인정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아주 많이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 미술관 가이드로서 최고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아르츠콘서트 기획사 측의 눈에 띄지도 않았을 테고, 수많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식화하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면 무대나 강단 위의 그도 지금에 이르지 못했겠죠. ‘후회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때 남는 것이다.’ 이런 말을 자신 있게 하는 사람이니까요. 7월 19일에는 오랜만에 아르츠콘서트에 가봐야겠습니다. 윤운중 씨의 무대가 얼마나 풍성해졌는지 확인해야죠!

 

 

 

아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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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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