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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재, 뽀글이 파마와 배불뚝이 아저씨에 대한 변명

세월을 대비하는 마음 준비서 『나이 듦에 대한 변명』 펴낸 시나리오 작가 몸을 돌보는 습관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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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 〈한반도〉, 〈국화꽃향기〉의 시나리오 작가 김희재가 세 번째 에세이집 『나이 듦에 대한 변명』를 펴냈다. 타이틀은 ‘세월을 대비하는 몸, 마음 준비서’이다.

누구에게라도 노화는 찾아온다. 다만 시기가 조금 빠르고 늦을 뿐이다. 언제부터 노화를 대비해야 할까? 기본기가 훌륭하다면 나이 드는 것이 무작정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올해로 마흔 여섯. 중년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 모습이지만 김희재 작가는 오래 전부터 ‘나이 듦’에 대해 생각했다. 어린 시절 폐결핵을 앓고 4년 전, 고혈압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변화를 마음 아프게 바라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의 화병은 왜 갑자기 폭발하는지, 깜빡 거리는 기억력은 찾을 수 없는지, 고약한 입 냄새는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남자는 왜 갑자기 눈물이 많아졌는지… 『나이 듦에 대한 변명』을 읽다 보면, 내 옆에 있는 선배, 상사, 부모를 이해하게 된다. 책을 읽은 한 독자는 김희재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여성이에요. 엄마와 사이가 좋았는데, 엄마가 몸이 안 좋은 후로부터 성격이 변하셔서 많이 다퉜어요. 그런데 책을 읽고 보니, 우리 엄마만 변한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당연한 변화였는데 제가 그걸 몰랐어요.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그간 두 편의 에세이집을 펴냈지만, 이번 책만큼 사연이 있는 리뷰는 많지 않았다. “내가 이런 책을 써도 될까?” 적잖이 고민했던 김희재 작가는 독자들의 다양한 리뷰를 듣고는 마음을 쓸어내렸다.

 

누구에게나 절대 공평 사항으로 흘러가는 세월은 사람의 몸에 다양한 흔적을 남깁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이가 뿌리고 간 흔적은 대체로 힘들고, 아프고, 추접스럽고, 보기에 좋지 않은 것들  뿐입니다. 젊은 자식과 후배들은 나이 든 부모와 선배의 추접함이 개인의 불결함이나 게으름, 혹은 낙후된 취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 역시 그런 오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선배들이 접어들기 시작한 노년의 시간, 내가 준비해야 할 그 시간, 딸 서연이와 그 친구들이 감당해야 할 부모들의 노년까지…. 저와 같은 오해로 서로 간의 사랑이 덜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나이 든 이들 역시 무지로 인해 자신의 자랑스러웠던 인생을 혐오하며 마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이 듦에 대한 변명』 9쪽)

 

만나고-김희재

 

 

건강 무시증이었던 나, 몸에 대한 미안함을 갖다


처음 생각한 책 제목이 ‘뽀글이 파마와 배불뚝이 아저씨에 대한 변명’이라고 들었어요.


너무 슬프지 않고 싶어서요. 출판사에 세 번쯤 설득했는데(웃음) 마켓에서 통하는 언어는 아니었나 봐요. 그 후에 ‘노화에 대한 변명’이라는 제목도 생각했는데, 조금 풀어서 가자고 하셔서 ‘나이 듦에 대한 변명’이 되었어요.

 

아직은 저자님을 젊게 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책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만화가 이현세 선생님이 올해로 딱 60세, 청마세요. 책을 읽으시더니, “김희재가 어떻게 알지? 이걸 알 나이가 아닌데?” 그러시더라고요(웃음). 책에 나온 증상들을 모두 겪은 건 아니지만, 조금씩 경험하면서 몸에 대한 준비를 하고 싶었어요. 준비를 하면 갑작스러운 변화가 조금은 덜 고통스러울 수 있잖아요. 주변 분들의 리뷰를 들으면서, 서로에게 이런 위로가 필요했구나 싶었어요.

 

5년 전에 펴낸 『죽을 때까지 섹시하기』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어요. 제목부터 확 달라졌는데요. 이번 책을 쓰면서 전작을 쓸 때와는 어떻게 달랐는지 궁금해요.

나이듦에대한변명


그 때만해도 신체적 노화에 대해 무감각했던 것 같아요. 몸의 노화에 대한 이해가 크지 않았죠. 그러니까 이렇게 마음가짐을 하면 좋지 않겠냐고 감히 말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몸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몸을 먼저 돌봐야 하는 이유를 깨달은 거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4년 전쯤, 생전 처음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었어요. 원래 저혈압이라서 혈압이 높게 올라간 적이 없었는데, 혈압이 190이 넘으면서 머리가 깨질 것 같더라고요. 계속 토가 나오고. 휠체어에 실려서 응급실을 갔는데, 침대가 다 만석이었어요. 예전 같으면 기다렸을 텐데, 너무 아프다 보니까 못 참겠더라고요. 지나가는 간호사를 붙잡고 “나 좀 어디에 눕게 해달라”고 애원을 했어요. 눈으로 봐도 결코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는데, 누군가를 곤란하게 할 만큼 아픈 경험을 한 거죠. ‘인격을 저버릴 만큼의 고통이 찾아올 수 있구나’를 그 때 처음 깨달았어요. 혈압강화제를 맞고 나서 회복이 됐지만, 노화는 어떻게 치유가 안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너무 끔찍하겠다, 나 자신이 너무 싫어지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응급실을 가기 전까지는 건강에 무신경한 편이었나 봐요.


어릴 때부터 폐결핵 증상이 있어서 건강 체질은 아니었어요. 시즌마다 감기도 달고 살고요.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식사습관이나 다른 생활에 대해서는 건강 무시증에 가까웠죠. 지금도 ‘무조건 건강해야 해’ 이런 건 아닌데, 빌려서 쓰고 가는 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몸에 대한 미안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부를 하게 됐고, 한의원도 꾸준히 다니고 있고요.

 

책에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많아요.


65세에 돌아가셨는데, 참 감사하게도 엄마는 제가 존경할 수 있는 분이었어요. 엄마를 사랑할 순 있어도 존경하기는 어렵잖아요. 제가 막내딸인데, 엄마는 제가 결혼한 해부터 공부를 시작했어요. 임상상담 자격증을 따고 심리 상담도 꾸준히 하고, 평생을 영어성경을 끼고 사셨어요. 그것도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킹제임스 성경을 사전을 찾아가면서 읽으셨어요. 어릴 적 가난하고 힘들 때도 생활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식들에게 한 번도 화내신 적이 없었어요. 그런 엄마를 내 엄마로 둬서 정말 행복했는데, 간질환을 앓고 나서 간경화 진단을 받으셨어요. 그 때 신경정신과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엄마 성격이 변하실 거라고 하셨어요. 실제로 엄마가 아기처럼 변하시고 신경질을 자주 내셨고요. 병 때문인 걸 아니까, 화가 나는 것보다 슬프더라고요. 훌륭했던 엄마가 무너지는 걸 보는 게 힘들었어요. 아마,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사전 예고를 듣지 못했더라면 엄마를 많이 오해했을 것 같아요. 이런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쓰게 된 것이기도 하고요.

 

폐경기를 지난 여성들은 예전보다 감성적이게 되고, 화병도 많이 생겨요. 화병의 치료는 주변 사람들의 배려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하셨어요.


많은 엄마들, 아줌마들이 갑자기 화병이 잦아지는 건 어느 순간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에요. 피로가 쌓이면서 몸이 내 몸같이 느껴지지 않은 시기가 찾아오죠. 또 집안에는 큰일도 많이 생기고.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 사고가 터지면 우아할 수 있었던 감정의 끈이 끊어져 버려요. 이럴 때는 다소 이기적으로 느껴지더라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빠져 나오려고 노력해야 해요.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참아달라고 양해를 구해야 해요. 다른 일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게 중요해요. 또 가족은 이 같은 감정을 잘 겪어낼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해요. 당사자는 햇빛도 많이 보고, 일상적인 일도 무리가 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노력해야 하고요. 주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해요. 당사자가 스트레스 상태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주의를 기울여 줘야, 그 시기를 잘 지나갈 수 있어요.

 

남자들도 중년을 지나면, 눈물이 많아지죠. 자식들은 언제나 당당했던 아버지가 눈물을 보이면, 무척 당황하기도 해요.


젊은 시절까지 남자들은 감정을 절제하라고 강요 받았고, 조금이라도 이성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 비난을 받기도 했어요. 태어나 세 번 울어야 한다는 남자들의 감정을 통제해온 사회적 풍토도 있어요. 젊고 건강할 때, 대뇌피질이 튼튼하던 시절에는 그래도 그 가르침을 따를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50년 긴 세월을 보내며, 이성을 관장하는 대뇌 근육의 힘이 서서히 떨어지면 차곡차곡 쌓아왔던 감정들이 튀어나오게 돼요. 더 많이 참은 사람일수록 더 많이 서러울 거예요.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에요. 만약 감정이 폭발하지조차 못하면 침몰해 버릴 지도 모르니까요. 감정적이게 되는 걸 두려워하면 안 돼요. 그동안 눌렸던 것들이 숨을 쉬고 싶다는 신호니까요. 감정의 균형을 잘 맞추려면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것도 필요해요. 뇌가 필요로 하는 영양분은 ‘당분’이에요. 당분이 부족하면 시력이 떨어지고, 이성과 기억의 영역이 차단돼 치매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나이가 들면, 구취(口臭)도 점점 심해집니다. 젊은 사람들이 어르신들을 피하는 까닭이기도 하고요.


물을 자주 마시고 침이 마르지 않도록, 음식을 많이 씹어 삼키는 습관이 구취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후루룩 마셔버리는 것이 아닌 꼭꼭 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아침밥을 먹는 것도 구취 예방에 좋고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단순히 입 속의 문제만은 아니에요. 위의 상태가 나쁜 사람에게서 많이 발생하죠. 또 편도가 붓고 콧물이 흐르는 증상이 유독 심한 사람에게도 좋은 냄새가 나지 않아요. 아무리 양치질을 열심히 해도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요. 관리를 잘못한다고 비난할 일만은 아니에요. 나이 듦의 증거이기 때문에 어르신들에게 연민을 가질 필요도 있어요. 우리도 언젠가 연민을 받을 시기를 맞게 되니까요.

 

책을 보니, 침 뱉는 습관은 좋지 않다고 나와 있어요.


땀, 눈물, 콧물, 침, 위액. 소변까지 몸 안에서 도는 물기를 모두 일컬어 진액(津液)이라고 해요. 내가 뱉는 침도 단순히 그냥 맹물은 아닌 거죠. 내 몸의 기운이 서려 있는 액체라는 뜻이에요. 젊었을 때는 이 진액이 몸 안에서 원활히 순환하며 필요한 곳에 잘 고여 있지만, 나이가 들면 점차 새어나가기 시작해요. 몸 안에 진액을 보존할 힘이 없어지면서, 울지 않는데 눈물이 흐르고 가벼운 재채기에도 소변이 찔끔 새어 나오고. 소변이나 피, 땀, 눈물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침은 뱉지 않고 삼킬 수 있어요. 침을 삼켜 몸을 부드럽고 빛나게 할 수 있죠. 동의보감에는 ‘입안의 침이 신선이 쓰는 약과 같다’고 ‘회진법’으로 설명해놓았어요.

 

 

만나고-김희재

 

 

몸에 좋고 나쁜 것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생활습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능하면 험한 음식은 먹지 않고, 다이어트도 감히 도전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잠을 자고 2,3시간 밖에 자질 못했는데 요즘은 가능하면 길게 잠을 자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수면시간을 확보하려고 하는 건, 저에겐 엄청난 변화죠. 예전에는 워낙 일을 많이 해서, 줄일 수 있는 게 잠밖에 없어 수면 시간이 정말 적었거든요.

 

스토리전문기업 ‘올댓스토리’를 창업한지도 6년이 되었는데요. 직원들에게도 건강 관리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사옥 2층에 운동센터가 있어요. 따로 운동을 하지 않는 직원들은 대부분 여기서 운동을 해요. 회사 차원에서 내고를 좀 해서, 할인을 받을 수 있게 했어요. 예전에 한창 필라테스를 열심히 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강사를 사무실에 모셔서, 같이 운동하는 시간을 갖곤 했어요. 혼자 사는 직원들한테는 특히 더 잔소리를 좀 하죠. 잘 좀 먹고, 건강 좀 챙기라고요.

 

젊은 사람들 중에 건강불감증에 걸린 사람이 많아요. 잠깐 건강에 신경 쓰다가, 폭식을 하고. 군것질과 커피를 달고 사는 젊은 여성들도 많고요.


컴퓨터 모니터를 계속 봐야 하는 직업군도 많아졌고,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질 않잖아요. 산소 공급도 잘 안 되는 환경에서 일하는데, 앉는 자세도 잘못 되어 있고요. 제가 다이어트 20년의 노하우를 말해줘도, 아직은 젊다고 생각해서인지 실감이 안 되나 봐요. 몸에 좋은 걸 먹는 것도 중요한데, 내 몸에 좋고 나쁜 걸 구별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에요.

 

젊을 때부터 건강 관리를 하면, 아무래도 노화가 늦겠죠.


중년이 넘어가면 내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말 어마어마한 노력을 해야 해요. 하지만 20,30대는 조금만 노력하면 효과가 금세 보여요. 몸이 균형 잡힌 상태에서 중년을 맞으면 훨씬 피로가 덜하죠. 딸한테도 항상 하는 이야기가 지금 몸을 만들어 놓으라는 말이에요. 기초 공사가 부실하면 나중에 정말 힘들어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푸나요?


제 문제 중 하나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걸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몸이 많은 공격을 받았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풀기 위해서 뭔가를 해줘야 하는데, ‘나는 괜찮아’하고 다독이는 순간 몸은 힘들어지고. 딱히 스트레스를 받고, 풀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이런 경우는 있어요. 예배를 드리다가 유달리 폭풍처럼 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내가 그동안 쌓인 게 있었구나 싶어요. 예배를 드리거나 찬송을 부를 때, 자연스럽게 위로를 받고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감정기복이 심하지 않나 봅니다.


딸이 대학생인데, 키우면서 한 번도 안 때렸어요. 언젠가 딸이 그러더라고요. “나는 엄마처럼 못 키운다고. 때리면서 키울 것 같다”고. 직원들한테도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인데, 좋게 해석하면 컨트롤을 잘하는 거지만, 오히려 사람을 더 어렵게 만드는 단점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자기 감정을 잘 드러내는 사람은 쉬운데, 분명히 야단을 맞을 일인데 조용히 있으면 더 무섭고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때때로 직원들한테 사과해요. 당신들, 힘들 거 안다고요(웃음).

 

만나고-김희재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위로 받기를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했는데, 영화 연출을 공부하셨죠? 연출을 공부하다 시나리오 작가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당시 현역으로 활동하던 여성영화감독이 한 분밖에 없었어요. 정말 열악하고 힘들었어요. 제가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까, 현장을 견뎌야 하는 연출부부터 시작하기에는 무리였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만화 스토리 공모전에 글을 냈는데, 주최 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수상을 한 건 아닌데,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만화스토리 작가를 10년을 넘게 했어요. 그러다 다시 대학원에서 영화 전공을 했고 학교에서 만난 선배와 인연이 돼서 시나리오를 작업하게 됐어요.

 

영화 <공공의 적2>, 〈실미도〉, 〈한반도〉, 〈국화꽃향기〉 각색을 하고, 2011년에는 드라마 <더 뮤지컬> 극본도 쓰셨어요. 시나리오 작가로도 이미 명성을 얻었는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건, 어떤 동기였나요?


2004년부터 대학에서 영상시나리오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2008년도가 졸업생을 배출하던 시기였어요. 학생들이 어디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콘텐츠 비즈니스라는 업계가 굉장히 열악하다 보니, 스토리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음 작품도 계획하고 있나요?


드라마 각본을 계약해서, 현재 자료조사를 시작했어요. 내년 방송을 목표로 16부작인데, 고액 탈세자에 대한 이야기에요.

 

시나리오와 산문은 아무래도 집필 과정이 많이 다를 텐데요.


우선 시나리오를 쓸 때는 구상 단계가 굉장히 길어요. 집필에 투자하는 시간은 3분의 1도 채 되지 않아요. 구상과 설계가 대부분을 차지해요. 구상이 잘 되어 있으면, 머릿속에 이미 영상으로는 완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문자적 언어로 받아 쓰는 집필은 기술적인 부분이에요. 시나리오는 영상 언어로 변환되는 거라서, 문장이나 단어 선택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죠. 하지만 책을 쓸 때는 내 문장으로 바로 연결이 되는 거라서, 단어를 고를 때도 굉장히 신중해야 해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도 조심해야 하고요.

 

『나이 듦에 대한 변명』을 집필하면서는 어려움이 없었나요?


전체를 세 번이나 수정했어요. 심지어 서간체로 완성을 해놓고 다시 엎기도 했죠(웃음). 처음에는 이민을 간 한의사 이모가 서울에 있는 여자 조카에게 답장을 하는 콘셉트로 썼어요. 엄마랑 잘 지내가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많이 부딪히는 고민을 이모에게 털어놓고, 이모가 그에 대한 답장을 하는 이야기였죠. 전체 원고까지 완성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처음부터 다시 썼어요. 그만큼 되게 조심스러웠던 것 같아요. 내가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오류가 있거나, 오해가 있을 까봐 마음이 많이 쓰였던 것 같아요. 건강 지식과 관련한 부분은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았고요.

 

만나고-김희재

 

 

독자들이 『나이 듦에 대한 변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연세 드신 분들은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하고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고, 젊은 분들은 ‘우리 아빠가 이래서 이랬구나, 엄마가 변한 이유가 있구나, 직장 상사가 이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이해하면서 읽었으면 해요. 또,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나에게도 벌어질 일이니까 준비를 하고, 몸을 돌보는 습관을 갖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으면 해요.

 

책을 내며 ‘나이 듦’에 대한 생각을 더 깊게 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싶은가요?


잘 늙어가면 좋겠죠. 지력과 체력의 밸런스가 급격하게 무너지지 않고, 균형을 맞춰서 가다가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고 늙어 갔으면 좋겠어요. 먼 친척 어르신 중에 농담을 그렇게 재미 있게 하는 분이 있었어요. 명절 때마다 만나는 파파할머니였는데, 집 입구에 들어오면서부터 농담을 하셨어요. 그러니까 온 식구들이 할머니를 기다리고, 좋아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농담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나 싶어요. 어린 마음에도 그 할머니를 참 좋아했는데,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유머러스한 사람으로 늙어 갔으면 해요.

 


나이듦에대한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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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에 대한 변명 김희재 저 | 리더스북
저자는 책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나이 듦의 과정과 건강하고 품위 있는 생의 관리를 주제로 우아하게 노후를 맞는 방법을 전한다. 언젠가부터 작은 일에도 참을 수 없이 치솟는 마음속 울화, 주책없게 많아진 눈물 등 젊었을 때는 결코 알 수 없었던 갖가지 증상들. 저자는 이 같은 몸과 마음의 변화가 왜 나타날 수밖에 없는지, 또 언젠가는 누구나 맞이할 수밖에 없는 나이 듦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몸의 속도에 맞춰 삶을 준비해갈 수 있는 지에 대해 ‘변명’이라는 형식을 빌어 따뜻한 공감과 연민의 시선을 담아 풀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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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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