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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박 “망한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건어물녀, 질겅 질겅 씹어 먹는 이야기』 기대해 주세요 대한민국 청춘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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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중에 “망했어요.”를 이렇게 많이 들어보기는 처음이다. 그리고 망했다는 말을 지니박처럼 쾌활하게 내뱉는 사람도 처음이었다.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다 망했는지 궁금하다면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본인 소개와 함께 근황을 말씀해 주세요.

 

대학에서 생물공학을 전공했어요. 졸업하고 제약, 병원연구실 쪽에서 주로 일을 했고요. 곧 제약업계와는 안녕을 고할 듯싶어요, 후훗. 트위터, 페이스북에 써둔 글을 보고 몇몇 출판사가 책으로 내자고 제안해 주셨어요. 지금은 출판사를 선택하는 중인데, 가을에 책으로 나올 예정이에요.

 

어떤 책인가요?

 

책 제목은 『건어물녀, 질겅 질겅 씹어 먹는 이야기』가 될 텐데요. 망한 연애 이야기가 주에요. 나를 울렸던 그 자식에 대한 막말? 마스다 미리가 쓴 책을 보면, 잔잔하게 응원해주잖아요. 끝이 짠하고요. 저는 마스다 미리와 달리 좀 강하게 풀었어요. 그 자식은 이런 자식이었어, 이런 식이죠. 에세이이면서도 허구가 섞여 있고, 책의 장르를 명쾌하게 정하긴 힘든 글이에요. 그래서 편집하는 분이 어려워하고 있어요.

 

어떻게 책으로까지 이어졌나요.

 

장난으로 쓰기 시작한 글에 재밌다고 호응해 준 사람이 생기더라고요.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고 <쩨쩨한 로맨스> 감독님이 막내 작가로 섭외하고 싶다는 말도 해 주셔서 용기를 얻어 더욱 열심히 장난치기 시작했어요. 페이스북에 쓰기 이전에도 혼자서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예전 남자친구에게 편지를 자주 써 줬는데, 그때 발견했어요. 제가 글 쓰는 걸 좋아한다는 걸, 글 쓸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요.

 

어떤 부분에서 사람들이 호응해줬을까요?

 

남자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제 옛날 과거 이야기도 있고, 지인 이야기도 있고요. 글 속에 저와 여러분이라는 공저자가 숨어있죠. 그간 다른 사람들이 못했던 이야기를 독하게 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어, 요즘 ‘성괴’라고 성형미인을 비하하면서 조롱하잖아요. 그렇게 비판하는 사람들의 외모를 보면 그렇게 잘 난 것도 없어요. 저는 그 사람들을 겨냥하여 ‘자연미남이 성괴를 까네’ 하고 비꼬죠.

 

지니박.jpg

 

망한 연애 이야기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망했는지 공개할 수 있나요.

 

결혼 전까지 간 적이 있었어요. 이렇게 결혼 전 단계에서 깨진 게 굉장히 큰일인 줄 알았는데, 주변에 그런 일이 많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별일 아닌 거죠. 다만 쌓아온 사랑역사에 대한 허무함은 생겼어요.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성이 결혼에 품는 환상이 클 텐데, 결혼을 못 하고 30대를 맞으니 자괴감이 오더라고요. 그때 힘들었죠. 그래서 그 시기에 힐링 책도 많이 본 것 같아요.

 

책으로 힐링하셨나요?

 

내가 멘토가 되어주겠다, 이런 비장한 힐링책은 싫어해요. 그보다는 심리학자나 의사가 쓴 책을 많이 읽었어요. 양찬순 저자라든지 김해남 저자라든지. 그런데 심리 에세이를 읽다 보면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인 시점이 와요. 그때부터는 더는 힐링이 안 되더군요. 오히려 힐링, 자기계발을 비판한 『거대한 사기극』을 보면서 공감하기도 했고요.

 

연애를 ‘망했다’고 표현했는데요. 다른 쪽으로 ‘망한’ 이야기는?

 

망한 이야기 참 많아요. 직업도 여러 가지 바꿨고 월급도 떼였고요. 최악은 대학생 때 신생아실에서 했던 아르바이트에요. 밤새도록 신생아실 지키고 낮에는 학교 가는 생활의 연속이었죠. 그때는 어릴 때니까 가능했죠. 그런데 월급이 그때 기준으로 40만 원이에요. 그때는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다니기까지 했는데요. 몇 년 지나고 부르르 떨었죠. 

 

한때 꿈이 승무원이었는데요. 마침 친한 친구 엄마의 아는 친구가 승무원 준비하는 학원을 열었어요. 120만 원을 일시불로 지불하고 학원에 갔어요. 그곳에서는 메이크업만 계속 알려 줘요. 그리고 학원이 망했어요. 그때 배운 화장도 이상했어요. 스모키 화장을 알려 줬거든요. 이렇게 어렸을 때 당한 게 많아요. 20대 때 당한 경험으로 좀 독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이 사회의 청춘이 겪는 보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세요?

 

그렇죠. 아무래도 어릴 때 경험도 적고, 세상 이치에도 어두우니 당할 확률이 높죠. 스토킹도 당했어요. 상대방은 멀쩡하고, 카피라이터로도 잘 나간 남자였는데요. 어릴 때는 이게 사랑인지 집착인지 잘 분간이 안 돼요. 그래서 남자가 좋아해서 그랬다고 하면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요. 지금 필명을 쓰는 게 그때 지독하게 당한 스토킹 때문이기도 해요. 그리고 SNS 이용할 때도 여성이 특히 조심해야 해요. SNS 이용자 중에 아무래도 외로운 사람이 많다 보니 프로필을 거짓으로 올린 사람도 많거든요. 주변에서 한 남자가 SNS로 여러 여성과 사귀는데 정작 당사자는 모르는 경우도 봤어요.

 

채널예스는 평소에 어떻게 봐왔어요?

 

자주 본 건 아니지만 재미있는 기획이 많은 것 같아요. ‘독자와 만나다’ 코너도 그렇고요. 욕심이 있다면, 제가 ‘독자와 만나다’와 ‘만나고 싶었어요’에 동시에 출연한 최초의 사람이 되고 싶네요. 책 저자 쪽으로는 다른 매체보다도 ‘만나고 싶었어요’가 심층적으로 다루는 것 같아요.

 

채널예스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사회학자 엄기호가 쓴 『단속사회』를 봤는데요.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아요. SNS, 힐링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고요. 저자는 요즘이 경험치로 사는 세상이 아니고, 공감가는 세대끼리 뭉쳐서 남과 소통 안 한다고 지적해요. 힐링이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나는 세상인 거죠. 그리고 『침대 밑의 책』를 추천해요. 헌책방 운영하는 사람이 쓴 책인데 특이한 책을 추천해 주세요.

 

앞으로 어떤 길을 걷고 싶은지 한 말씀.

 

한 길을 계속 걸어간 사람도 대단하지만 제가 직장을 여러 군데 옮겨 봤는데 나쁘진 않았어요. 지금은 글을 쓰게 됐고요. 자기가 맞는 데를 찾아가고 추구하는 것도 좋은 듯해요. 출판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새싹뉴스>라는 곳에 북리뷰를 쓰게 됐어요. <지단시>라는 일일 소설 배달지에 기승병병(기승전망)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했어요.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진 않더라도 기획 쪽 일을 해보고 싶어요. 현재는 ‘삶과지식’이라는 작은 출판사에서 제의를 받아 거창하게 말하면 출판기획이고, 그냥 원고 방향 제시 정도의 소일거리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마냥 재미로 보는 책을 만들고 싶고요. 등단한 적 없고, 책을 내본 적 없는 저자를 ‘인디 작가’라고 한다면, 이런 인디 작가들이 알려지는 데 도움을 주고 싶기도 해요. 거창하진 않더라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으로 알린다든지 북리뷰를 쓴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독자에게 찾아가는 채널예스!

‘독자와 만나다’는 채널예스를 평소에 즐겨 읽는 독자가 주인공인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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