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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탄생과 인류 존재의 비밀

우주의 텅 빈 공간, 거기 무엇이 있었는가 진공의 역사로 알아본 우주 탄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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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주에서 우리 인간까지 모든 것이 탄생한 진원震源! 모든 것의 비밀을 간직한 진공의 정체가 온전히 드러나길 기대해 본다.

진공에 대한 소고小考

 

지구 궤도에 떠 있던 우주정거장에 위성 파편이 부딪치자, 밖에서 우주유영을 하던 우주인은 우주정거장에 매여 있던 가느다란 줄이 끊어지며 우주공간으로 내동댕이쳐진다. 우주인은 멀어져가는 검은 우주공간에 흰 점처럼 보인다. 영화 <그래비티>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지구 중력에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한편, 텅 빈 우주공간에 대한 공포심도 일었다. 영화 속 우주공간은 어떤 소리도, 빛도 없는 ‘진공’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실제 우주정거장이 떠 있는 지구 근처의 우주공간은 수소, 헬륨 등으로 붐빈다.

 

태양계에서 지구 근처보다 행성들 사이의 우주공간이 더 희박하다. 평균 1cm x 1cm x 1cm 공간에 10여 개의 분자만 발견되기 때문이다. 태양계를 벗어나면 어떨까.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은 더 희박하지만, 그래도 평균 1cm x 1cm x 1cm 공간에 1개 정도의 분자가 발견된다. 그렇다면 이 1개의 분자마저 없애 버린다면 무엇이 남을까.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 남을 것인가. 이 질문은 영국의 입자물리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프랭크 클로우스가 쓴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질문이다.

  

보이드

자연은 진공을 혐오한다

 

이 책의 원제는 『The Void』이다. 영단어 ‘void’의 사전적 의미는 ‘(커다란) 빈 공간, 공동空洞’이다. 이 책은 제목이 암시하듯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우주)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책의 본문에서 void란 단어는 때로 무nothing, 때로 진공vacuum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 책은 빈 (우주)공간, 무無, 진공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노력해 온 인류의 역사를 담고 있다. 고대 철학자들이 무無와 진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부터 양자역학을 포함한 현대 물리학에서는 진공의 정체가 무엇이라고 밝혀냈는지까지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토리첼리 같은 과학자들이 공기를 뽑아내며 진공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현대 과학, 특히 양자역학은 공기를 모두 제거하더라도 완벽한 진공을 만드는 것이 이론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어떻게 본다면 ‘자연은 진공을 혐오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원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진공은 텅 비어 있지 않고, 에너지, 입자, 장場 등으로 들끓고 있다. 즉 진공에서 전자와 양전자(반전자)와 같은 가상 입자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이를 ‘양자 요동’이라고 한다. 우주의 표준 모형에 따르면, 우주 속의 은하, 별, 행성, 그리고 인간은 태초에 있었던 이런 양자 요동에서 탄생했다.

 

아인슈타인의 최대 실수가 정답?

 

원자 규모의 미시 세계는 양자역학이 지배하지만, 우주 같은 거시 세계는 상대성이론이 지배한다. 1916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한 뒤 우주에 적용했을 때, 물질 간에 서로 잡아당기는 중력 때문에 우주가 불안정해 결국 붕괴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당시에는 우주가 정적이고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밀어내는 반反중력 역할을 하는 ‘우주상수’를 도입해 우주의 붕괴를 막았다.

 

하지만 몇 년 뒤인 1929년 에드윈 허블이 멀리 있는 은하들일수록 더 빨리 멀어진다는 사실, 즉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우주가 팽창하므로 붕괴될 염려가 없기 때문에 우주상수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아인슈타인 자신도 우주상수 도입이 자기 일생의 최대 실수라고 고백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났다. 두 팀의 천문학자들이 각각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더라도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 때문에 결국 팽창이 느려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우주 차원에서 서로 밀어내는 작용을 하는 존재가 필요해진 것이다. 정체를 잘 모르지만 척력을 가하는 이것은 ‘암흑에너지’라고 불린다. 역설적이게도 현재 암흑에너지의 유력한 후보는 아인슈타인이 도입했다가 버렸던 우주상수이다. 우주상수는 다름 아닌 진공 에너지이다. 진공 에너지는 텅 빈 것처럼 보이는 우주공간 곳곳에 균일하게 퍼져 있다고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에서 힉스 입자까지 밝혀지다

 

현재 우주를 설명하는 표준 모형에 따르면, 우주는 약 140억 년 전(좀 더 정확히는 약 138억 년 전) 빅뱅이라는 대폭발에서 생겼다. 빅뱅이 일어난 지 10-36초 뒤에 인플레이션(급팽창) 시기를 거쳐 우주의 크기는 1050배 이상 커졌다. 앨런 구스와 폴 슈타인하르트에 따르면 우리 우주가 가짜 진공에서 진짜 진공으로 옮겨갈 때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단순한 빅뱅이론에는 문제가 있었다. 우주는 거대 규모에서 물질 분포가 너무나 균일하고, 공간이 너무나 편평하다. 또 우주는 너무 넓어서 모든 영역에서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어디를 관측해도 우주배경복사라는 ‘태초의 빛’의 온도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우주가 급격하게 팽창함으로써 마치 고무판이 잡아당겨져 펴지듯이 공간이 편평해졌고, 작은 부분이 굉장히 커짐으로써 우리 우주는 어디서나 정보 교환이 가능했으며 온도와 밀도가 균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태초에 인플레이션이 진짜 있었을까. 2014년 3월 17일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존 코백 박사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이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해 원시 중력파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과학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원시 중력파는 인플레이션 때 시공간에 생긴 거대한 파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원시 중력파의 흔적을 발견한 연구팀은 인플레이션의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것이 사실로 검증될 경우 노벨상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한편 인플레이션 시기에 우주는 ‘다행히도’ 완벽하게 균일하지는 않았다. 양자역학의 효과에 따라 양자 요동이 생겼고, 이런 요동으로 인해 우주의 영역마다 온도와 밀도에 차이가 있었다. 이런 차이 덕분에 지금의 은하, 별, 행성, 더 나아가 우리 같은 생명체가 탄생했다. 만일 양자 요동과 그로 인한 차이가 조금이라도 달랐다면 우리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우주는 왜 인류가 창조되기에 그토록 알맞았던 것일까.

 

이에 대해 답을 하기 위해서는 우주가 탄생하던 초기 상태를 잘 알아야 한다. 초기 우주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합친 양자 중력 이론이란 대통일이론이 필요하다. 양자 중력이 지배하던 그 시기에 우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4차원보다 더 높은 차원이 있었을까. 아니면 우리 우주는 다중 우주 중의 하나였을까. 초기 우주를 실험으로 밝혀내려는 연구는 거대한 가속기에서 진행되고 있다. 2012년 6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이용해 힉스 입자보손의 존재를 입증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이 덕분에 힉스 입자의 존재를 예측한 영국의 피터 힉스 교수와 모든 물질에 질량이 생기는 과정인 ‘힉스 메커니즘’을 제안한 벨기에의 프랑수아 앙글레르 교수가 201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힉스 장에 의해 나타나는 힉스 보손이 발견된 것은 힉스 장이 진공에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고 전자, 쿼크 등의 다양한 기본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한다는 것이 사실임을 암시한다. 아울러 난해하기 짝이 없던 진공의 비밀도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우리 우주에서 우리 인간까지 모든 것이 탄생한 진원震源! 모든 것의 비밀을 간직한 진공의 정체가 온전히 드러나길 기대해 본다. 우선 이 책부터 독파한 뒤에 석학들의 연구 성과를 기다려 보자. 아니면 독자 중에서 누군가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14년 4월

진공의 모든 비밀이 적나라하게 밝혀지길 기대하며,

옮긴이 이충환



보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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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직전의 우주 보이드 The Void 프랭크 클로우스 저/이충환 역 | MID 엠아이디
이 책은 이러한 진공에 관한 오딧세이다. 고대 자연철학자들의 무에 대한 사유에서부터 시작해 양자역학을 포함한 현대 물리학의 최신 성과를 아우르며 텅 빈 것처럼 보이는 진공의 역사를 통해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어본다. 두려움의 대부분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이 책을 읽고 우주 탄생의 비밀을 엿보게 되면, 한동안 밤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즐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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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직전의 우주 보이드 The Void

<프랭크 클로우스> 저/<이충환> 역13,5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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