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자리 유성우 (출처: NASA 홈페이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군복무 중인 나는 새벽 2시경 해안가 절벽에서 후임병과 둘이서 야간경계 중이었다. 달이 뜨지 않은 밤, 바로 옆에 선 전우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밤의 색은 짙었다. 그의 숨소리만 아니라면, 잠시 그의 존재를 잊을 정도랄까? 어디선가 강력한 빛이 퍼졌다. 종종 늦은 밤에 소초에서 서치라이트를 바다에 비추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심야에는 드문 일이었다. 게다가 그 빛은 우리를 포함한 바다 전체를 비추는듯 싶었다. 순식간에 대낮처럼 환해져 전우의 놀란 얼굴을 확인하고 빛의 근원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눈 앞에는 엄청나게 밝은 빛덩어리가 저 멀리 바다 한 가운데로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대전 부근 산에서 진행한 하계 수련회 때 우연히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목격한 이후, 난 밤하늘에 매료되었다. 대학교에 진학하자마자 바로 천문동아리에 가입했다. 천체관측을 핑계로 밤마다 모여서 술판을 벌이곤 했으나, 망원경과 쌍안경으로 들여다본 우주의 신비는 신비함을 넘어서 동경의 대상이었다. 렌즈에 비친 우주는 분명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인 것 같은데,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억 년 전에 나타나서 그동안 광활한 우주 공간을 쉴새없이 달려와 그제서야 지구에 도달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유명한 유성우가 있는 날이면, 주변에 인공적인 빛이 없는 곳을 찾아 떠나곤 했다. 날씨가 좋으면 하룻 밤 사이 수백 개 이상의 별똥별을 봤다. 별똥별도 각기 개성이 있어서 1초도 안 되는 아주 찰라의 순간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했고, 어떤 녀석은 ‘하나, 둘, 셋’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인상을 남기며 떨어지기도 했다. 보통은 하얀 색이지만 노랗거나 푸른 빛을 띄기도 했다. 한꺼번에 두세 개의 별똥별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마치 깊은 산속에서 고생 끝에 산삼이라도 찾은 듯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렇게 수많은 별똥별의 경험이 있는 나에게도 군복무 중 목격한 이 어마어마한 크기의 별똥별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실제 크기가 얼마인지 감이 안왔으나, 지글지글 불타며 떨어지는 모습이 선명했다.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 같은 영화를 보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불에 타는 운석이 보이는데, 내가 본 건 그 축소형이었다. 수십 km 이상의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별똥별에서 생긴 빛은 검은 바다를 건너 내게로 넘어와 마치 하나로 연결된 느낌이었다. 시간을 재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10초 이상의 시간이 흐른 끝에 그 별똥별은 바다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후임병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 우리가 본 걸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과연 누가 믿기나 할까?”
지난 9일 밤 9시 무렵, 온라인에는 “경기도 수원 인근에 운석이 떨어졌다”라는 글과 함께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을 확인한 한국천문연구원은 “꼬리를 가지고 길게 떨어지는 것을 볼 때 우주에서 진입한 소행성이 대기권에서 불타 사라지는 별똥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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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별똥별이라 부르는 유성(shooting star, meteors)은 불타며 떨어지는 것이며, 운석은 별똥별이 완전히 타지 않고 지표면까지 떨어진 형체를 말한다. 별똥별은 우주 공간을 떠돌던 작은 먼지나 혜성이 남기고 간 덩어리가 지구 중력에 이끌려 들어와 대기와 마찰열에 의해 순간적으로 점화되면서 타는 현상이다. 별똥별이 많이 떨어지는 현상을 유성우라 부르는데, 우리날의 대표적인 유성우는 페르세우스자리, 사자자리, 오리온자리, 쌍둥이자리 등이 있다. 대기가 쾌청하고 주변 인공 불빛이 없으면 서울 밤하늘에서도 간혹 별똥별이 목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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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화면] 자동차 블랙박스에 찍힌 수원 운석 별똥별
다음날인 10일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 강모(57)씨는 파프리카 재배 비닐하우스 안에 깊숙하게 박힌 암석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암석의 무게는 9.36kg, 크기는 가로 18cm, 세로 14cm, 높이 12cm로 측정되었다. 지구상 암석보다 철 성분이 100배 정도 많아 운석으로 추정되지만 앞으로 2주 동안 암석 표면과 내부를 정밀 분석한 뒤에 운석 여부를 판명할 예정이다. 이 암석이 운석으로 판명될 경우, 최초의 발견자인 강모씨 소유가 된다. 운석의 가격은 순금처럼 시장가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워낙 희귀하기 때문이다. 보통 g당 10만원 정도로 순금의 40배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가격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 암석은 9억원을 훨씬 호가하게 된다. 국내에는 1943년 전남 고흥군 두원면에서 발견된 운석에 이어 두번째로 낙하지점이 확인된 운석이 되어 가치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운석이라면 대폭발과 큰 화구가 생겨야 하는데 진주 비닐하우스에는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운석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비교적 작은 운석은 공기저항이 강한 대기저층에서 속도가 급감하여 다 타지 않고 천천히 떨어질 수 있다’고 극지연구소와 서울대의 연구진은 말한다.
극지연구소 연구원의 의견에 상당수 네티즌은 조롱을 했다. 이렇게 큰 암석(또는 운석)의 크기면 적어도 주변이 폭탄 맞은 것처럼 구덩이가 생겨야 하는데 과학자라는 사람이 그런 것도 모르냐는 식이다. 정확한 결과는 열흘 후에나 알 수 있겠지만, 난 연구원의 의견에 공감을 한다. 내가 그동안 관측한 수천 개의 별똥별은 대부분 힘차게 지상으로 내려오다가 중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그 속도는 천차만별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보다도 더 빠르게 사라지기도 했고, 15년 전 바닷가에서 목격한 것처럼 10초 이상 걸리기도 했다. 이게 크기나 무게, 밀도와 상관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난 전문가가 아닌 그저 아마추어 천문가일뿐이니까.
[자료화면] MBC 뉴스 화면 캡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엇일까? 많은 의견이 있겠지만 과학자 에드윈 허블이 발견한 ‘우주의 팽창’이 절대적이다. 우리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우주의 팽창이 왜 그리 중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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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관찰하면서 가장 놀라운 점은 그 팽창의 정밀함이다. 만약 팽창의 속도가 점차 느려진다면, 매우 조금씩 느려진다고 해도, 심지어 백만분의 일 퍼센트만큼씩 느려진다고 해도 우주는 붕괴될 것이다. (중략) 반대로 만약 우주가 약간 더 빨리 팽창한다면, 심지어 백만분의 일 퍼센트만큼씩만 빨라져도 우주는 구조를 형성할 수 없다. 우주는 단순히 먼지로 확산될 뿐 생명을 탄생시킬 구조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우주가 생명이 탄생할 만큼 적절한 속력으로 팽창한 덕분에 우주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주 속으로 걷다』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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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토머스 스윔(캘리포니아 융합학문연구소 교수)과 메리 에블린 터커(예일대 산림환경대학원 교수)의 저서인
『우주 속으로 걷다』 를 보면 인상적인 내용이 많다. 영국의 유명한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우주의 적절한 팽창 속도를 비롯하여 모든 것을 반영하여 분석한 결과 새로운 측면에서 우주의 자연스러움을 깨달았다. 그는 우주의 세부 구조를 연구할수록, 우주는 우리 인간이 출연할 것임을 틀림없이 알고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한다고 말한다. 태초에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태초부터 이어진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어떻게 생명이 필연적으로 출현할 수 있었는지 알아가고 있다고 다이슨은 주장한다.
다이슨의 주장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우리는 아직 우주의 신비에 대하여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지식을 갖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까지 탐사선을 보내는데도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릴 정도이다. 우주에는 수천억 개의 은하가 있고, 각 은하에는 역시 수천억 개의 별이 존재하며, 그 흔한 별 중의 하나인 태양으로부터 지구는 에너지를 받으며 수십억 년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태양이 없으면 지구가 존재할 수 없듯이, 태양 역시 안드로메다 은하가 없으면 생겨날 수 없었다. 이런 광대한 우주 공간 속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혜성과 운석이 총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며, 그 중 일부가 며칠 전 한반도에 떨어진 것이다. 이 광활한 우주 공간 속에서 지구에 운석으로 떨어지는 자체가 로또 1등 당첨보다도 희귀한 것은 분명하다. 진주 비닐하우스에서 발견된 암석이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으로 판명된다면 놀라운 일이지만, 지구의 나이(약 45억년으로 추정)를 감안하면 그동안 지구 곳곳에 떨어진 운석은 가까운 어디선가 당신의 눈에 띄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추천 도서
우주 속으로 걷다
브라이언 토머스 스윔,메리 에블린 터커 공저/조상호 역/이태형 감수 | 내인생의책
다큐멘터리 영화, 교육용 DVD 등으로도 만들어지며 다수의 상을 수상한 『우주 속으로 걷다』 가 출간되었다. 이야기는 하나의 점에서부터 시간과 공간, 물질과 에너지 등 모든 것이 분리되어 나온 우주 빅뱅의 순간부터 시작한다. 원자의 출현과 태양계의 형성 등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가 하면, 지구에 생명체가 나타나는 순간부터는 단세포, 다세포 생물의 진화에 이어 인간의 기원을 탐험해 간다. 따라서 과학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고, 함축의 깊이가 가득한 구절을 음미할 때마다 새로운 뜻을 포착해 내는 즐거움이 있다.
유혹하는 우주
게르하르트 슈타군 저/이민용 역 | 옥당
20세기 천문학으로 그려낸 우주의 지도. 1998년 첫 출간된 이후 독일 교양과학 부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는 이 책은 블랙홀의 신비, 광활한 우주, 수학으로도 기술할 수 없는 세계, 물리세계와 정신세계의 보이지 않는 관계, 생명현상의 신비와 신의 존재 가능성 등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흥미로운 우주의 수수께끼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과학과 수학 나아가 신의 흔적까지 더듬으며 우주의 신비를 풀어나가는 이 책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우주와 그 속에 자리한 인간의 기원과 존재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평행우주
미치오 카쿠 저/박병철 역 | 김영사
미치오 카쿠는 이론물리학계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권위 있는 학자이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쓴 이 책은 논리적이고 냉철한 과학적 지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궁극에서 인간을 위한 과학을 지향한다. 대중매체를 통하여 대중과 호흡해온 미치오 카쿠는 우주론 연구의 핵심 내용 가운데서 큰 맥락을 짚어내면서도 독자들이 보다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도록 SF소설이나 할리우드 영화를 예로 들어가면서 흥미를 유발한다. 이 한 권으로 우주에 관해 당신이 궁금했던 모든 의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 사이언스북스
전 세계 60개국에 방송되어 6억 시청자를 감동시킨 텔레비전 교양 프로그램을 책으로 옮긴 칼 세이건(Carl Sagan)의 『코스모스(Cosmos)』. 현대 천문학을 대표하는 저명한 과학자인 칼 세이건은 이 책에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난해한 개념을 명쾌하게 해설하는 놀라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한다. 그는 에라토스테네스, 데모크리토스, 히파티아,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 다윈 같은 과학의 탐험가들이 개척해 놓은 길을 따라가며 과거, 현재, 미래의 과학이 이뤘고, 이루고 있으며, 앞으로 이룰 성과들을 알기 쉽게 풀이해 들려준다.
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 저/현정준 역 | 사이언스북스
인류의 위기 극복과 우주 시대의 실현을 위한 폭넓고 힘찬 메시지. 『창백한 푸른 점』 은 보이저 호가 찍어 보낸 사진 속의 지구이다. 그 작은 점을 대하면 누구라도 인간이 이 우주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는 유인한 존재라는 환상이 헛됨을 깨닫게 된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걸쳐 있는, 20세기 천문학의 성과를 거의 모두 담고 있다고 할 만한 사진들과 그림 또한 그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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