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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굶고 있어요

이 시대 아동, 청소년 인권의 실상을 파헤친 문제적 르포르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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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장바구니를 들고 행인들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사연을 다룬 ‘먹을 것 좀 주세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신문 아카하타 1면에 게재됐다. 이 기획 시리즈가 책으로 출간된 《우리 아이들이 굶고 있어요》는 발매된 지 4개월 만에 4쇄가 팔려나가며 다시 한 번 일본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교육정책 하에서 아동빈곤의 실태를 심도 있게 조명한 책으로 주목을 받았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우리 아이들이 굶고 있어요!』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 책은 소위 ‘경제대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아이들이 신자유주의 경제 및 교육 정책 하에서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대해 취재하고, 그 현실을 조명해 본 르포르타주입니다. 일본에서 2010년 가을에 출판되었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아이들의 현실은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오늘에도 변화하기는커녕 아베 정권의 극단적 노선에 의해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이 책이 한국에서 출판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저자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기쁜 한편으로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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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많은 아이들과 그 주변의 어른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는 ‘일본인’의 이미지와는 무척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분명한 현실입니다. 바로 이 점을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분명히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흔히 일본과 한국의 교육 사정이 무척 비슷하다고들 합니다. 학력사회, 경쟁주의, 암기 위주의 교과 교육, 그리고 규율을 강제하는 생활지도 등을 보면 이는 무척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이러한 문제들이 빈곤과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지요.


태평양전쟁 이후 ‘빈곤의 방파제’로 기능하며 사회적 격차를 좁히는 역할을 해오던 일본의 공교육이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경쟁교육?관리주의 교육’ 패러다임의 확산으로 인해 오히려 빈곤을 재생산하고 격차를 확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학과 공부를 따라갈 수 없거나 그밖에 다른 문제가 있다고 간주된 아이들이 학교로부터 배제되어 설 자리를 잃고 사회의 밑바닥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대부분 가정에서도 설 자리가 없음은 물론 사회의 지원 또한 거의 받을 수 없습니다.

 


이 책이 소개하는 아이들의 이러한 현실은 ‘신자유주의의 확산’이라는 점에서 일본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한국의 여러분께도 절실한 문제가 아닐까합니다.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 아닙니다. 단지 오늘날 일본의 사회구조가 그러한 논리를 강요하고 있을 따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책임론’은 사회적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려는 권력의 장치라고 할 수 있겠지요.

결혼?출산을 계기로 퇴직을 강요당하는 여성들은 출산 이후 대부분 재취업을 시도하지만, 그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시급 800엔(한화 약 8,400원)에서 1,000엔(한화 약 10,500원) 정도의 아르바이트 일자리뿐입니다. 면접을 보러 가면 늘 “아이가 열이라도 나면 어쩌려고요?”라는 질문을 받게 되는 현실 속에서 탁아소는 일을 하지 않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받아주지도 않습니다.


 

2014년 2월, 도쿄도 스기나미(杉?)구에서는 기존의 정원을 무려 1,800명이나 초과한 숫자의 아이들이 공립 어린이집에 몰리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열악한 여성취업의 현실도, 턱없이 부족한 어린이집도 결코 어머니들의 개인적인 노력을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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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일본의 경우 교육비에 있어서 보호자가 지게 되는 부담이 매우 무겁습니다.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이루어진다고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급식비, 교재비 등으로 적어도 연간 몇 만 엔의 돈은 필요하며, 입학을 하는 해에는 무려 10만~20만 엔이나 되는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는 아슬아슬하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가정들로서는 실로 엄청난 부담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국공립 고등학교의 수업료가 무상화 되었다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관계 당국은 끊임없이 소득에 따른 제한을 두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공립 고등학교 입학을 희망하던 아이가 입시경쟁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이 경우 아이는 무리를 해서 사립 고등학교에 가거나 그나마도 힘들다면 중학교 졸업장만 가지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기업의 대부분이 ‘고졸 학력’을 요구하고 있는 까닭에 ‘중졸’인 젊은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가진 직장이나 아르바이트밖에는 없습니다.

 

대학교육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국공립 대학이라고 해도 첫 해 납부금이 무려 80만 엔(한화 약 834만원)에 달하며, 이른바 장학금이라는 것도 반드시 상환해야 함은 물론 무이자도 아닙니다. 결국 이름만 바꾼 학자금 대출인 것이지요. 그 결과 대학 졸업과 동시에 수백 만 엔의 빚을 떠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는 공교육에 대한 부족하기 짝이 없는 지출로부터 비롯됩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고교 입시가 빈곤과 격차를 확대하는 또 다른 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3년간 어른이 되기 위해 ‘사춘기’를 거치게 되는 이 중요한 시기에 아이들은 입시 준비에 좇긴 채 경쟁주의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그 중 발달에 어려움을 안고 있거나 가정불화 등으로 학업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아이들은 학교로부터의 소외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어른에 대한 반발심으로 담배와 술 등을 배우거나 절도 등과 같은 범죄에 손을 대게 되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빈곤한 가정의 아이들은 가정적으로 차분히 공부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경쟁에 의해 점수가 주어지는 교육 시스템 속에서 진정한 독서의 재미조차 터득하기 힘듭니다.

 


저는 이지메(イジメ, 집단 따돌림)나 등교 거부, 학급 붕괴 등 오늘날 학교교육이 떠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배경에는 바로 신자유주의적 경쟁교육이 자리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당국은 전국학력테스트를 통해 아이들을 경쟁시키고, 학교에 순위를 매기고, 지자체에 따라서는 학교 예산 배분에 있어서의 차별화까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학교 평가나 지정된 연구 발표의 준비, 그리고 수업 준비 및 기타 잡무 등에 파묻혀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들어줄 시간적 여유조차 갖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또 교원평가제도는 교원들 사이의 인간관계조차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지던 교무실 풍경은 모두들 컴퓨터를 바라보며 각자의 업무에만 몰두하는 살풍경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양심적인 교원들이 “아이들과 어울려 놀 수 없게 됐다”며 현실을 개탄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기탄없는 대화를 나눔으로써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을 도모했던 선배 교사들의 경험이 더 이상 별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상황까지 와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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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들이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는 어떤 느낌으로 비쳐질까요? 제가 여기서 여러분께 특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러한 신자유주의 경쟁교육 노선이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을 ‘대동아전쟁’이라 미화하고, ‘위안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교과서 검정에까지 개입을 시도하는 이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과 한국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이 틀림없는 침략전쟁이었다는 사실을 모두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칠 수 있어야 합니다. 역사의 진보를 바란다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역사를 후퇴시키려는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 아이들에게 ‘침략 사실은 없었다’, ‘종군위안부는 거짓 증언이다’라고 가르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양국의 진정한 우호가 결코 이루어질 수 없겠지요. 이렇듯 역사적으로 이웃 나라를 짓밟아온 일본의 권력자들이 국내에서는 빈곤과 격차를 확대시키는 정책을 통해 아이들을 짓밟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만난 한 72세의 어르신은 “저는 태평양전쟁 당시 한반도에 있었습니다. 어렸지만, 당시 조선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침략자의 가족’이었지요.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와 교사가 되었지만, 계속 마음의 빚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삶의 원점에는 전쟁만은 안 된다는 하나의 원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침략전쟁을 일으켜 그 국민인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당시 일본 국민의 대부분은 침략을 위한 앞잡이로 동원되는 한편 전쟁의 피해자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고통스러운 경험을 거치면서 전후 일본 교육 관계자의 대부분은 ‘전쟁만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전쟁과 관련한 교과서 내용의 개악(改惡)과 국기(國旗)를 내걸고 국가(國歌)를 제창하게 하려는 교육 당국의 강요에 반대해 왔습니다. 바로 태평양전쟁 이전 극에 달했던 ‘천황절대(天皇絶?)’의 교육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더불어 ‘아이가 주인공’인 교육을 향한 실천을 거듭해온 것입니다. 이는 이 시대의 빈곤을 뛰어넘을 수 있는 미래 사회의 인재를 키우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빈곤을 타개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며 미래인(未來人)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은 이웃 나라와의 진정한 우호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침략전쟁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세력이 대자본과 영합해 권력을 쥐고 재계의 무도한 횡포에 대한 규제를 차례차례 완화하는 책동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어린이집도, 학교도 ‘시장화의 물결’ 속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사람 하나쯤 짓밟는 일에는 눈 하나 깜빡 하지 않는 이 잔악한 권력 앞에서 우리는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쪼록 이 책이 일본의 우리들과 한국의 여러분들이 서로에 대해서 잘 알게 되고 함께 다음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한국어판 서문


 


                            2014년 5월

〈신문 아카하타〉 사회부 오기노 에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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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굶고 있어요! 신문 아카하타 사회부 아동빈곤 취재반 저 | 미래를소유한사람들
교육비가 부족해 수업이 끝나고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결손가정, 가정불화로 인해 갈 곳이 없는 학생들,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집을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은 단순히 일본만의 현실이 아니라 우리 사회 아동?청소년들의 모습이라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을 정도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주역이 될 아동?청소년 인권의 현실이 과연 어떤 상황인지 외부인(일본)의 사례를 빗대어 묻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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