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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청소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청소년들을 둘러싸고 있는 역설을 꼬집다 『18세상』 저자 김성윤과의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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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7일, 동교동에 위치한 카페바인에서 책 『18세상』의 출간을 기념해 저자 김성윤과 함께하는 북토크 행사가 열렸다. 『18세상』은 현재 문화사회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있는 김성윤이 2011년 ‘한겨레 21’에 연재했던 칼럼, ‘김성윤의 18세상’을 보완하고 수정하여 나온 책이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오늘날의 청소년 문화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현 주소는 어떠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존과 다른 새로운 시선으로 10대 청소년들을 조명했다.

『18세상』 이 책의 제목은 청소년 인권운동가들이 만 18세 미만의 역설적인 인권현실을 꼬집기 위해 만든 표현에서 빌려온 것이다. 그의 책이 청소년, 10대에 대한 그 나름의 시각을 담은 것인 만큼 참석한 사람들 중에는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많았다. 그 중에는 아이와 함께 온 이들도 있었고, 자식에 대한 고민거리를 갖고 온 이들도 있었다. 강연을 하는 사람, 그리고 강연을 듣는 사람 모두가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우리나라 10대 청소년들에 대한 깊은 생각을 안은 채 한 자리에 모였다.
 

 작가만남김성윤

 


사람들과 청소년 문화, 담론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항상 벽을 느끼곤 한다는 그는 강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세 가지 전제를 두었다. 첫째, 청소년 담론에 대해 일체의 도덕적 판단을 중지시킬 것. 대화하는 사람들이 선험적 판단을 미리 한 채로 만나면, 아무래도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지기 힘든 것처럼 청소년 담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일단 낯선 상태로 청소년 문화를 보자는 뜻이었다. 둘째, 청소년 문화의 해석에 대해 어떠한 해답을 바라지 말 것. 그는 사람들에게 청소년 문화는 이런 것이라고 설득하거나 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다른 시각으로 청소년 문화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생각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소년 문제에 대한 대안을 묻지 않을 것. 그는 싸우고 부딪히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대안이라고 하면서 대안을 찾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일탈에서 창조성을 발견하다


『18세상』 제목부터 거친 그의 책은 조금 불편하다. 일반적으로 대다수가 청소년문화를 바라보는 시선과 다르게, 그는 오늘날 청소년들을 조금은 창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강연을 시작하기 앞서 그가 말했던 것처럼 이 책을 펼친 후 끝까지 다 읽지 못한, 아니 읽지 않은 사람들이 여럿 있을 것 같은 이유 역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청소년 문화를 이해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정작 낡은 방식, 구시대적 잣대로 청소년들을 바라보고 판단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 문제 현상에 대한 하나의 예로, 지난 2010년 경기도 일산에서 있었던 중학생들의 알몸졸업식 사건을 들며 이야기했다.

 

“근래 들어서 예술가가 아닌 사람이 이렇게 아방가르드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알몸졸업식에 관한 소식을 처음 접하고 많은 분들이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받으셨을 겁니다. 아까 말했듯이 잠시 도덕적 판단을 중지하고 알몸졸업식이 우리에게, 또 그들에겐 어떤 의미였을지 낯선 상태에서 이 현상을 살펴봅시다. 저는 개인적으로 알몸졸업식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환호를 질렀습니다. 어떻게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지? 왜 우리는 70년대 유신시대 때 사람들이 알몸으로 도로를 질주했던 것은 저항으로 보고 오늘날 고등학생들이 알몸으로 뛰어다니는 것은 학교폭력으로 규정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것부터 조금 의미심장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청소년들에게 알몸졸업식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자신들이 하는 행동에 대해 알몸졸업식이라는, 졸업식을 대체하는 의미의 이름을 붙이고, 교복을 찢고, 벗어버리고, 알몸상태가 되고. 그들은 왜 교복을 훼손의 대상으로 삼았을까요?”
 


작가만남-김성윤 

 

중고등학생들에게 졸업식이라는 것은 학교체제에 대한 일종의 해방이란 의미를 갖는다. 그는 오늘날 졸업을 앞둔 중고등학생들에게 졸업식과 입학식 사이, 그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은 그들의 동일성, 아이덴티티(identity)가 지워진 상태인 것이라고 말했다. 수감자들이 사회에 있다가 죄수복으로 갈아 입고 감옥에 들어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말이다. 공식적인 차원에서는 학생이 아닌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교복을 찢고 알몸으로 있는 상태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청소년들은 알몸으로 도로를 질주하며 그들만의 의식(ritual)을 행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김성윤은 청소년들의 이러한 행위에서 창조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도덕적 판단을 중지하고 보았을 때, 이 친구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정말 어마어마한 예술적 창조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알몸으로 있다는 것은 행위예술가들이 아닌 이상 생각해내기 어렵잖아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야기하자면 저는 이런 학생들에게 상을 주고 싶습니다. 자신들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굉장한 예술가적 기질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창조성이라는 측면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창조경제, 창의한국 등 많은 사람들이 창조성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데에는, 보수적인 사람이든 진보적인 사람이든 사람들이 나 자신을 포함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창조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투영된 것입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창조성은 더욱 중요한 덕목이 되어갈 텐데요. 하지만 우리는 정말로 사람들이 창조적인 잠재력을 보일 때는 낯설어 합니다. 창조성이라는 것은 기존에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독립을 해야지만 나오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일반적인 학교 졸업식을 거친 사람과, 자신들끼리 새로운 독립적인 시도를 해 본 사람과 창조적 역량이 누구에게 더 강하게 있느냐를 비교한다면 답은 뻔합니다. ”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벽


그는 사회적, 도덕적 문제에는 괄호를 쳐 놓은 상태에서 만일 우리가 가능성을 찾는다면, 일탈하는 청소년들에게서 더 많은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코드들을 충분히 발굴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창조성에는 기존에 우리가 자주 마주하는 익숙한 것들에 대한 비판의식도 두루 포함이 될 텐데, 이는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것이기에 대다수의 어른들은 청소년 문화현상이 나타날 때 일단 불편해한다. 그리고 현재의 사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을 억압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행동을 둘러싼 그의 생각에 대해 사람들이 반론을 제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을 것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이 창조성, 비판의식을 기르는 데 발목을 잡는 요소들을 가족과 학교, 그리고 청소년 자신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청소년들 스스로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잠재력이 우리 사회에서 내면화시키고 있는 이데올로기, 사회적 담론들에 의해 청소년들 스스로 자신의 발목을 붙잡게 되는 경우도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 세상의 십대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창조적이고 비판적인 정신을 가진 존재들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한 두 가지 싸움이 아닌 거죠. 가족이나 학교 내부에서도 싸워야 하고, 이 세상과도 싸워야 하고, 스스로와도 싸워야 하고요.”

 

 

작가만남김성윤


 
바람이 부는 방향을 바라보고 서있으면 역풍이지만, 바람을 등지고 서있으면 순풍이 된다는 말이 있다. 나의 아주 작은 변화로 상황이 완전히 다르게 변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내가 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일 것이다. 딱 들어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을 우리가 청소년들을 보는 시선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우리가 그들을 삐딱한 문제아로 규정하면 그들은 우리에게 고쳐야 할 문제로 다가오겠지만, 우리가 그들의 행동에서 나름의 창조성, 저항정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코드, 메시지를 읽어내려 한다면 우리 눈에 청소년들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우리는 10대 청소년들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아주 자세히 정면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청소년들을 진짜 이해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오늘날 청소년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조건들 속에서 그들 스스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청소년담론을 문제로 덮어놓을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새로운 차원으로 바라볼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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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상 김성윤 저 | 북인더갭
중2병에서 노스페이스 열풍까지 우리가 잘 모르는, 또는 안다고 착각하는 10대들의 문화를 파헤친 본격 10대 인문서다. 왕따, 학교폭력, 게임중독, ADHD 등 연일 터져나오는 청소년 관련 뉴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제대로 된 10대 인문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10대를 다룬 본격 인문서 『18세상』은 10대라는 블랙박스에 난마처럼 얽힌 사회적 의미와 한편으론 이 사회에서 구축당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자신들의 문화를 구축해나가는 10대들의 당당한 초상을 진지하게 들여다본 최초의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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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지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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