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그림책으로 마음 선물하기
친구를 사귀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어려워 하지 말고 용기내세요
사람들은 누구나 낯설음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익숙한 것만이 아니라 낯설고 때로 불편한 걸 받아들일 줄 알아야 성장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누군가 “야?”하고 부르면 “왜!”하고 대답해주면 된다.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사람이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러 번 느꼈기 때문이다. 상대가 믿음을 깨버릴 만한 말이나 행동을 보여줬을 때도 있었지만 실은 내가 오해하고 의심했던 적이 더 많다. 얼마나 나이가 들어야 이런 변덕스러운 마음을 접고 사람들을 진실하게 대할 것인가 생각해보니, 그래도 사랑하는 순간에는 진심으로 그들을 대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살면서 친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될 때가 많다.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친구에게 배신당할 때 과연 우정이란 어떤 것일까 새삼 의문이 든다. 드라마에 소개되며 갑자기 화제로 떠오른 케이트 디카밀로의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에는 동화의 복선 역할을 하는 작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손녀인 애빌린 튤레인이라는 열 살짜리 여자아이에게 토끼인형(에드워드 툴레인)을 선물한 할머니가 어느 날 잠자리에서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 속 공주는 많은 사랑을 받지만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다 숲에서 길을 잃은 공주는 간신히 마녀를 만나 도움을 청한다. 자신은 공주이며 반드시 도움을 주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큰일이 날 거라는 협박을 곁들였다. 마녀는 세상에 큰일은 이것밖에 없다는 투로 공주에게 묻는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대 봐라.”
만약 지금 나에게 마녀가 “네 친구의 이름을 대 봐”라고 묻는다면 나는 누구의 이름을 말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공주처럼 단 한 사람의 이름도 말하지 못해 멧돼지로 변할지는 않을까. 어쩌다보니 지금 우리들의 인간관계는 문화인류학자 엄기호의 말처럼 ‘예절바른 타인’들로만 이뤄져있을 뿐이니까.
3월은 새 출발을 하는 때다. 새 학년 새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친구를 사귀는 건 아니라서 친구를 사귀느라 몸살을 앓는 아이들이 했다. 그때마다 내가 했던 이야기는 ‘관계는 선빵’이라는 거였다. 쉽사리 말을 걸기 어렵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다면 그에게 지우개라도 던지고 주워달라고 해라. 그러면서 친해지는 거라는 게 내 주장이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그림책이 있다. 크리스 라쉬카의 <친구는 좋아>라는 책이다. 책장을 펼치면 한눈에 보기에도 껄렁껄렁하고 활달해 보이는 아이가 비딱하게 서 있다. 아이는 어깨를 움츠린 채 소심하게 서 있는 어떤 아이를 다짜고짜 “야?” 하고 불러 세운다. 그러고는 생전 처음 보는 주제에 소심한 아이에게 안부를 묻는다. 소심한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친구가 없어서 사는 게 재미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바로 껄렁한 아이가 “우리 친구하자”고 제의한다.
요즘은 아이들도 끼리끼리 논다고 한다. ‘강남에 사는 아이들은 먼저 아파트 평수를 물어보고 친구를 사귀고, 지방 산업단지에 사는 아이들은 부모가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에 따라 다르게 논다’라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날 때 “집은 잘 사나, 머리는 똑똑한가, 돈은 많은가, 사귀면 도움은 좀 될까“ 하고 혼자 계산기를 두드려서야 친구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친구는 저절로 되는 것에 가깝다. 마치 그림책 속의 두 아이들처럼 겉으로는 서로 달라 보여도 누군가 “야” 하고 먼저 말을 걸어주면 금방 친구가 된다.
종종 아무런 군더더기 없는 어린이의 마음을 적확하게 표현한 이런 그림책을 보면 놀란다. 작가는 아주 짧은 단어만을 이용해 친구 사귀기란 이런 것이라는 듯 모법답안을 보여준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피부가 검고 헐렁하게 옷 입은 아이와 반듯한 옷차림의 다른 아이가 서로 인사를 주고받듯, 부모와 아이 혹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역할 놀이를 좀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새 학기에 반 아이들 모두 이런 식으로 인사만 주고받아도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사람들은 누구나 낯설음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익숙한 것만이 아니라 낯설고 때로 불편한 걸 받아들일 줄 알아야 성장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누군가 “야?”하고 부르면 “왜!”하고 대답해주면 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러셀 에릭슨 글 / 김종도 그림 |사계절
두꺼비와 올빼미라는 절대 친해질 수 없는 두 동물이 서로 친구가 되어 가는 이야기.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따뜻하게 플어 낸 저학년 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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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문학을 공부했고 웅진출판과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일했다. 현재는 책과 출판에 관해 글을 쓰고 방송을 하는 출판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다. [황정민의 FM대행진]에서 ‘한미화의 서점가는 길’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겨레신문]에 어린이책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시대 스테디셀러의 계보』 『베스트셀러 이렇게 만들어졌다 1-2』 등의 출판시평과 『잡스 사용법』, 『책 읽기는 게임이야』,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 등의 책을 썼다.
<크리스 라쉬카> 글,그림/<이상희> 역9,900원(10% + 5%)
친구를 사귀는 것, 우정을 지켜 나가는 것은 아이들에게 또 모든 인생에게 중요한 일입니다. 친구와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옛날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이 책은 칼데콧 상 수상작가인 크리스 라쉬카가 우정의 본질을 30여 단어만으로 표현해낸 그림책입니다. 목탄으로 스케치한 후 수채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