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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게임: 셜록홈즈2>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 게임

셜록 홈즈와 잭 더 리퍼의 잔혹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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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라는 이름만 들어도 여러 남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영국의 셜록, 베네딕트 컴버배치, 미국의 셜록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리고 시즌1 때부터 셜록으로 열연하고 있는 무대 위의 김도현까지.

셜록 홈즈는 사회생활에는 문제가 있을 만큼 사소한 것에 예민하고 집착이 크지만, 그만큼 예리하고 관찰력이 굉장한 캐릭터다. 생각에 몰두해 있느라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창의적이고 놀라운 발상으로 답이 없는 사건을 돌파해나가는, 형사도 경찰도 아닌 제도 밖의 탐정.
 
물론 영국의 셜록은 참으로 스타일리쉬한 패션과 외양을 뽐내지만, <셜록> 본연의 캐릭터는 그대로다. 홈즈의 셜로키언(미국), 홈지언(영국)이라고 불리는 열성 팬까지 거느린 홈즈는 이제 모든 이야기 장르에서 새롭게 더 세련되게 등장하고 있다. 셜록 홈즈의 저작권이 2000년에 만료되면서, 영화, 드라마, 뮤지컬에서 자유자재로 창작되고 있다. 전편에 이은 <셜록 홈즈2: 블러디게임> 역시 노우성 연출, 최종윤 작곡가 등 한국 크리에이티브팀이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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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홈즈>는 2011년 처음 무대 위에 선보일 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된 시즌제 뮤지컬이다. 한밤중 런던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앤더슨가의 비밀’은 추리물, 잔혹한 살인마 잭 더 리퍼와 홈즈의 대결을 그린 ‘블러디게임’은 스릴러물, 이후 만나게 될 세 번째 이야기는 어드벤처 물로 기획됐다.
 
두 번째 이야기인 ‘블러디게임’은 1888년 영국 런던의 뒷골목 화이트 채플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섯 명의 창녀가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잭 더 리퍼의 이름으로 보내진 편지가 런던 경시청에 도착한다. 경시청의 의뢰를 받은 홈즈는 잭 더 리퍼와 한판 승부!
 
홈즈는 ‘재밌어! 재밌어!’를 외치며, 게임에 임하는 어린아이처럼 흥분하며 이 사건에 몰두하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잔혹한 두뇌 게임 속에서 홈즈는 스스로 놓은 덫에 걸리기도 하고, 살인을 막지 못해 패닉에 빠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장난기 가득한 홈즈가 고민하고 흔들리는 대목에서 사건은 훨씬 진지해지고 깊어진다. 
 
런던 시민들은 그저 소식이 들리는 대로, 홈즈를 영웅으로 추앙했다가, 금세 원수라고 원망해버린다. 홈즈와 잭 더 리퍼 사이의 긴장감이 극단을 넘나들 수 있도록 사건을 촘촘하고 박진감 넘치게 구성했다. 단서를 발견하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추리물의 기본 재미 역시 놓치지 않는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어울리게 무대는 어둡고 음습한 기운이 가득하다. 앙상블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잔혹한 사건 현장도 극적으로, 충분히 무시무시하게 연출해냈다.
 
‘절대적’인 것은 ‘절대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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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홈즈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추리 과정에 힘을 주었다면, 2부 <블러디게임>은 런던의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와 종교적인 성스러움을 부각해 선과 악을 극대화하고 있다. 더불어 그 선과 악의 거리가 얼마나 좁은지, 때로는 절대적인 선을 지키기 위해 극 속에서 사람들은 악마를 자처하기도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이상한 설정만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선이든 악이든 간에 언제나 ‘절대적’인 것은 위험하다. 선하다거나 혹은 악하다는 관념만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군가를 존경하거나 미워하는 일은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 나중에는 ‘선과 악’이라는 명분이 그 실체를 뛰어넘어, 절대 선을 지켜내기 위해 악마가 되는 일이 일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절대 악마치고 이야기 속에서 구구절절한 사연 없는 악마 없다. 어쩌면 그 사연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악마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비밀이 극적으로 풀어지고, 악마 같은 존재의 실체가 밝혀졌을 때, 그 진실이 단순히 추리적 쾌감만 준 게 아니라, 마음에 감동도 준다. 캐릭터의 힘이고, 탄탄한 서사의 힘이지만, 거기에 매력적인 배우들의 연기가 큰몫을 했다.
 
사건 앞에 두 눈을 번뜩이고,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흥분을 느끼는 악동 같은 셜록 홈즈의 모습을 연기하는 김도현은 상상 속의 셜록 홈즈 바로 그 모습이다. 열 손가락을 모으고, 고개를 까딱거리는 특유의 동작도 셜록 홈즈를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인 마크가 되었다. 그 여전한 모습을 무대에서 다시 만나니, 이전에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을 만나는 것마냥 반가웠다.
 
<셜록홈즈1>의 이야기가 전부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지만, 캐릭터의 힘 덕분에, 특유의 인상만큼은 생생하게 남았고, 2부는 그 인상을 ‘셜록홈즈’만의 것으로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물론 1부를 보지 않은 관객들 역시 2부 <블러디게임>만으로도 셜록홈즈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김도현 외에 송용진도 함께 셜록을 연기한다. 셜록의 조수이자 좋은 동료 왓슨은 이영미가 맡았다. 원작과 달리 여자 동료다. 셜록과 함께 노래할 때 화음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고, 사건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셜록을 뒷받침해주는 꼼꼼한 동료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설정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셜록과 함께 잭 더 리퍼를 쫓는 경찰 클라이브로는 <노틀담의 꼽추> <두도시 이야기>에서 열연한 윤형렬이, 천사 같은 캐릭터로 사건의 열쇠를 쥔 마리아는 정명은이, 그녀의 오빠 에드거는 이주광이 연기한다. <셜록홈즈2: 블러디게임>은 3월 30일까지 압구정 BBC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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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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