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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을 꿈꿨던 청춘의 뜨거운 실패담 -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세상이 우릴 기억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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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우리를 잊지 못하게 될 거”라고 노래를 부르는 패기와 오기로 무장한 두 사람. 사랑도 삶도 세상 사람들에게 기념비 될 만큼 거창하게 치러내고 싶은 두 사람에게는 도둑질은 그저 ‘껌’이다. “까짓 거 들어가고 나오고, 아무것도 아니지.” 계획대로라면 그뿐인데, 별거 아닌 인생이, 도둑질이 그리 호락호락하던가. 보니와 클라이드의 삶은 점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쏠려간다.

“이제 더는 못 참아. 여기서 이렇게 살다 죽을 순 없어.”


1930년대 미국.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불황기 미국에서 꽃다운 청춘을 맞게 된 보니와 클라이드의 절규다. 한국 어디선가 들을 법한 절규이기도 하다. 청춘이란, 바라는 일보다 원치 않는 일이 더 많이 벌어지는 시기니까. 게다가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한바탕 강타하고 난 지금, 불황이라는 말은 어느 나라 청춘에게도 낯설지 않은 말이 되어버렸으니까. 지금으로부터 80년도 전에 살았던 20대, 두 사람의 목소리가 지금까지 울림이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물론 그 둘의 절규, 누구의 것보다 뜨겁고 간절하다. 그 둘은 그저 평범하게 잘 살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역사에 남는 전설이 되고 싶었던 청춘들이었으니까.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가 매력있는 까닭은 이런 야망 넘치는 젊은이들의 처절한 실패담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우리를 잊지 못하게 될 거”라고 노래를 부르는 패기와 오기로 무장한 두 사람. 사랑도 삶도 세상 사람들에게 기념비 될 만큼 거창하게 치러내고 싶은 두 사람에게는 도둑질은 그저 ‘껌’이다. “까짓 거 들어가고 나오고, 아무것도 아니지.” 계획대로라면 그뿐인데, 별거 아닌 인생이, 도둑질이 그리 호락호락하던가. 보니와 클라이드의 삶은 점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쏠려간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뜨거워서 혹은 두려워서


폼 나게 살 정도면 그만이었던 도둑질이 살인으로 이어지고, ‘매력적인 빨간 머리’ 정도의 칭송이면 족했을 언론의 관심은 두 사람의 목숨 값을 높여 급기야 클라이드의 형과 형수를 죽음으로 몰게 된다. “유명해지고 싶”고 “전설이 되고 싶”던 두 사람의 간절함은 결국 대책 없이 변질하고, 가슴 뛰게 하던 두 사람의 흥분은 한순간에 거대한 두려움으로 뒤바뀐다.

이 두 커플의 통제 불가능한 에너지가 무대를 이끌어가는 강렬한 힘이다. 사랑도 도둑질도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각오로 임하기에 관객에게까지 둘의 온도를 고스란히 전한다. (보니와 클라이드는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지만 관객이 공유할 수 있는 건 두 사람을 떨리게 하는 가장 표면적인 에너지, 그뿐이다. 키스신, 총격신 등 수위 높은 장면들이 순간순간 눈길을 끌긴 하지만, 두 사람 삶과 캐릭터를 진지하게 이해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이야기다. 단지 불황기라는 시기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감옥을 오가기를 연거푸 반복하면서도 ‘마치 죽고 싶어하는 것처럼’ 위험한 범죄에 뛰어드는 클라이드, 누구 앞에서도 당차고, 유명한 영화배우를 ‘간절히’ 꿈꾸면서도 클라이드 앞에서는 그저 순종적인 연인으로 만족하는 보니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두 사람이 도대체 왜 그렇게 목숨을 걸고 무대 위에서 달리고 뛰는지, 절박감을 이해하기 어렵다. 멋진 장면, 화려한 소품 보여주고, 좋은 대사 들려주고 관객 마음에도 ‘들어가고 나오고’ 껌일 것 같지만, 독자의 마음을 훔치는 일도 생각만큼 만만치 않은 탓이다.


실제 클라이드와 보니의 사진

무대 위에 펼쳐진 스크린에는 실제 보니와 클라이드의 사진이 등장해, 무대 위의 장면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각인시킨다. 사진 속의 보니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배우 다나, 사진 속의 클라이드와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우 한지상을 보는 경험은 색달랐다. 이 뜨거운 사랑이, 이 놀라운 범죄가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묘한 기시감은 관객을 극 속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요소다. 다만 화려한 겉모습뿐 아니라 그 둘의 내면까지 잘 담아낼 수 있었다면 훨씬 매력적인 작품이었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작품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스칼렛 핌퍼넬> <드라큘라> <루돌프> 등의 음악을 작곡한 프랑크 와일드혼의 최신작이기도 하다. 누나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아기병사 박형식,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뮤지컬배우 한지상, 엄기준, 가수 샤이니의 키(key)가 클라이드를 연기한다. 한지상은 노련한 나쁜남자 역으로 보니와 관객들을 설레게 한다. (당신이 클라이드를 연기하는 남자 배우의 팬이라면 이 뮤지컬은 잔인하기 짝이 없는 작품이다. 팬들의 가슴을 부여잡게 할 러브씬이 많기 때문이다.)

클라이드의 사랑과 입술을 독차지하며 여자 관객들의 질투를 유발하는 보니 역으로는 파워있는 가창력을 뽐내는 안유진, 리사, 그리고 다나가 연기한다. 뮤지컬 배우 이정렬과 더불어 김민종이 클라이드의 형, 벅으로 등장한다. 남다른 비주얼을 선보이는 탤런트 김민종은 시종 불안정한 음정으로 노래하는데, 아직 뮤지컬 무대 도전이 때이른 게 아닐까 싶다. 이 거침없고 뜨거운 커플은 10월 27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사랑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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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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