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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화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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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도착하기 훨씬 전, 태곳적부터 화성인이 존재했을 것이고 그들은 어떤 역사를 가졌고 또 어떻게 멸망한 것일까. 최근 화성에 도착한 탐사선이 보내오는 자료들에 의하면 물과 박테리아 정도의 생명체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먼 옛날에는 그 이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화성 연대기』 에서 지구인에게 결코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화성인이 있었던 것처럼.

중학교 시절, 동서추리문고에서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 를 발견했다. 인류가 처음 화성에 갔을 때 벌어진 사건부터 화성인이 멸종하고 그 후 인간이 정착하여 개척을 하여 도시가 생기고, 지구의 혼란 때문에 다시 텅 비어버리기도 하는 화성의 오랜 시간을 다룬 SF 다. 영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화성 연대기』 에는 단지 소설에 묘사된 시대 이상의 시간이 느껴졌다. 인간이 도착하기 훨씬 전, 태곳적부터 화성인이 존재했을 것이고 그들은 어떤 역사를 가졌고 또 어떻게 멸망한 것일까. 최근 화성에 도착한 탐사선이 보내오는 자료들에 의하면 물과 박테리아 정도의 생명체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먼 옛날에는 그 이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화성 연대기』 에서 지구인에게 결코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화성인이 있었던 것처럼.

화성에 대해서는 고대부터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붉은 색으로 떠오르기 때문에 동양에서는 불을 뜻하는 화(火)를 써서 화성이라 불렀고, 그리스에서는 전쟁의 신인 아레스(Ares)라 칭했고 로마에서는 마르스(Mars)라고 불렀다. 더 이전으로 가면 바빌로니아에서는 네르갈(Nergal, ‘위대한 영웅’ 또는 ‘전쟁의 왕.’ 원뜻은 ‘커다란 집의 주인’)이라 불렀고, 이집트에서는 Har Decher(붉은 것) 혹은 '죽음의 별'이라고 불렀다. 아마도 피와 죽음을 연상시키는 ‘붉은 색’ 때문이겠지만 화성에 대한 이야기는 유난히 전쟁, 죽음에 연관된 것이 많다.

화성이 대중에게 깊이 각인된 것은 1898년 발표된 H.G. 웰즈의 『우주 전쟁』 덕분이었다. 『우주 전쟁』 은 소설로도 유명하지만, 1938년 오손 웰즈가 연출한 라디오극 <우주 전쟁>이 막대한 공헌을 했다. 실제 상황인 것처럼 연출한 『우주 전쟁』 은 정말로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한 것으로 착각한 사람들이 패닉에 빠져 큰 혼란을 빚었다. 1950년대에 인기였던 지구 침공영화의 단골은 화성인이었다. 화성에 외계인이 있다는 상상은 19세기 말에 시작되었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는 1877년, 화성에서 ‘cannali’(거대한 홈)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단어의 정확한 영역은 ‘channels’였지만 당시 화제였던 수에즈 운하 때문인지 운하(canals)로 번역되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운하’라는 오해가 퍼져나가면서 화성에 가는 사람들, 화성에서 지구로 온 외계인의 이야기가 소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1912년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스페이스 오페라 <화성의 프린세스>가 등장했다. 수수께끼의 게이트를 통해 미국인이 화성에 가서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다. 각색된 영화 <존 카터>는 저평가되었지만 ‘우주 활극’으로서는 나름 즐겁고 흥미롭다. 필립 K. 딕의 소설 『화성의 타임 슬립』 과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도 화성이 배경이다. 폴 버호벤의 걸작 <토탈 리콜>에도 화성이 등장하는데, 역시 딕의 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가 원작이다. 팀 버튼의 <화성 침공>, 존 카펜터의 <화성인 지구 정복><화성의 유령들>을 비롯하여 화성, 화성인이 나오는 작품은 너무나도 많다. DC의 슈퍼히어로인 마샨 맨헌터는 마지막 남은 화성인이다. 변신, 텔레파시, 변신, 지능 등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능히 슈퍼맨과도 대적할 정도이지만 불을 두려워하는 트라우마가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에 대한 관심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인류보다 우월한 문명을 가진 화성인이 침공한다거나 이미 배후에서 우리를 지배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인간이 화성에 이주하여 정착을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상상하는 이야기도 있다. 괴이한 생물이 사는 정글이나 왕국으로 상상하기도 하고, 화성의 문명이 인간과 공존하는 상상도 가능하다. 그 중 하나는 ‘고대 외계인’ 설에 기반을 둔 다양한 상상이다. 고대 외계인설은 이미 오래 전에 외계인이 지구에 찾아와 인류의 탄생, 문명에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에일리언>의 프리퀄인 리들리 스코트의 <프로메테우스>도 고대 외계인설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고대 외계인’설에 관심이 있으면 국내 히스토리 채널에서도 방영한 다큐멘터리 <고대의 외계인>을 보면 자세하게 나온다. 2009년에 시작된 <고대의 외계인>은 인기가 좋아 5시즌까지 만들어졌다. ‘고대 외계인’설은 『신들의 전차』 의 에리히 폰 데니켄 등이 주장하며 70년대부터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고, 댄 오배넌이 시나리오를 쓴 <에일리언>의 ‘엔지니어’라는 존재도 그 영향을 받았다. ‘고대 외계인’에 대해 궁금하다면 『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 으로 시작하여 『틸문, 그리고 하늘에 이르는 계단』 『신들의 전쟁, 인간들의 전쟁』 등으로 이어지는 제카리아 시친의 지구 연대기를 보면 된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미션 투 마스>는 화성으로 향하는 탐사대의 이야기다. 중반까지는 우주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이 긴박하게 그려진다. 거장의 탁월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화성에 겨우 착륙한 탐사대는 인간의 얼굴 모양을 한 거대한 바위를 향해 간다. 그 안에 들어가서 화성인이 오래 전에 만들어 둔 이미지를 보게 된다. 화성의 문명이 종말로 치닫고, 지구로 향하여 새로운 인간과 문명을 만들어낸 이야기를. 치밀하고 과학적인 SF에서 갑자기 음모론과 고대 외계인설로 널뛰기를 해 버린 탓에 <미션 투 마스>는 흥행이나 비평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극찬을 받았지만.


<미션 투 마스>에 나오는 인면암은 화성 탐사선 바이킹 1호가 1976년에 찍은 사진 중의 하나였다. 귀를 덮은 모자를 쓴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사진은 화성에 문명이 존재했다는 증거로 종종 인용되었다. 하지만 NASA에서는 햇빛과 그림자에 의해 인공물처럼 보일 뿐이라고 주장했고, 90년대 말 다른 탐사선이 찍은 사진을 통해서 인면암의 또다른 모습을 공개했다. 새롭게 공개된 사진에는 얼굴이 아니라, 얼굴처럼 보일 수도 있는 거대한 바위가 있었다. 논란은 종식되는 듯 했지만 다른 이야기들이 나왔다. 1958년 발간된 잭 커비의 『화성의 얼굴』 이라는 만화가 있다. 제목과 표지부터 화성의 인면암을 제시한 『화성의 얼굴』 은 화성 탐사대가 도착하여 인면암 아래에 있는 통로를 통해 지하세계로 내려가 화성인과 만난다는 내용이다. 1960년에 나온 아서 C 클라크의 화성을 배경으로 한 소설 『Against the Fall of the Night』 의 표지도 수상하다. 역시 당시에는 알 수가 없을 인면암이 등장한 것이다. 두 작품 모두 세워진 형태가 아니라, 바이킹 1호의 사진처럼 지표면에 누운 상태의 인면암을 보여주고 있다.

인면암에 대해서는
『신의 지문』 으로 인기 작가가 된 그레이엄 헨콕이 쓴 『우주의 지문』 에 상세하게 나와 있다. 『나사, 그리고 거짓의 역사』 를 쓴 과학자 리처드 C. 호글랜드는 인면암이 있는 화성의 시도니아 지역에 대한 사진들을 조사한 결과 인면암 서쪽에는 다면체 구조물들이 있고, 북서쪽 아래에는 피라미드처럼 보이는 지형, 남서쪽 아래에는 원뿔 모양의 거대한 물체가 있다는 것을 발표했다. 이후 다른 연구자들은 시도니아 지역의 인면암을 포함한 구조물들의 배치가 영국의 고대 유적지인 에이브버리 지역과 기하학적으로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화성인이 지구에 와서, 자신들의 고향에 있던 지역을 그대로 복제했다는 의미다. 믿거나 말거나.

어쩌면 이미 1960년대에 화성에 대한 정보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음모론의 세계로 더 들어가면 이런 이야기도 있다. 1997년 영국 앵글리아 텔레비전의 <사이언스 리포트>라는 프로그램에서 ‘얼터너티브3’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1960년대 초 달과 화성에 인류의 거주지를 만드는 ‘얼터너티브 3’라는 비밀 프로젝트가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60년대 초 미국과 유럽의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실종이 잦아 소련에서 납치한 것이 아닌지 조사를 하다 보니 ‘얼터너티브 3’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과학자, 엔지니어, 군인 등을 중심으로 엘리트를 선발하여 달과 화성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이미 거주지를 건설하여 달과 화성에 살고 있다는 것. 역시 믿거나 말거나.

최근에는 화성에 간 패스파인더, 큐리오시티 등이 계속해서 화성의 사진을 보내오고 있다. NASA에서는 편도로 화성에 갈 민간 탐험대를 모집한다는 발표도 했었다. 1970, 80년대에 상상하던 것처럼 우주여행이 일상화된 21세기는 아니지만, 조만간 화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쏟아질 것 같다. 단지 상상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로서. 우주공간에서 사고를 당해 지구로 돌아오기까지의 상황을 그린 영화 <그래비티>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당장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화성에 가는 지구인의 이야기도 곧 ‘가능한 현실’이 되지 않을까. 사구가 유의 만화 『테라포마스』 처럼 인간이 의도적으로 화성에 번식시킨 바퀴벌레들이 변형되어 인간을 공격하는 것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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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영화평론가. 현 <에이코믹스> 편집장. <씨네21> <한겨레> 기자, 컬처 매거진 <브뤼트>의 편집장을 지냈고 영화, 장르소설, 만화, 대중문화, 일본문화 등에 대한 글을 다양하게 쓴다.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전방위 글쓰기』 『영화리뷰쓰기』 『공상이상 직업의 세계』 등을 썼고, 공저로는 <좀비사전』 『시네마 수학』 등이 있다. 『자퇴 매뉴얼』 『한국스릴러문학단편선』 등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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