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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우주가 있다? -『평행 우주』 VS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평행 우주로의 초대장 내가 살고 있는 이 우주 외에 다른 우주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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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수없이 많은 우주 중 하나의 우연으로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그러기에 더욱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해야 할까? 더 나아가서, 다른 우주와 인생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자유로운 선택을 즐기게 될까?

과학의 역사에서 이정표가 되었거나 과학 대중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책을 중심으로 인물 대 인물, 이론 대 이론, 명강의 대 명강의 등 두 권의 책을 비교 분석하는 <책 대 책>. 그 다섯 번째 대담회가 APCTP(아태이론물리센터)와 사이언스북스, 채널예스 공동 기획-주관으로 지난 3월 21일(수) 저녁 7시 강남 출판 문화 센터 5층 민음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우주 외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

평행 우주론이란 우리가 사는 하나의 우주(혹은 세상)에서 과거-현재-미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단일 우주론에서 더 나아가 우리의 우주 옆에 시간은 공유하지만 공간과 차원이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동시에 평행 우주론은 10의 59승개의 우주 중 하나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우리를 격하시켜 버리기도 한다. 이는 지동설, 진화론에 버금가는 우주론적 코페르니쿠스 혁명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우리를 수없이 많은 우주 중 하나의 우연으로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그러기에 더욱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해야 할까? 더 나아가서, 다른 우주와 인생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자유로운 선택을 즐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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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달 <책 대 책> 대담회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의미를 지닌 평행 우주의 진짜 뜻을 알아보고 여기서 우리가 무엇을 상상할 수 있는가를 고찰하려 창시자 미치오 카쿠가 평행 우주론을 직접 설명한 『평행 우주』와 현대 물리학의 쟁점을 소재로 삶의 본질을 탐구한 율리 체의 소설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을 선정하였다.

장상현 건국대학교 물리학부 연구교수가 『평행 우주』를, 이관수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가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로 3월 1일 각기 서평을 쓰고 대담자로 나섰으며, 이강영 건국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대담자와 사회자에 대한 간단한 소개 후, 본격적인 대담이 시작되었다.


이강영(사회자): 오늘 우리가 이야기할 책은 하나는 과학책이고요. 다른 한 책은 소설책입니다. 그래서 두 책이 불꽃 튀는 격돌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같이 어울려서 이야기를 풀어 나갈지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평행 우주란 주제는 여성분들이 좋아하시는 주제인가 봐요. 이렇게 여성분만 오신 적은 또 처음이네요.(웃음) 일단 한 권이 소설책이니까. 재미가 반감되더라도 내용을 모르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으니 먼저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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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수(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이강영 박사님께서 이 질문을 할 거라고 미리 귀띔해 주셨거든요. 그래도 상당히 난감합니다. 왜냐면 이게 줄거리로만 보면 참 단순한 소설이거든요. 제바스티안하고 오스카라는 물리학자 두 사람이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인데 오스카는 말하자면 모차르트고 제바스티안은 살리에리 같은 노력파 정도 됩니다. 제바스티안은 평행 우주 이론을 연구하고 그걸 믿고요. 오스카는 그런 것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면 물리 이야기가 주일 것 같은데요.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바스티안의 아들이 납치되고요. 그리고 협박 전화를 받습니다. 그런데 그가 내용을 잘못 알아듣습니다. 아들을 돌려받으려면 사회적으로 주목받지만 개인적으로는 제바스티안하고 사이가 좋지 않은, 아내의 친구입니다, 디벨링이라는 사람을 죽이라는 이야기로 잘못 알아들은 거예요. 죽여 버립니다. 그리고 수사가 시작이 되는데 아들이 그냥 돌아와요. 알고 보니까 납치된 적도 없답니다. 전화를 했다는 사람이나 했다는 기록도 잡아내질 못해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오스카가 악의적인 장난을 친 겁니다. 자기가 보기에 이 친구 제바스티안이 평행 우주 이론을 고집하는 건 좀 생각이 뚜렷하지 않으니까 그러는 것 아닌가. 해서 아들을 장난삼아 인질인 것처럼, 사실은 캠핑장에 잘 데려다 놓고요. 전화를 했던 것뿐입니다. 그런데 여러 사정이 꼬여서 살인을 저지르고 범인이 되고 마지막에는 오스카가 그런 전화를 했다는 것까지 밝혀지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렇게 보면 나름 추리소설 내지는 범죄소설인데요. 추리소설 팬이라면 사실은 분노할 만큼 허탈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 소설의 재미나 가치를 절반도 전하지 못한 거죠.


평행 우주라는 개념 자체를 구현한 소설

사실은 소설에서 평행 우주가 전혀 직접 등장하지를 않아요. 오로지 제바스티안이 평행 우주를 연구할 뿐인데 고전적인 다세계 우주론 같습니다. 그러니까 양자 역학에서 관측 이전에 물질 상태 여러 개가 중첩되어 있는데 관측하는 순간 파동함수 하나로 붕괴하는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우주론이죠. 사실 평행 우주라는 단어가 독일어 원제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판 제목도 무리는 아닌 것이. 문장이나 배경 분위기가 굉장히 묘합니다. 이류나 삼류 과학 소설 보면 평행 우주, 다른 우주에서 우리를 침략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사실은 소설의 마지막까지도 마치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바스티안이 여자랑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어느 정도 오스카랑 거리를 두는 우주랑, 오스카와 물리를 통해서 완전히 영혼의 결합이 이루어지는 우주 두 개를 같이 사는 듯한 분위기를 계속 글을 통해서 풍기고 있어요. 아마 그것 때문에 이 책이 재미있고 문학적으로도 볼 만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배경으로 다른 살인사건도 좀 나오는데요. 하나는 웬 이상한 사람이. 이름도 모릅니다. 사람들 죽여 놓고서는 자기가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인데 실험하느라고 죽인 거고 실제로는 안 죽었으니까 자기는 형사 처분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소설 말미에 정신병원에 수감됩니다. 그다음에 또 병원에서 이상하게 사람들이 죽어 나가요. 그래서 디벨링이라는 사람이 담당 의사라서 주목을 받는데 그게 다국적 기업의 범죄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미지의 존재가 저지른 살인인지 헷갈리는 식으로 배경이 깔려 있어요. 한 권의 소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권의 소설을 동시에 읽다가 마지막에 가서 한 권으로 귀착되는 듯하게. 그렇게 써 놨습니다. 저도 사실 이런 소설은 거의 처음입니다. 평행 우주, 물리학적인 개념을 일부러 글로 흉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강영(사회자):그러니까 평행 우주를 단순히 얘기에 나오는 소재로써만 사용한 게 아니라, 소설 자체가 평행 우주라는 개념 자체를 구현하고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이관수(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예,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이강영(사회자):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평행 우주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요. 장상현 박사님이 이 『평행 우주』란 책과 책을 쓴 미치오 카쿠에 대해서 소개를 해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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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평행 우주): 사실 이렇게 다른 두 권의 조합도 별로 없을 거예요. 제목에 다 평행 우주가 들어가다 보니까 모인 것 같은데요. 저자인 미치오 카쿠는 일본계 미국인 교수입니다. 초끈 이론으로 유명한 학자에요. 부모님은 두 분 다 일본인이신데 2차 세계 대전 때 일본인들을 격리 수용했던 캠프에서 만나서 카쿠를 얻었습니다. 순수한 일본 혈통이죠. 굉장히 대중적인 인물입니다. 미국에서 방송에 정말 많이 나와요. 심지어는 방송에 나와서 스케이트 타는 것도 봤어요.

이관수(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사실 저는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카쿠가 나서기 좋아하는 과학 소설 작가인 줄 알았어요. 교과서 저자일 정도로 정통한 사람이라는 건 전혀 몰랐죠.

장상현(평행 우주): 얼굴만 보면 좀 그렇게 보여요.(웃음) 제가 처음 카쿠를 본 것은 이분이 쓴 초끈 이론 교재에서고요. 그 후에 친구가 박사후 연구원을 뉴욕 주립 대학교로 가서 미치오 카쿠 밑에 있었어요. 그 친구가 이야기하더라고요. 카쿠 교수는 취미생활이 굉장히 특이하다. 자기 방송국을 두고서 라디오 방송을 한대요. 그 바쁜 사람이. 왜 그러냐니까 이 과학 교양, 어떻게 보면 인류의 지적 업적이죠. 초끈 이론이나 입자물리학이라든가 우주론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했으면 좋겠다. 해서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하고 있었는데요. 거기 아주 급진적인 공화당 우파 교수가 한 분 계셨어요. 그분은 카쿠 교수에게 다른 각도에서 굉장한 불만을 토로하더라고요. 카쿠 교수가 위성 발사 반대의 선봉에 섰다는 이유에서요. 그때가 97년인데 토성 탐사 위성을 쐈어요. 연료로 플루토늄이 33kg이나 실려 있었거든요.

이강영(사회자): 일본인이었기에 반핵 운동을 한 것 아닐까요?

장상현(평행 우주): 그럴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것도 참 묘한 이야기예요. 그가 물리학자가 된 계기가 수소폭탄의 아버지 에드워드 텔러였으니까요. 핵무장에 앞장섰던 물리학자인데 이 사람 눈에 들었죠. 텔러는 오펜하이머를 고발한 걸로도 유명해요. 오펜하이머가 반핵으로 돌아서니까 오펜하이머를 고발하고 반대쪽에서 증언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 사람이 카쿠의 멘토로 그를 거의 키우다시피 합니다. 그런데 대학생 때 텔러에게 반기를 든 거예요. 나는 핵무기가 싫다. 반핵 운동에 앞장을 섰어요. 반핵 운동, 평화 운동, 끈 이론. 그리고 많은 대중서 서적과 방송출연. 이런 걸로 그를 묘사할 수가 있죠. 카쿠가 쓴 책이 일곱 권이라고 하는데요. 이 『평행 우주』는 카쿠 교수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우주론을 평행 우주라는 주제에 맞춰서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려는 그런 의도로 쓴 책 같습니다.

이강영(사회자): 이 책의 원제가 parallel worlds거든요. 평행 우주 비슷한 말로 다중 우주라던가 universe가 아니라 multiverse, 사람에 따라서는 또 magaverse. 이상한 이름이 많거든요. 그런 개념을 비슷하게 다 비슷하게 평행 우주라는 말로 하지만, 사실은 조금씩 다 꽤 다른. 다른 걸 나타내고 있단 말씀이죠. 일단 그걸 좀 분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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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평행 우주): 사실 다른 용어를 쓰고 있지만 대부분은 같이 씁니다. 카쿠 교수도 다 같이 썼어요. magaverse, multiverse, many world, parallel world, parallel universe를 다 같은 말로 썼어요. 같은 용어로 쓰이지만 그 안에서 또 의미하는 바는 다른 우주를 의미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지금 이 책에서 설명하는 평행 우주는 세 가지에요. 하나가 아니에요. 지금 여기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의 배경인 평행 우주가 하나 있고요. 다른 의미의 우주가 더 있습니다.

나와 똑같은 내가 살고 있는 우주. 똑같은 집이 있고 똑같은 세상인. 이것을 평행 우주라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 그냥 우주가 하나 따로 있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우주는 우리랑 안 만나요. 완전히 격리되어서 살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그러한 우주도 평행선이 서로 안 만난다는 뜻에서 평행 우주라고 합니다. 그런 게 여러 개 있으면 multiverse. 그런 묶음을 보통 magaverse 이런 식으로 부릅니다.

이강영(사회자): 이관수 박사님이 말씀하시길 소설의 평행 우주는 양자 역학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평행 우주라고 하셨는데, 맞나요?

장상현(평행 우주): 예, 그렇죠.

이강영(사회자):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장상현(평행 우주): 아까 말씀드렸지만 제가 세 가지 평행 우주가 이 책에 나온다고 했어요. 시간상으로 첫 번째는 이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에서 나오는 것처럼 논쟁의 중심이 되는 양자 역학에서의 평행 우주입니다. 제가 얘기를 길게 할 수밖에 없겠네요. 양자 역학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요.

이강영(사회자): 그것을 좀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장상현(평행 우주): 양자 역학은 이렇습니다. 입자를 간단하게 그냥 공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이런 것이 딱 한 군데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에 퍼져 있는 파동과 같다고 봅니다. 이것을 파동함수라고 합니다. 큰 놈들은 파동함수가 퍼진 정도가 굉장히 작아서 우리가 퍼져 있는 걸 못 느껴요. 하지만 아주 작아서 전자 정도 되면요. 소립자. 얘는 눈에 보입니다. 퍼져 있는 게. 어느 정도냐면 전자를 빔을 딱 쏘면 퍼지는 게 보여요. 그래서 이중 슬릿이라고 하죠. 얇은 틈을 두 개 만들어 놓고 거기다 전자 하나 쏘면 전자가 두 구멍을 다 통과해야 합니다. 한 구멍만 통과하는 게 아니라 퍼져 가지고. 그런데 문제는 전자는 위치를 측정하는 순간에는 항상 공 같은 특성을 보여야 해요. 파동이 아니라. 한 점으로 딱 나와야 해. 앞에서 전자가 파동으로 퍼져 나가지만, 스크린에 맞는 순간은 한 점에 정확하게 맞아야 해요. 표적에 총알이 맞듯이 구멍이 딱 납니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중간에 두 개의 아주 좁은 틈을 만들어 놓으면 얘는 구멍 두 개를 다 통과해요. 이걸 설명할 길이 없던 거예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코펜하겐 해석입니다. 코펜하겐 해석은 모든 입자는 관측하지 않을 때는 가능한 모든 길을 간다. 퍼져 있을 수 있는 모든 공간에 존재한다고 주장해요. 제가 여기 있지만, 아주 작은 %로 저는 부산에도 있고 남아프리카에도 아주 조금 있는 거예요.
하지만 저를 보는 순간 저는 여기 존재해요. 코펜하겐 해석에서 이걸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세요.

“파동함수는 전 공간에 이렇게 넓게 퍼져 있지만, 측정하는 순간에 ‘모인다.’”

영어로는 collapse라고 하고 우리는 붕괴라고 번역합니다.
순간적으로 한 점에 모인다는 거예요. 아인슈타인은 이걸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요. 우주 공간에 ‘퍼진’ 파동이 어떻게 여기서 측정하는 순간 다 사라지고 이리로 모여 버리느냐? 그런 사람은 아인슈타인 외에도 있었어요.

유명한 반론 중 하나가 바로 에르빈 슈뢰딩거의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요. 들어는 보셨을 텐데 이것은 붕괴를 하는 핵물질이 있고 그 안에 핵물질이 붕괴하는 순간 스위치가 켜지면서 독약이 퍼지는 방이 있어요. 입자의 붕괴는 순전히 양자 역학의 확률로만 결정이 되거든요? 그 안에 고양이를 집어넣으면 고양이가 죽고 살고도 확률로만 결정돼요. 뚜껑을 열지 않으면 고양이는 ‘퍼진’ 예를 들어 시간이 1시간이 지나면 55%가 생존해 있고 45%는 죽은 상태로 공존한다는 거예요. 죽은 상태랑 산 상태랑. 말이 안 되죠?


난 뒷면이 나온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모순을 다른 식으로 해결하려고 한 대표 격이 휴 에버렛이란 사람인데, 그는 수학적으로 모순이 없는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게 첫 번째 평행 우주, 다세계 해석입니다. 어떤 선택이 일어나는 순간을 측정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순간 선택받지 못한 놈들이 붕괴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고 다른 세계로 갈라져 나간다는 겁니다.

내가 낮에 갑자기 짜장면하고 짬뽕 중에 하나를 고르고 싶은데 반반인 거예요 마음이. 어느 순간 양자 역학적으로 내 마음이 한쪽으로 붕괴해요. 짬뽕이다. 짜장면이다. 짜장면으로 붕괴되면 짬뽕은 사라지는 것이거든요. 양자 역학에선. 짬뽕을 먹은 나는 존재하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다세계 해석에서는 갑자기 두 세계가 갈라져요. 한 사람은 손을 들어서 짬뽕을 시켰고 한 사람은 짜장면을 시키고. 다 나인데 두 세계는 따로 사는 거예요. 매번 사람이 선택할 때마다 달라지니까 이 소설에서 많이들 이야기하는 나랑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되죠. 파동이 아니라 세상이 퍼져 나간다고 보는 거예요. 파동이 전부 다 다른 세상으로 퍼져 나가는 거예요. 또 다른 예로는 간단하게 동전을 던져요. 앞면이 나올 확률 반, 뒷면이 나올 확률 반이잖아요. 앞면이 나온 순간 앞면이 나왔다. 뒷면이 나올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게 코펜하겐 해석이고요. 앞면이 나오면 아 난 앞면이 나온 세상에 살고 있구나. 뒷면이 나오면 난 뒷면이 나온 세상에 살고 있다. 이게 바로 이 책에 나오는 평행 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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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수(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그런데 여기서 앞면이 나온 세상과 뒷면이 나온 세상은 다시는 서로 만날 수가 없습니다.

이강영(사회자): 듣고 보면 세상에 참 이상할 일은 아무것도 없죠.

이관수(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그런 일이 일어나는 우주에 사는 거니까요.

장상현(평행 우주): 내가 본 어떤 소설에서도 이 양자 역학만큼 황당한 생각을 한 소설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양자 역학은 인간이 생각한 지금까지 가장 황당한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이관수(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하고 싶어서 했던 상상도 아닌 것 같은데요.(웃음)

이강영(사회자): 놀라운 것은 코펜하겐 해석도 만만치 않게 이상해 보이는데 그걸로 모든 실험결과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반도체도 만들죠.

장상현(평행 우주): 여러분 스마트폰도 다 그걸로 나오는 거예요.

이강영(사회자): 그렇게 잘 작동하는 이론이라는 게 더 놀라운 거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책에 나온 나머지 두 평행 우주에 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또 다른 평행 우주(의 평행 우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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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평행 우주): 다른 평행 우주를 말씀드리자면……. 먼저 인플레이션 이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우주론에서 출발해요. 우주가 처음에 어떻게 생겼는가. 책에는 더 자세히 나오는데 한 점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굉장히 압축되어서 뜨거웠다가 순식간에 커지고 식으면서 별이, 지구와 같은 행성이, 마지막으로 생명이 생긴다고 생각하죠. 그 과정을 우리가 빅뱅 우주론이라고 부릅니다. 빅뱅 우주론에는 분명한 시작이 있고 끝이 있어요. 이 아이디어는 아인슈타인 일반 상대성 이론을 우주론에 적용하면서 나왔습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을 적용하다 보면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생깁니다. 여기서 전부 다는 말씀 못 드리지만, 아무튼 설명 못하니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앨런 구스, 안드레이 린데라는 물리학자가 우주가 어느 순간 갑자기 확 커졌다는 인플레이션 이론을 내놓았습니다.

인플레이션 이론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일반 상대성 이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굳건히 믿기 때문이에요. 일반 상대론이 틀렸다면 그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고요. 그런데 우주가 폭발하듯이 탁 튀어나오는 이 순간에 양자 역학이 들어와요. 양자 역학대로라면 확률적으로 폭발이 일어나죠. 이게 한 군데에서 생기지 않고 여러 군데에서 생길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 군데 생기는 폭발이 각각 서로 다 겹치지 않는 우주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처음 구스의 이론에서도 그런 폭발이 일어나는데 얘들은 서로 겹쳐야 해요. 서로 섞여야 하는데 린데의 아이디어에서는 서로 섞이질 않고 다 따로 만나지 않는 여러 개의, 마치 물속에 있는 공기방울 같은 우주들이 존재해요. 여기서 물은 영원불멸한 시작도 끝도 없는 우주가 되는 것이고. 그 안에 커졌다가 나중에 터져 버리는 공기방울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유한한 생명을 가진 우주가 되는 거예요. 각각의 공기방울이 다 다른 우주고 서로 만날 수 없다면 얘들은 평행한 삶을 살고 있는 평행 우주가 된다는 거죠.

세 번째는 이건 또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데요. 다차원 이론이 있어요. 아까 말한 초끈 이론들도 다차원 이론이에요. 공간이 3차원인데 더 많은 차원이 있다는 거예요. 그런 차원이 어디 있냐고 할 것 같은데 너무 작아서 우리 눈에 안 보인다고 생각해요. 20세기 말에 여분의 차원 이론이란 것이 나오는데 거기에 의하면 최대 0.1mm에서 한 1mm 크기의 5차원, 4차원 공간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을 했어요. 왜 그런 이야기를 하냐면 그 차원까지 가면 측정이 잘 안 돼요. 전자기력이 너무 세서 중력 측정이 안 되는데 중력 측정을 통해서만 여분의 차원을 알 수 있거든요. 지금도 그런 모형의 변형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더 높은 차원이 있을 때는요. 차원이 예를 들면 우리가 3차원이지만 사실은 4차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쪽이 여분의 차원이죠. 이 책장을 우리 차원이라고 생각하면 같은 층에 책이 수백 장 있죠. 종이가. 다 평행하잖아요. 각각이 다 서로 상관하지 않는 평행한 우주라고 할 수 있어요. 진짜로 기하학적으로 평행한 우주들이죠. 이러한 우주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보통 브레인 월드라고 부르는데. 그것이 세 번째 평행 우주에요.

청중: 잠깐 질문 드려도 될까요? 이런 평행 우주론들이 처음 생겨나게 된 동기가 있을까요?

장상현(평행 우주): 사실 우리 말고 다른 세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 건 물리학자들이 이야기하기 전부터 이미 있었던 거죠. 좀 억지 같기는 하지만 장자의 꿈같은 것도 그렇고요.

이관수(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미국 사람들에게는 프로스트가 있죠. ‘가지 않은 길’ 그게 강한 미련과 인상을 남겼던 게 자극이 되지 않았나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심리적인 다른 우주고.
과학 소설 초창기 작품들이 이때 이렇게 했으면 어떨까라는 심리적인 미련을 투사해서 다른 물리세계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꾸며 보자했던 건 대단히 자연스러운 욕망 같아요. 순전히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서 나온 것이고. 에버렛의 해석은 수식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왔죠.

장상현(평행 우주): 예. 순수한 수학적 해석이에요.


양자 역학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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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수(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그것이랑 비슷한 이야기가 꾸며졌다는 것 자체가 참 이런 표현을 써서 죄송합니다만 사람의 머리는 거기서 거기구나. 하는 것 같습니다.

이강영(사회자): 그러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고. 평행 우주는 지금 우리 우주론에서 필연적으로 반드시 있는 건가요? 아니면…….

장상현(평행 우주): 그렇지는 않죠.

이강영(사회자): 가능성 중의 하나인가요?

장상현(평행 우주): 그냥 가능성 중의 하나죠. 지금 우리 우주가 무한하냐 아니면 유한하냐의 논쟁에서 유한이 이기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우리가 유한한 우주 안에 살기 때문에 관측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거든요. 만약에 무한한 바깥우주가 존재한다면 당연히 거기에 평행우주가 존재할 거라는 거죠. 현재까지는 믿음에 불과한 거예요. 존재할 수는 있어도 존재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아직 못 찾고 있는 거죠.

이관수(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믿음에 불과하다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사람이 상상해낼 수 있는 오만가지 가능성 중에는 서로 모순이어서 아니면 수학적으로 말이 안 돼서 가능성 자체가 아예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도 장상현 박사님께서 믿음이라고 표현하셨던 여러 가지 종류의 평행 우주들은 따지고 보면 가능성이 0에 근접할 정도로 작긴 하겠지만 0는 아니다.

장상현(평행 우주): 그렇죠. 양자역학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그거에요. 모든 확률은 제로는 아니다. 굉장히 작을 수는 있어도.

이강영(사회자): 그러면 아까 이야기한 다른 우주들, multiverse 이렇게 여러 개의 우주가 있는 것들이요. 그것은 아까 거품으로 묘사를 하셨는데. 물속에 거품이 여러 개 있어서 우리 우주는 여기 있고 다른 종류의 우주가 있는 걸로. 그런데 이런 우주는 원리적으로는 만날 수도 있다는 건가요?


평행 우주로 탈출하자

장상현(평행 우주): 그렇죠. 그게 바로 미치오 카쿠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만약에 우리 우주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유니버스다. 그러면 우리가 이 우주가 이걸 알고 있잖아요. 언제 태어났는지도 알고 있어요. 언제 끝나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언젠가는 끝난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럼 무슨 이야기냐면 우리 우주가 끝나면 우리는 우주와 함께 인류는 죽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게 뭐 100억년이 될 수도 1000억년이 될 수도 있지만.

이강영(사회자): 2012년 아닌가요.(웃음)

장상현(평행 우주): 카쿠의 생각은 우리가 평행 우주를 공부해야 하는 까닭은 평행 우주가 있으면 우리는 평행 우주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블랙홀 근처에선 모든 게 다 찌부러지기 때문에 통과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인간이 공사를 해서 통과할 수 있는 터널로 만들어야 해요. 그런 생각을 단계별로 설명합니다. 인류의 문명 1단계는 지구와 같은 행성 에너지를 쓰는 것이고. 2단계는 태양과 같은 별 에너지를 쓰는 것이고 3단계에 은하의 에너지를 쓸 수 있는 거예요. 은하의 에너지 정도가 되면 우주에 구멍을 뚫어 가지고 만약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면 구멍을 뚫어서 나갈 수 있다는 거죠. 우주가 멸망하기 전에 구멍을 뚫고서 다른 우주로 가자.


잘 쓴 과학 소설과 과학 이론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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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영(사회자): 그야말로 과학 소설 같은 이야기네요.

이관수(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과학 소설은 현실에서 하는 과학이 아니라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서 느끼는 그 무엇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역전적인 사고 뒤집힌 사고방식인데요. 엄밀한 과학 지식을 기준으로 과학 소설을 재단하게 되면 90%가 아니라 99.99%를 없애야 해요. 그런데 사실은 그런 틀리거나 안 맞는 과학소설들을 어릴 때 보거나 아니면 또 나이 들어서 보면서 진짜 과학으로 또 같이 즐기게 되는. 두개를 동시에 따로따로 같이 즐기게 되는 때가 많거든요. 사람의 마음이 일으키는 반응이 중요한 거지 교과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장상현(평행 우주): 제 생각에는 상상력에 과학적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상상의 세계는 그 하나로서 또 다른 평행 우주인 거예요.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제가 물리 이런 걸 다 알고 있어도 극장에 가서《터미네이터》도 재미있게 보고 《백투더퓨처》도 재미있게 보고 전혀 뭐 감상하는 데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이 그걸 주질 않거든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말을 했지만 우리가 모르는 우리 지식범위를 벗어난 것이 또 존재할 거예요. 세상에는. 그걸 우리가 알지 못할 뿐이지.

이강영(사회자): 사람의 상상력이 참 중요해요. 왜냐면 배운 것만 가지고는 앞으로 못 나가거든요. 이미 한 것이니까요. 안 배운 것을 해야 하는데. 그때 등장하는 게 인간의 상상력이거든요. 그렇게 보면 과학 소설 같다는 것이 이 책에게 바치는 최대의 찬사일 수도 있겠네요. 시간이 꽤 되었네요. 이 자리는 이제 이 정도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참가해 주신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박수)


우리 우주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우주. 이는 분명 상상의 영역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현대물리학은 그러한 평행 우주의 존재를 가능하다고 말하고,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자연스럽다고도, 필연적이라고도 말한다. 평행 우주가 멸망하는 우주를 벗어나게 할 탈출구일지, 인간을 하나의 모래알 속 티끌로 떨어뜨리는 결정타가 될지 아니면 거꾸로 수많은 우주 속에서 인간을 특별하게 해 줄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 평행 우주는 그런 중첩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대담회 동안 평행 우주는 청중의 마음속에 열린 새로운 문이었으며, 동시에 과학적 상상력에 목마른 각계 각처의 사람들에게 우주적 상상력을 샘솟게 한 원천이었다. 대담회 후에도 계속된 열띤 질의응답 시간으로 아태이론물리센터와 한국의 과학소설 작가들이 앞으로 열어 나갈 또 다른 미래를 예견케 하면서 대담회는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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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우주 미치오 카쿠 저/박병철 역 | 김영사

미치오 카쿠는 이론물리학계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권위 있는 학자이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쓴 이 책은 논리적이고 냉철한 과학적 지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궁극에서 인간을 위한 과학을 지향한다. 이 우주가 ‘거대한 동결’로 소멸하게 되었을 때 인류의 생존을 위한 대안으로 평행우주로 탈출할 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수조 년 후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인간은 이런 과학자들의 ‘쓸데없는’ 걱정과 선견지명을 통해 지금 이때까지 생존하고 진보해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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