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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러브(Grouplove), 신개념 ‘아레나 록 밴드’

마치 다른 행성에서 날아온 듯한 생소함과 신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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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애플 아이팟 광고를 접한 분들에게 「Tongue tied」 는 익숙한 곡일 겁니다. 영국의 음악전문지 《NME》가 '아무도 주위에 죽은 사람이 없는 아케이드 파이어'라 설명하는 밴드, 그룹러브의 신보입니다.

그룹러브(Grouplove) 『Spreading Rumors』


어떻게 하면 더 진중하게, 더 심각해질까를 고민하는 현 밴드 세태에서 주체할 수 없는 ‘활력’을 무기로 하는 밴드가 있다. 2009년 결성된 LA 출신 5인조 그룹러브(Grouplove)의 음악은 밝고 경쾌하며 따라 부르기 쉬운, 팝 그 자체다. 멤버들의 얼굴에서도, 날카로운 희화화로 주목을 받은 뮤직비디오에서도(「Ways to go」) 웃음이 떠나가질 않는다. 데뷔앨범 수록곡 「Tongue tied」 를 배경음으로 사용한 애플 아이팟 광고는 「Share the fun」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그룹의 가치관을 훌륭히 대변해주었다. 가식 없는 순수함은 ‘청춘’이라는 단어와의 거리를 좁힌다.

‘아무도 주위에 죽은 사람이 없는 아케이드 파이어’라는 《NME》의 설명은 키보드를 맡은 여성 멤버 한나 후퍼(Hannah Hooper)와 기타를 치는 크리스찬 주코니(Christian Zucconi)의 발랄한 합창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구다. 「Ways to go」 의 전자음과 「Borderlines and aliens」 의 강한 이펙터 사용으로 만들어내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그 속의 캐치한 멜로디는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의 것이다. 「Raspberry」 는 마치 픽시스(Pixies)의 재림 같다. 이외에도 수많은 반면교사들이 있지만 그저 그런 카피 밴드로 남지 않은 이유는 특유의 쾌활함과 긍정적 메시지 때문이다. 플레이밍 립스보다 배는 더 역동적이며 아케이드 파이어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힙스터보단 히피가 될래’라 외치는 「Hippy hill」 의 선언 하에 똘똘 뭉친 이들이다.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 ‘Ah Ah Ah Ah, Oh Oh Oh Oh’라는 환희의 합창을 유도하는 「I'm with you」 가 처음부터 앨범의 의도를 확실히 각인시킨다. 이와 같은 유려한 완급 조절은 어쿠스틱을 가장한 덥스텝 「Shark attack」 에서도 다시 한 번 등장하며 절정의 순간에 다가서게 한다. 게다가 「Schoolboy」, 「Sit still」 과 같은 감미로운 선율을 통해 모두를 감상에 젖게 하는 데도 능하다. 이 모든 곡들이 캐치한 멜로디를 바탕으로 하니 신개념 ‘아레나 록 밴드’라 부르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각종 강박관념, 의무감, 허세에 사로잡혀 좀처럼 기발한 결과물을 찾아보기 힘든 현 음악계에서 그룹러브는 마치 다른 행성에서 날아온 듯한 생소함과 신선함을 갖췄다. 즐거움을 수준 낮음이라 규정하며 애써 감정을 이입하려 드는 우리들에게 이 ‘외계인’들은 결코 잊히지 않을 청량한 쾌감으로 생각의 ‘경계선’을 넘어 순수한 환희와 사랑을 꿈꾸게 한다. 가사 한 마디 인용하자면, ‘정말-정말-정말 고마워요!(Ari-ari-ari Gato!)’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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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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