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인도! 또 가고 싶다, 우리 엄마랑!

고군분투 여행길에서 티격태격 모녀의 마음 나누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늘 곁에 있고 당신이 맨 나중인 사람, 엄마. 늘 투정하고 받는 걸 당연히 여기는 사람, 딸. 세상의 딸들은 이렇듯 언제나 이기적이다. 그런 엄마와 딸이 난생처음으로 함께 14일간의 여행을 떠났다. 여행하기에 만만치 않은 나라 인도로, 그것도 배낭여행을. 이 책은 바로 그 모녀의 여행 이야기다.

엄마는 자주 놀랐다. 수시로 울려대는 경적 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했고, 엄마 손을 꼭 잡은 나도 덩달아 놀랐다. 앞장선 내 발이 김이 피어오르는 소똥에 조금만 닿으려 해도 “똥!”하고 소리를 질렀으며 “엄마, 카메라를 어디다 두었더라?”하고 물으면 이미 카메라를 도난당한 사람처럼 “뭐? 카메라?”하고 식겁했다.

“승혜야 기차표는 어디에 넣었어? 잘 있어? 지퍼는 잠그고?” 엄마는 열 번 스무 번도 넘게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어마에게는 조심해야 할 것들, 확인해야 할 것들이 넘쳐났다. 그런 철두철미함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엄마에게 가는 곳마다, 보는 것마다 놀랍고 또 놀라운 것투성이였다.


Incredible India! 인도 관광청의 자국 홍보 문구는 이런 엄마를 위해 만들어진 듯했다. 인도는 그런 나라였다. 이제껏 유럽과 북미 등 비교적 편한 나라만 여행해온, 그것도 깃발을 따라다니는 패키지 여행객이었던 엄마에게는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는 나라, 한마디로 더럽고 시끄럽고 미운 나라다.

그럼에도 왜 인도였을까.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지구본을 돌리며 여행할 나라를 고민할 때 우리는 큰 고민 없이 인도를 가리켰다. 엄마와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 중에서 ‘배낭여행’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나라를 고르다보니 인도가 눈에 띄었던 것이다. 이후 숱한 인터넷 게시물에서 ‘인도는 힘들다, 고생스럽다’는 소감을 접했다.

법정스님도 『인도기행』 에서 ‘인도는 여행하기 힘든 나라다. 인도는 더러운 나라다’라고 했고, 한비야 씨 또한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에서 ‘신비한 듯하지만 막상 가면 정 떨어지는 나라’라고 한 바 있다. 그래도 엄마와 나는 ‘거기도 사람 사는 나라이니 익숙해지면 괜찮겠지’라며 서로를 다독였다. 더욱이 인도를 고수한 데에는 앞서 언급한 법정스님과 한비야 씨를 비롯한 수많은 여행자들이 덧붙인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힘들고 정 떨어진다며 욕을 한바가지 했던 사람들이 결국은 하나같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가고픈 나라, 고마운 나라’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뜬구름 같았던 계획은 어느 날 갑자기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극기 훈련 못지 않은 체력 소모와 감정의 양날을 세웠던 수많은 순간들….

엄마와 함께한 보름의 여정은 분명 아름답고도 찬란했다. 무엇보다 그토록 밀도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가 발을 디딘 곳이 인도였기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여행을 마친 우리 모녀에게 인도에 다시 가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엄마의 대답은 이럴 것이다.

“응, 또 가고 싶어, 우리 큰딸이랑.”
나도 그렇다. 또 가고 싶다. 우리 엄마랑.

다시 가도 ‘이 사람이 내 엄마인가?’ 혹은 ‘이 사람이 내 딸인가?’라는 의문을 품는 순간이 또 찾아올 것이다. 인도의 매력은 호두와 같아서 진짜 속살을 훔쳐보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쳐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노 프라블럼! 모녀간의 정은 타지마할보다 숭고하고 갠지스 강보다 깊어질 테니까. 바로 이번 여행이 그러했으므로.

저자 유승혜

[관련 기사]

-이 안에 인도 있다!
-인도인의 ‘노 프라블럼’
-한국인이 인도를 대하는 몇 가지 자세
-비카스 스와루프 “인도는 12억 개의 스토리를 가진 나라”
-안나와디와 사당동, 빈곤은 어떻게 되물림되나



img_book_bot.jpg

같이 오길 잘했어 유승혜 저 | 리스컴
유럽, 북미 등으로 패키지여행만 다니던 엄마와 배낭여행이 체질인 딸이 난생처음으로 함께 14일간의 여행을 떠났다. 모녀는 타지마할부터 갠지스 강 화장터까지, 전통시장 찬드니 초크부터 최대 번화가 코넛 플레이스까지 인도의 대표 여행지들을 다녔다. 기차 객실을 확인하느라 진땀을 빼고, 낙타 사파리를 하며 사막의 일몰을 만끽했다. 14일간의 인도 여행길에서 모녀가 겪은 에피소드들을 여정에 따라 각각 짧은 이야기로 풀어놓아 마치 여러 편의 단편을 보듯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또한 내숭 없는 솔직한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감동을 준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4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같이 오길 잘했어

<유승혜> 저12,420원(10% + 5%)

고군분투 여행길에서 티격태격 모녀의 마음 나누기 유럽, 북미 등으로 패키지여행만 다니던 엄마와 배낭여행이 체질인 딸이 난생처음으로 함께 14일간의 여행을 떠났다. 여행하기에 만만치 않은 나라 인도로, 그것도 배낭여행을. 조금은 힘든 환경에서 발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면서 딸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장재현 감독의 K-오컬트

2015년 〈검은 사제들〉, 2019년 〈사바하〉, 2024년 〈파묘〉를 통해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각본집.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리지날 각본은 영화를 문자로 다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를 오컬트 세계로 초대한다.

위기의 한국에 던지는 최재천의 일갈

출산율 꼴찌 대한민국, 우리사회는 재생산을 포기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갈등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오랜 고민 끝에 이 책을 펴냈다. 갈등을 해결할 두 글자로 숙론을 제안한다. 잠시 다툼을 멈추고 함께 앉아 대화를 시작해보자.

어렵지 않아요, 함께 해요 채식 테이블!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의 첫 번째 레시피 책. 한식부터 중식,일식,양식,디저트까지 개성 있는 101가지 비건 레시피와 현실적인 4주 채식 식단 가이드등을 소개했다. 건강 뿐 아니라 맛까지 보장된 비건 메뉴들은 처음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할 말, 제대로 합시다.

할 말을 하면서도 호감을 얻는 사람이 있다. 일과 관계,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다뤄온 작가 정문정은 이번 책에서 자기표현을 위한 의사소통 기술을 전한다. 편안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대화법, 말과 글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방식을 상세히 담아낸 실전 가이드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