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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소년이 10억 상금 타자 전세계가 감동 - 『슬럼독 밀리어네어』 『6인의 용의자』 비카스 스와루프 “인도는 12억 개의 스토리를 가진 나라”

초 연결시대, 우리는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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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 보일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던 소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 슬럼가의 가난한 소년이 퀴즈 쇼에 참가해 십억의 상금을 거머쥐는 이야기다.

백만불짜리 행운 『슬럼독 밀리어네어』


데니 보일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던 소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 슬럼가의 가난한 소년이 퀴즈 쇼에 참가해 십억의 상금을 거머쥐는 이야기다. 프랑스에서 쓰는 화폐단위를 묻는 질문에 고작 ‘프랑?’이라고 대답하는 가난한 소년이 어떻게 퀴즈왕이 될 수 있었을까? “나는 구속되었다. 퀴즈쇼에서 우승한 대가로.” 이렇게 시작되는 이 소설은 그가 어떻게 퀴즈의 정답을 맞출 수 있었는지, 이에 대한 정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퀴즈 쇼에서 우승하는 사람은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거나,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 중 하나일 터. 온갖 지식을 섭렵했거나, 퀴즈쇼에서 아는 문제만 만난 사람이라면 가능하다. 주인공 람 모하마드 토머스는 후자에 속한다. 술집 웨이터, 앵벌이, 전쟁 등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 속에서 그는 퀴즈의 답을 들었거나 경험한 적이 있었다. 가장 불행한 남자에게 찾아온 기적 같은 행운! 이 이야기는 2005년에 발표된 후 프랑스어, 독일어, 이태리어, 일본어 등 32개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전세계 수백만 독자들을 감동시켰다.

이 소설을 쓴 작가 비카스 스와루프 역시 람 모하마드 토머스 못지 않은 행운을 거머쥔 사람이다. 인도 출신의 외교관 비카스 스와루프는 이 소설 한 편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소설은 그가 정규 업무를 하며 두 달 만에 완성해낸 첫 작품이라는 사실!

“런던에서 근무하던 당시에 쓴 소설이었다. 퀴즈 참가자가 모든 답을 알고 있으며, 그 답은 인생경험에서 나온 것이라는 기본 줄거리가 머리 속에 있었다. 평일 저녁에는 취재를 하고, 주말에 집중적으로 글을 썼다. 한 주말에 2만 단어 정도를 썼다.(웃음)”

지난 달 말 비카스 스와루프가 한국에 방문했다. <SBS 주최 서울디지털포럼> 에 참석차 방한한 것. 그는 “백만불짜리 질문: 누가 새로운 연결자가 되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들고 왔다. 포럼이 열린 워커힐 호텔에서 비카스 스와루프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그는 우물 같은 심연을 끌어안고 있는 작가 특유의 이미지보다 활기차고 유쾌한 외교관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작가로서의 성공이 외교관 업무에도 도움 줘


비카스 스와루프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인도는 역동적이다. 신분계급에 의한 상/하류층부터 정치인, 방송인, 고아 등 다양한 색깔의 인물이 등장해 인도는 입체감과 생동감을 얻는다. 이것이 여느 작가가 아닌 외교관 출신의 비카스 스와로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지점이다. 한술 더 떠 그는 원래 “공군이 되고 싶었던 소년”이었단다.

“꼭 작가가 되어야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엄마가 ‘너 커서 뭐가 될래?’라고 물었을 때도 공군이 되고 싶다고 말했었나.(웃음) 외교부에서 15년간 일하면서, 한동안 논픽션적인 문서 작성만 하다가 런던에서 근무할 기회를 가졌다. 런던 도시가 주는 매력이 굉장했다. 많은 출판사가 있고, 출판문화가 역동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때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주변에 글을 쓰겠다는 동료들이 많아 그들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과연 나도 그런 재능이 있을까? 스스로 질문했고, 이 일이 도전적으로 다가왔다. 심각하게 생각했다거나, 꼭 성공해야지, 걱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외교관으로 터키, 미국,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근무했다. 직업 특성상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풍경을 경험했을 테다. 이야기는 그런 데서 잉태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여전히 가장 영감을 자극하는 것은 인도라고 말했다.

“근무했던 많은 나라에서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 소설이 자전소설이 아닌 만큼, 그런 경험이 직접적으로 투사되진 않는다. 나는 퀴즈쇼나 살인사건 등 상상력에 기반을 둔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인도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시각에서 인도를 볼 때 많은 영감을 받았고, 내 소설은 그것에 대한 글이다.”

그에게 작가와 외교관이라는 직업이 각각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외교관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작가는 작품 뒤에 숨어서 일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는 반대로 설명했다. “외교관은 장막 뒤에서 양국간의 관계 증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보이지 않는 직업이다. 작가는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대중 앞에 나서서 활동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로서의 성공이 나의 외교관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책을 통해 인도에 대해 알리고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각국의 대학에서 강연 요청도 많은데, 그때 나는 책 뿐만 아니라 인도와 해당 국가에 관해서도 많이 이야기 한다. 국익차원에서도 인도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때문에 인도 정부의 지원도 많이 받는다. 이 포럼에 참가하는 것도 당국의 허가가 필요했는데, 흔쾌히 허가를 받았다.”



인도는 12억 개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나라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이어 소설 『6인의 용의자』가 2008년 국내에서 출간되었다. 파티장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두고, 6인의 용의자를 추리해가는 소설이다. 정치인, 경찰, 공무원, 원주민, 배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인도의 여러 가지 모습을 모자이크처럼 구성해간다. 각 용의자의 에피소드는 사건과 사건이 꼬리를 물고 빵의 이스트처럼 거침없고 끝없이 팽창해나간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이야기들이 초반의 살인사건의 동기 혹은 결과를 불러오면서 이야기는 독자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여기 나오는 여섯 명의 캐릭터를 통해 인도의 다른 측면을 보여주려고 했다. 직업 군이 다양한데, 실제로 그에 따라 인도를 바라보는 방식이나 관점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다른 계층의 사람을 선택했다. 인도 인사이더들이 인도 바라보는 시각과 아웃사이더가 인도를 바라보는 시각을 비교해보려고 했다. 내 상상력을 시험할 수 있는 계기였다.(웃음)”

이 때문에 그의 소설 속 인도의 풍경을 읽어나가다 보면, 마치 인도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많은 종교가 엉켜있고, 사회는 여전히 계급이 존재해 빈부 격차가 크다. 그만큼 불의가 팽배하다.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꿈의 산업이고, 배우라는 직업은 가난한 사람들의 환상이자 꿈이다. 이러한 역동적인 인도의 풍경은 그 자체로 개성 있게 다가오지만, 동시에 우리와 비슷한 문제로 들썩이는 풍경은 공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작가 스스로는 전세계적인 인기를 어떻게 짐작하고 있는지 물었다.

“나는 인도가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가진 나라라고 생각한다. 12억 명이 사는 곳인데, 12억 개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 미움 관용, 불관용, 종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스토리가 다 인도에 있다. 세계가 현재의 인도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력이 있는 국가인데 그 저력에 비해 아직 민주주의가 꽃피지 못한 것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인도가 어떤 곳인지에 대한 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내 책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호기심을 갖는 일에서부터 상상력이 시작된다


그는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서 독자들에게 재미를 전달해주는 게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다. “독자들이 읽었을 때, 이 다음에는 어떤 내용이 나올지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절대로 지루하거나, 예측 가능한 스토리를 쓰고 싶지는 않다.”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재료는 상상력이다. 비카스 스와루프는 어떻게 싱싱한 상상력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일까?

“상상력을 훈련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나 현상, 관계에 대한 호기심이다. 신문에 나오는 짧은 사건은 단순한 일일 수 있지만, 그 문장 안을 깊이 들어가 확장해보면, 아주 많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많은 독서를 해야 한다. 나는 실제로 정말 많은 책을 탐독했다. 평소에 외교 문서만 읽는 게 아니라, 시간 나는 대로 MTV 잡지나 다양한 정보를 접하려고 한다. 자신이 몸 담은 분야 외의 다른 분야의 정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결국 두 편의 소설 모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야기였다. 그가 독자들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전하고 싶었던 것은 “솔직함”이라고 답했다.

“내가 책 통해서 가장 전달하고 싶은 건 자신에게 진실해야 한다는 거다. 소설 속에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데 그 중에는 가면을 쓰고 있는 캐릭터가 많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람이나 『6인의 용의자』 가운데 원주민은 자신에게 진실했던 사람이었다.

자기 스스로를 감추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인물이었다.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진실하고, 좋은 사람이 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항상 이런 법칙이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좋은 사람이 인생에서 성공하고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지 않나.”



스토리야 말로 궁극적인 연결자


비카스 스와루프는 서울디지털포럼 마지막 날인 27일 연사로 참여했다. 이번 포럼 주제가 ‘초(超)연결사회’인 만큼 SNS가 불러온, ‘초 연결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혁명이다. SNS를 통해 사람들의 관계가 새롭게 만들어졌고, 나 역시 연락이 끊겼던 동료를 페이스북을 통해서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을 가깝게 만드는 놀라운 도구라고 생각한다. 물론 보안이나 해킹,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있지만, SNS 관련 회사들이 안전책에 더 신경 쓴다면 SNS는 긍정적인 툴이 될 거라고 본다. 부정적인 면은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서 써야 한다.”

그의 강연 주제는 “백 만불 짜리 질문- 누가 차세대 연결자가 될 것인가”이다. “내 책이라는 수단을 통해 많은 사람과 연결되기 때문에 나를 강연자로 부른 게 아닐까 싶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기기를 통해 연결되어 있지만, 관계적인 측면에서 진짜 연결이 되었는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그 후에 누가 차세대 연결자가 될 수 있을지 대답을 제시할 거다.”

그는 유투브나 이메일이 존재하기도 전에도 우리는 연결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스토리야 말로 궁극적인 커넥션이다.” 그는 작가가 독자들을 연결하는 커넥터라고도 했지만, 두 나라 사이에서 외교 업무를 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초 연결사회’의 연결자였다.

비카스 스와로프는 앞으로도 외교관 업무와 작가 업무를 계속할 예정이다. “세계가 인도에 관심이 많을 때, 내가 외교관으로 일하는 건 행운이다. 또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한, 지금 같은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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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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