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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봄, 대한민국 인권의 안녕을 묻다
진보적인 출판사,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출판사를 꿈꾸다 앞으로도 한국사회에 필요한 주제를 진보적으로 다룰 것
우리는 필자보다는 주제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주제라고 판단하면 낸다. 그러다 보면 이 주제를 진보적으로 접근할 필자로 연결되더라. 지금도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주목하며 책을 준비하고 있다. 좀 더 급진적인 관점으로 접근해갈 예정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우리가 먼저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관심도 많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탐내는 것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우리가 흔히 ‘명품’이라 부르는 것들 말이다. 대한민국 출판계에도 명품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있다. ‘좋아서 보는 인문학’에서는 인문 사회 서적을 중심으로 출판하는 출판사를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3편은 ‘오월의봄’이다. | ||
학교에서 시험 답으로는 많이 나오지만, 졸업하고 일상 생활에서는 쓸 일이 없는 단어가 많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천부인권’이 아닐까 싶다. ‘자연권’이라 써도 정답으로 인정받는 단어. 인간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누릴 수 있는 권리로, 이 권리의 세부적인 내용은 각 사회마다 다소 다르다. 한국은 헌법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한다. 구체적으로는 평등권, 신체의 자유권, 재산권의 보장 등이 있다.
인권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정치적이나 경제적인 결과의 평등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기회의 균등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예를 들어, 기업이든 대학이든 어떤 곳에서 1명을 뽑는데 최종까지 온 지원자 2명이 서류 성적과 면접 성적이 동일했다고 하자. 1명은 서울 중산층 가정의 이성애자 남자였고, 1명은 농촌 다문화 가정의 비이성애자 여성이다. 이때 최종 합격자는 누가 될까?
이 대목에서 ‘정체성의 정치’는 보편적인 개념으로써의 인권을 문제 삼는다. 서구 계몽주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고 했으나 실제 역사는 다르게 전개되었다는 지적. 서구는 비서구를 식민지로 삼았고,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억압받았으며, 이성애 중심사회에서 비이성애자는 시민으로 대접받지 못했다. 사회 전반에 자연권을 제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보장받게 하려는 기획은 때로는 성공할 때도 있고, 때로는 실패할 때도 있었다. 중요한 점은 사회가 ‘인권’을 문제 삼지 않을 때 인간은 너무도 쉽게 야만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졸업한 뒤에도, 다소 불편하겠지만 ‘천부인권’, ‘자연권’을 생각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오월의봄’은 대한민권의 ‘인권’이 안녕한지를 묻는 출판사 같았다. 2011년부터 책을 낸 ‘오월의봄’은 대한민국 노인을 조명한 『황혼길 서러워라』, 소수자를 다룬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노동 문제를 기록한 『대한민국 나쁜 기업 보고서』 등 25종의 책을 냈다.
박재영 대표와 강아지 오월이(좌), 강곤 편집장(우)
'오월의 봄'이라는 출판사 이름에 담은 의미가 궁금하다.
5월에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다. 5월 정신을 이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진보적인 관점으로 책을 내고 싶었다. 처음에는 너무 거창해서 주저하기도 했는데, 젊은 친구에게 물어보니, 향긋하고 밝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5월은 밝고 푸르고 아름답지 않나. 그런 아름다움의 의미도 있다. 누구나 꿈꾸는 봄이라는 의미.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냈다. 이중에서 반응이 좋았던 책은?
빈곤문제를 다룬 『벼랑에 선 사람들』. 소수자들의 인권 이야기를 실은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이현우씨가 쓴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그리고 하워드 진의 연설문집 『역사를 기억하라』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밖에 다른 책들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 ‘오월의봄’에서는 시리즈로 3개를 낸다. '대한민국을 생각한다'는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를 진보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본다. '철학이 있는 삶' 시리즈는 한국이나 세계적인 석학의 진보적인 철학이론이나 철학 대중서를 소개한다. '불온한 책' 시리즈는 혁명가들, 우리가 되새겨야 할 역사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온하게 이 세상을 말해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 중이다.
예상보다 반응이 저조했던 책은 있었나?
『대한민국 나쁜 기업 보고서』. 우리나라 나쁜 기업들의 노동 문제를 취재한 책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다뤘는데, 의외로 반응이 저조한 편이었다. 아쉬웠다. 체 게바라가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연구하며 쓴, 『공부하는 혁명가』도 다소 반응이 미진했다.
박재영 대표는 10년 넘게 출판계에 종사했다. 최근 부쩍 '인문학'이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어떻게 보나?
최근 3~4년 사이에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붙은 책이 많이 나온다. 좋은 책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자기계발서의 변형인 책이 많다. 인문학을 붙인 자기계발서다. 인문학이라 하면, 반체제적이고 불온하고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삶과 세계에 질문하는 책이어야 하는데 몇몇 ‘인문학’이란 단어가 제목으로 붙은 책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좋은 인문학 책이 꾸준히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 책은 굳이 ‘인문학’이란 제목이 붙지 않는다.
최근 좋게 읽은 인문학 책을 추천한다면?.
최근에는 『한국인의 탄생』을 재미있게 읽었다.
다른 분야 도서도 그렇지만, 인문사회 저서도 앞으로 어떤 책을 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주목하는 저자, 사상가가 있나?
내고 싶은 필자가 많긴 한데, 우리는 필자보다는 주제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주제라고 판단하면 낸다. 그러다 보면 이 주제를 진보적으로 접근할 필자로 연결되더라. 지금도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주목하며 책을 준비하고 있다. 좀 더 급진적인 관점으로 접근해갈 예정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우리가 먼저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관심도 많아야 한다. 그래서 더 노력하려고 한다.
인문사회 출판사로는 전자책을 많이 낸다. 판매는 어떤가.
적극적으로 전자책에 대응하는 편은 아니다. 그리고 실제 판매는 미미한 편이다. 인문사회 책이 전자책으로 자리 잡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인문사회 책은 전자책으로 보는 게 불편하다. 종이책보다 장점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출판계 불황이라는 말이 많다. 체감하기로는 어느 정도인가?
2013년이 제일 심한 것 같다. 우리 같은 작은 출판사뿐만 아니라 규모가 큰 출판사들도 힘들다고하더라. 대중적이지 않은 책이라도 1,500~2,000부가 팔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1,000부도 어려운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노동 조건과 맞물리는 것 같다. 갈수록 경기도 나빠지고, 직장인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야근한다. 집에 오면 파김치가 되는데, 인문사회 책을 읽을 틈이 있을까. 대학생도 마찬가지로 가만히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인문사회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책도 그럴 것이다. 아무래도 출판 불황은 우리 사회의 상황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정치와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출판 상황도 좋아질 것이다.
오월의봄이 꿈꾸는 5년 후, 10년 후는?
지금까지 내왔던 대로 계속 진보적인 관점으로 책을 내겠다. 우리도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에 관심을 보이며 정진하겠다. 5년 후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인문사회 출판사로, 진보적인 출판사로 자리매김되면 좋겠다, 그리고 노동조건 등 노동자들이 일하기 좋은 출판사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
곧 나올 낼 책은 어떤 책인가.
타리크 알리와 올리버 스톤이 역사에 대해 대담한 책과,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다룬 책 등이 곧 나올 예정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우리를 둘러싼 시대의 문제를 고민하는 책을 낼 예정이다.
* 오월의봄에서 낸 책
대한민국 나쁜 기업 보고서
김순천 저 | 오월의봄
대통령 선거 직후 다섯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천문학적인 손배가압류, 법원의 판결도 사회적 여론도 미치지 않는 성역, 기업을 어찌할 것인가?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삼성반도체, 한국타이어…… 이러한 일들이 단지 극단적인 사례일 뿐이라고, 결코 내 이야기는 아니라고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이 책은그렇지 않다고,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된다는 보고서다. 이 책은 바로 당신의 안부를 묻는 책이자 우리 시대의 안녕을 묻는 책이다. 어느 한 회사가 그렇게 극단적인 고통을 겪는데 다른 회사라고 안전할까? 사회학적으로 접근해보면 그런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어떤 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 그 회사 자체의 모습만은 아닌 것이다. 저자는 그래서 쌍용자동차가 아닌 일반 기업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티끌 모아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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