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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한민국 예능을 정리한다
남주리의 내 맘대로 AWARD
2013년 대한민국은 유독 ‘미각의 제국’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VJ특공대나 생생 정보통과 같은 정보교양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었던 맛집과 음식소재들이 본격적으로 예능 프로그램까지 스며들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만 먹어도 ‘먹방스타’로 주가를 올릴 수 있는 한 해이기도 했다.
TV를 켠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 나온다. 바로 시상식. 스타들의 과도한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바라보다 질린 틈 사이로 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나도 시상식을 열어볼까?’ 그렇게 이른바 ‘내 맘대로 AWARD’가 시작되었다.
※ 다소 개인 취향이 많이 들어간 시상식이다. 글을 읽다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부문도 있을 수 있다.
※ 이 시상식은 맨 처음이자 마지막인 전설의 시상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1회 ‘내 맘대로 AWARD’ 시상식! 2013년 대한민국 예능 판도의 흐름을 살펴보며 시상을 진행해 보도록 하겠다.
예능, 남자하기 나름이에요
2013년 예능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바로 ‘남자’예능이 큰 사랑을 받은 점이다. 사실, <무한도전>부터 <1박 2일>까지 예능에는 남자 연예인이 주로 활약을 해왔지만 2013년 예능은 이 트렌드를 본격적으로 심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저 야생적인 이미지의 남성의 모습만이 아니라 2013 예능계에서는 ‘남자’라는 키워드에서 뽑을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우선, <아빠 어디가>를 통해 아빠로써의 남자를, <진짜 사나이>에서는 군인으로써의 남자를 보여줬다. <나 혼자 산다>에서는 도시의 독거남이 등장했고, 마무리는 노년의 남성들 즉, <꽃보다 할배>들이 장식했다. 이밖에도 강제 처가살이를 하는 사위들의 모습도 등장했다.
이러한 다양한 ‘남성’의 모습을 살펴보면 ‘예능, 남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말은 과장이 아닌 듯하다. 남자들이 예능에서 사랑받은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 동안 조명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비춘 점이 인기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믿음직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때로는 찌질하고 겁이 많은 이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무용담으로만 듣던 군인의 진짜 모습, 심심하게만 여겨졌던 노년층들의 삶까지 결국, 새로운 모습에 대해 시청자들은 큰 사랑을 보냈다.
★올해 최고의 사위상
SBS 자기야 <백년손님> - 함익병
장모님 앞에서 절대 기죽지 않는 사위. 오히려 사위의 잔소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장모님의 모습을 보여주며 올 한해 최고의 처월드 적응력 100%를 보여준 함서방.
★올해 최고의 할배상
tvN <꽃보다 할배> - 신구
직진 순재 형 앞에서도, 투덜이 일섭 동생 앞에서도 언제나 웃으며 무사히 여행을 끝마쳐주신 우리 신구 할배.
★올해 최고의 아빠상
MBC <아빠 어디가> - 이종혁
딸 바보 송종국 아빠 앞에서도, 아들 바보 윤민수 아빠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신개념 방목형 양육의 세계를 보여줬다.
예능, 미각의 제국이 되다
2013년 대한민국은 유독 ‘미각의 제국’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VJ특공대나 생생 정보통과 같은 정보교양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었던 맛집과 음식소재들이 본격적으로 예능 프로그램까지 스며들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만 먹어도 ‘먹방스타’로 주가를 올릴 수 있는 한 해이기도 했다. 이렇게 시각과 청각에 의존하는 TV가 다른 감각인 ‘미각’을 키워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미각이야말로 적은 돈을 들이고서도 가장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어려워진 주머니 사정의 소비자들은 한정된 수입 안에서 최대의 사치를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찾게 되고 그 접점에 음식과 요리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예능 프로그램은 음식을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영리함을 보이기도 했다. <해피투게더> 야간매점이 대표적이다. <맨발의 친구들>은 연예인들의 밥상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기도 했다. 이밖에도 요리에 ‘경쟁’이라는 키워드를 도입해 <마스터 셰프 코리아>가 탄생했고, 시청자들은 치열한 경쟁과 다이내믹한 요리과정에 환호했다. 이렇듯 ‘미각’을 자극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요리를 통한 ‘소소한 럭셔리’를 선사해 주었기에 큰 사랑을 받았다.
★올해 최고의 먹방스타
MBC <아빠 어디가> - 윤후
<아빠 어디가>는 분명 여행 프로그램인데, 윤후가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짜빠구리 인기의 장본인이 된 윤후. 후루루짭짭 면을 먹는 윤후의 모습이 2013년 최고의 먹방이기에 이 상을 수여한다.
★올해 최고의 요리하는 남자
Olive <마스터 셰프 코리아> - 강레오
강레오 셰프는 독설을 내뱉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지만 현란한 요리 솜씨와 더불어 독설 속에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예능, 관찰에 빠지다
2013년 예능에서는 ‘리얼 버라이어티’ 대안으로 ‘관찰예능’이 등장해 큰 사랑을 받았다. 기존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보여준 리얼리티에 더 심화된 리얼리티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예능의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관찰예능의 가장 큰 심리적 효과는 바로 ‘관음’이 아닐까한다. 궁금했던 스타의 사생활이나, 특정 상황에서의 출연자들의 실제 반응을 바라보는 관음적 상황이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 모았다. 이제 관찰예능 포맷은 예능 판도에 주류로 자리 잡았다. 주요 방송사는 물론, 케이블, 종편 채널을 찾아봐도 많은 예능프로그램들이 이 형식을 차용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씁쓸한 사실은 예능 프로그램의 획일화이다. 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어서 안정적인 산출을 보여주는 강력한 포맷을 너도나도 차용하는 일이 이해는 가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아쉽기만 하다.
MBC <나 혼자 산다>
많은 1인가구족들의 지지를 받으며 정규 편성으로 입성한 ‘나 혼자 산다’. 출연 독거남들의 집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그들의 삶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으므로 이 상을 수여한다.
지금까지 ‘제1회 내 맘대로 AWARD’였다. 수상 기준은 다소 필자의 주관이었지만, 이 글로써 독자 분들이 2013년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했는지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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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남주리?’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자란 사람. 지식을 주기에는 아직 배울 것이 많아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인 TV보기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려 노력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