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러브레이스의 <딥 스로트>
<인사이드 딥 스로트>
2005년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딥 스로트 Inside Deep Throat>는 1972년 미국에서 개봉해 영화사를 한순간에 바꿔버린 전대미문의 포르노 <딥 스로트 Deep Throat>의 제작비화를 그린 다큐멘터리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포르노의 전설이 된 <딥 스로트>의 탄생 비화와 그 주인공의 삶 깊숙이 들어간다. 1972년 맨해튼 월드시어터에서 개봉한 <딥 스로트>는 미국 최초로 일반 영화관 300여개에서 와이드 릴리즈된 최초의 포르노 영화였다. 《뉴욕타임스》는 ‘세련된 포르노’(porn chic)라는 신조어로 이 영화의 등장을 환영했다. 또한 이 영화는 또한 법집행자들에게는 더욱 공고한 검열의 방법을 주고, 창작자들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근거가 되었다. 2만 5천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6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얻었다. 이 영화의 큰 성공은 포르노가 하류 문화가 아닌, 중산층의 문화로 만들어냈으며, ‘포르노’ 중심의 또 다른 할리우드의 산업과 문화를 만들어냈다.
<인사이드 딥 스로트>는 <딥 스로트>가 만들어진 과정과 그 업적을 칭송하고, 동시에 ‘혁명’이라 부르던 그 명성이 무너지는 과정도 그려낸다.
<딥 스로트>
사실 <딥 스로트>가 처음부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니었다. 뉴욕 개봉 당시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이 영화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당시 존 린지 뉴욕 시장이 ‘포르노 일망타진’을 목표로 강제로 이 영화의 프린트를 압수하면서 부터였다. 이 사건은 뉴욕 모든 일간지 1면을 장식했고, 당시 중산층 혹은 지식인층이라 불리던 사람들이 전투적으로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모여들면서 기록적인 흥행 성적이 시작되었다. 적나라한 포르노이긴 하지만, 드물게 이 영화는 여성의 오르가즘에 관심을 가진 페미니스트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기에 사회적으로도, 여성들에게도 조금 더 쉽게 용인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기점으로 은밀하게 유통되던 싸구려 문화였던 포르노는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목구멍 깊숙이> 이후 세계적인 스타가 된 주인공 린다 러브레이스나, 33cm 대물 존 홈즈 같은 배우의 등장으로 스타 시스템이 생기고, 시리즈물도 개발되었다. 부정적인 측면은 마피아 같은 범죄조직이 이 새로운 돈줄에 열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러브레이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전설의 포르노 스타 ‘린다 러브레이스’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던 영화
<러브레이스>가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부기 나이트>를 본 관객이라면, 이런 유의 전기 영화들이 포르노 산업이라는 자극적인 표면이 아니라, 그 산업에 몸을 담근 ‘개인’의 삶의 이면을 들여다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자극적인 장면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러브레이스>는 다소 실망스러운 영화일 수도 있다. 영화는 이미 가버린, 돌아올 수 없는, 그래도 순박했던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을 더듬는다. 아니, 추억이라기보다 이미 끝나버린 시절에 대한 ‘회한’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 것 같다. 즉
<러브레이스>는 사회적 함의를 품고 산업의 이면에 도사린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는 영화가 아니라, ‘포르노배우’였던 ‘한 여성’의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들여다보는 1인칭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영화는 순진한 소녀에서 기구한 운명에 사로잡힌 여인으로 변신하며 다양한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몸을 빌려 보수적인 부모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소녀였던 린다가 포르노 배우가 되는 과정, 그리고 그 몰락의 과정을 들여다본다. 자신의 어머니(샤론 스톤)에게서도 이해받지 못한 린다의 고독과 매춘과 성폭력으로 얼룩진 과거는 가히 여성 수난사라 할만하다. 영화 속 린다는 자서전을 발간하며, 오히려 ‘반포르노 운동’에 뛰어들며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여기까지 사실이지만, 누락된 부분도 있다. 실제 린다 러브레이스가 두 번째 이혼 이후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다시 포르노 배우로 복귀했으며, 예전의 명성을 절대 찾을 수 없었다는 내용은 누락시켰다. 단지 그녀의 대표작 <목구멍 깊숙이>가 전 세계 6억 달러의 수익을 거뒀지만 린다에게 돌아간 돈은 1,250달러뿐이었다는 자막으로 끝맺으며 길고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색다른 가치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가난과 시대에 억눌린 여성의 기구한 삶을 차분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영화적 재미는 충분하다. 그리고 지루해질 만하면, 폭발하는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연기만으로도
<러브레이스>는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
<맘마 미아>
<인 타임>
<레미제라블>
2008년
<맘마 미아>를 통해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오드리 헵법이 시작하고, 줄리아 로버츠로 이어진 ‘달콤한 미소의 연인’ 역할을 해내리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2010년
<레터스 투 줄리엣>을 통해 그런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그저 웃는 것만으로도 화면을 환히 밝혀주는 사랑스러운 여배우의 틀에 갇히길 거부한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아톰 에고이앙의
<클로이>를 통해 팜므 파탈의 모습을 보인다. 2011년
<인 타임>에서는 과잉보호에 갇힌 상속녀에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여전사로 변모했고, 같은 해 판타지 SF
<레드 라이딩 후드>에서는 21세기 ‘빨간 망토’ 동화를 재현해 낸다. 2012년
<로스트>에서는 사라진 여동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주인공으로, 같은 해
<레미제라블>에서는 당당한 배우들에 견줘도 부족함 없는 존재감으로 코제트를 연기하면서 다양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그저 사랑스러운 미소가 그리운 관객에겐 로버트 드 니로, 로빈 윌리엄스, 수잔 새런든 등이 함께 한 2013년 로맨틱 코미디
<빅 웨딩>을 권한다.
성인 영화 산업을 그린 영화들
<래리 플린트>
<부기 나이트>
1996년 밀로스 포먼 감독의
<래리 플린트>는 포르노 잡지 ‘허슬러’의 발간인인 래리 플린트의 삶을 그린 영화였다. 이 영화는 보수적 종교인과 도덕주의자들의 공격에 맞서 감옥행을 마다하지 않는 플린트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전사의 모습을 끌어낸다. 플린트가 ‘법이 나 같은 쓰레기를 보호한다면, 모든 사람을 보호하게 되는 것’이라고 외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1997년 폴 토마스 앤더슨의
<부기 나이트>는 33cm에 달하는 거대한 성기를 가진 ‘존 홈즈’의 삶을 모티브로 포르노 산업 종사자들의 삶을 들여다 본 영화였다. 자극적인 소재를 품고 있지만, 그들의 삶 그 자체와 그 속의 비애를 품어내면서 포르노 산업의 몰락과 함께 무너진 개인의 삶과 그럼에도 살아지는 인생에 대한 애착까지도 담아낸다. 포르노는 아니지만, 적나라한 성기 노출과 성행위 장면을 가득 담아내는 카트린 브레야 감독의
<팻 걸> 제작기를 그린
<섹스 이즈 코미디>는 ‘섹스 영화’에 대한 판타지를 코미디로 전환시킨다.
<아티스트 봉만대>
<심장이 뛰네>
문화가 사뭇 다른 한국과 일본에도 성인 영화 제작자들의 일상을 그린 영화들이 있다. 얼마 전 개봉한 봉만대 감독의
<아티스트 봉만대>는 에로 영화계에 몸담은 사람들의 고민을 품은 페이크 다큐였고, 이에 앞서 공자관 감독의 2006년
<색화동> 역시 에로 영화계에 몸담은 사람들의 삶을 코믹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주인공 유동숙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안타까움을 줬던 허은희 감독의 2009년 작품
<심장이 뛰네>는 ‘여성’의 시각으로 어느 날 은밀한 포르노 제작 현장에 뛰어는 여교수의 욕망을 그려낸 색다른 영화였다. 앞선 한국 영화들이 성인 영화 종사자들의 삶을 그리긴 하지만, 그들의 ‘애환’과 ‘삶’ 그 자체까지 짚어내지 못해 아쉽다는 분에겐, 일본 영화
<18금 린코>를 권한다. 그 시장 규모가 약 1조엔(한화 13조원)을 넘을 정도로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일본 AV 업계를 배경으로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섬세하고 진지하게 그려낸다. 이 영화는 남루한 현실도 긍정하는 코믹함으로 무장하면서 끝까지 귀엽고 발랄함을 잃지 않아, 여성관객도 편하고 즐겁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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