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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미칠 순 없다! - 카니예 웨스트 <Yeezus>

카니예 웨스트, 그만의 힙합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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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ezus>는 만들다만 것 같기도 하고, 쉽게 즐길 수 없는 기괴한 앨범이다. 전자음이 귀를 찔러대지만 비트는 간소하다. 이는 애시드 하우스와 올드 스쿨 댄스 뮤직에 기초한 미니멀리즘의 퓨전 정도로 해석된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구성과 샘플링으로 곡 분위기를 순식간에 반전시켜 뻔하지 않다 못해 들을 때 마다 새로운 음악을 완성시켰다. 잘 만든 스릴러 한 편이다.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출처: Youtube 캡쳐]

잘하거나 대단한 수준을 넘어서면 우리는 흔히 ‘미쳤다’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2010년,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를 내기 전까지 만해도 카니예 웨스트는 그냥 음악 좀 하는 힙합 뮤지션이었다. 체급이 워낙 높은 대작과 비교해서 그렇지 그때도 대단하긴 했다. 앨범 판매량과 그래미 수상 경력으로 대변되는 그의 대중성과 예술성은 실로 ‘끝장’이다.

그의 가공할 무패 행진은 제이 지의 명반, <The Blueprint>에서 「Izzo(H.O.V.A)」 가 대박을 친 2001년부터 시작된다. 프로듀서에서 래퍼로 데뷔했을 때 별탈은커녕 찬사가 쏟아졌다. 이후에도 매 앨범마다 터지는 히트곡들의 향연은 놀라울 따름이다. 항상 실험적이었지만 낯설지 않게 접근했기에 카니예의 음악은 신선했다.

앨범을 천만 장이 넘게 팔아치우고 열댓 개의 그래미를 수상했지만 카니예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은 이 모든 일들을 별것도 아닌 것쯤으로 만들어버린다. 만족과 감동 사이 그 어디쯤에 있던 수준이 소름에 이르렀다. 힙합 버전의 어두운 <A Night At The Opera>다.

크게 볼 때, 위대한 뮤지션은 둘로 나뉜다. 정통성을 정면으로 돌파해버리는 부류와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는 부류로. 카니예는 후자에 속한다. 여기서 새로운 영역 창조의 무기는 웅장함이다. 그 거대함은 상상력이 느껴질 정도다. 선명하고 웅대한 맥시멀리즘은 형식까지 파괴해 버렸다. 7,8분을 넘나드는 러닝 타임의 곡들이 단순하게 1,2,3절 계속 나아갈 리 없다. 제각기 특이한 구조로 따분함을 경이로움으로 승화시킨다.

이 앨범을 통해 카니예는 세 개의 그래미를 수상하지만 올해의 앨범 상 수상은 고사하고 후보에도 들지 못했다는 것에 분노했다. 그즈음, 이러한 해프닝과 맞물려 그를 향한 팬들의 무조건적인 동조가 형상화되었다. 응원이 찬양으로 바뀌어 한 뮤지션이 신격화되는 시점이었다. 대중은 음악외적으로도 비범했던 그의 행동들을 납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스(Nas)는 신의 아들로, 제이지(Jay-Z)는 여호와라는 이름으로 힙합 신을 군림했으나 래퍼가 어떻게 랩을 한들 힙합을 벗어날 순 없다. 마찬가지지만 힙합 프로듀서는 그 영역을 확장 시킬 수 있다. 이것이 카니예를 Yeezus로 재정립시킨다.


이어 발매된 <Watch The Throne>, <Cruel Summer>로 카니예는 범접할 수 없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제이 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쟁쟁한 뮤지션들을 거느리고 있는 그는 더 이상 1,2,3집의 귀여운 곰돌이가 아니었다. 전에는 없던 카리스마와 아우라가 급속도로 그의 존재에 퍼져나갔다.
Did Moses not part the water with the cane?
Did strippers not make an ark when I made it rain?
Did Yeezy not get signed by Hov and Dame?
And ran to Jacob and made the new Jesus chains?
In Jesus' name, let the choir say
"I'm on fire ay," that's what Richard Pryor say
And we annihilate anybody that violate
Ask any dope boy you know, they admire Ye.
<Cruel Summer> 「New god flow」
비트에 못지않게 랩 또한 무자비하다. 마약과 스트리퍼를 경전 속 성스러운 이야기에 빗대어, 금지된 멋을 과시한다. 이렇게 내세우는 펀치라인들이 흘러가는 플로우마저 ‘신’급이라는 자존감은 허세가 아니다. 빈틈없는 커리어의 베테랑들이나 부릴 수 있는 음악적 여유로움이다.

힙합 팬들이 갖는 그의 앨범에 대한 기대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였다. <Graduation>때는 피프티센트(50Cent)와의 대결구도가 형성되었었지만 올해 초여름, <Yeezus>에 도전하는 제이콜(J. Cole)은 대부분 카니예의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제이콜이 카니예에 비해 경력이 모자라는 것도 있었지만 제이콜이 아닌 다른 누구였더라도 카니예와 비교할 순 없었을 것이다. 카니예는 힙합을 기반으로 그만의 음악을 하는 대체 불가능한 인물이 되었고 대중들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Yeezus>는 만들다만 것 같기도 하고, 쉽게 즐길 수 없는 기괴한 앨범이다. 전자음이 귀를 찔러대지만 비트는 간소하다. 이는 애시드 하우스와 올드 스쿨 댄스 뮤직에 기초한 미니멀리즘의 퓨전 정도로 해석된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구성과 샘플링으로 곡 분위기를 순식간에 반전시켜 뻔하지 않다 못해 들을 때 마다 새로운 음악을 완성시켰다. 잘 만든 스릴러 한 편이다.

이번 음반을 발매할 때 카니예는 대중과 평단, 그 누가 뭐라 하든 상관없다고 했다. 특별히 놀라울 건 없었지만 앨범 제목과 자켓부터 여느 때보다 자신 있었기에 사람들이 실망한다면 카니예가 뭐라고 변명할지 많은 이들이 궁금했을 것이다. 데뷔하자마자 베스트 랩 앨범 상을 탔던 그래미 시상식에서 그의 수상 소감을 인용해보자면, ‘글쎄 그건 알 길이 없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남들은 하던 것 하기 도 바쁠 때, 항상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던 카니예 웨스트, 이제는 그만의 힙합 신세계를 창조한다. 그는 Yeezus다.

글/ 전민석(lego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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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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