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Yeezus>
더 이상 카니예 웨스트를 힙합의 영역에 한정짓는 것은 무의미하다. 자의식의 분열을 한 편의 아름다운 교향곡으로 빚어낸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장르의 울타리를 뛰어넘은 천재적 예술의 발로였다. 잘나가는 힙합 프로듀서 중 한명에서 21세기 음악 시장을 대표하는 위대한 아티스트의 반열에 서게 된 것이다.
쏟아지는 찬사에도 불구하고 전작을 스스로 ‘대중들과 타협한 앨범’이라 평가한 그는 여섯 번째 정규작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진화를 꿈꾼다. 애칭 ‘Yeezy’를 차용해 자신을 감히 예수로 상징한
<Yeezus>는 전작 이상의 충격을 안겨준다. 그 자신이 전무후무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자신감은 거칠 것이 없지만 그 누구도 자의식을 근자감이라 여기지 않는다.
레이블 데프 잼(Def Jam)의 창시자이자 힙합과 록 양 쪽에서 전설로 추앙받는 프로듀서 릭 루빈을 총괄 프로듀서로 앉힌 것부터 전작과 확실히 선을 그었다. 앨범은 오페라 수준의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했던 전작과 완벽한 대척을 이루는 미니멀리즘의 향연이다. 이미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한 초창기 하우스 음악의 한 분파인 애시드 하우스 (Acid House)의 뿅뿅거리는 전자음들과 건조한 80년대 올드 스쿨 힙합 비트로 채워진 작품은 일반 대중들에게도, 힙합 마니아들에게도 결코 친절하지 않다. 괴기할 정도다.
당혹스러울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확실하게 감이 온다. 트렌드세터는 유행에 점철되지 않고 유행을 창조해낸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재고되지 못했던 장르의 재조명은 당장의 인기를 목표로 두지 않고 더 큰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음을 미리 귀띔해주는 것이다. 전설적인 빌리 홀리데이의 「Strange fruit」를 샘플로 사용한 「Blood on the leaves」, 같은 레이블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MC 푸샤 티의 곡을 멋지게 샘플링하고 가사를 통해 언급한 「Guilt trip」은 카니예 웨스트를 명 프로듀서의 위치에 서게 한 타고난 샘플링 능력 또한 변화 속에서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허세를 없앴다.’는 설명의 당위성이 입증되기도 하지만, 분명
<Yeezus>가 현재의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운드적인 운용뿐만 아니라 가사 내용에서도 이런 모습이 드러나는데,
<Yeezus>는 이때까지의 카니예 웨스트 앨범 중 가장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Black skinhead」에서의 미디어에 대한 날선 비판, 자본주의의 굴레에서 새로운 노예가 된 흑인 사회를 비판하는 「New slaves」와 자신에 대한 비난세력에게 바치는 「On sight」 등은 새로운 그의 모습이다.
분명 이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존재감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이러한 험난했던 과정들이 「Hold my liquor」와 「I'm in it」과 같은 생생한 고난의 모습으로, 「Blood on the leaves」과 「Guilt trip」 같은 실연의 모습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마지막 두 곡 「Send it up」과 「Bound 2」에서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자신의 모습을 당당히 선언한다. 앨범은 신념을 얻어가는 과정과 이를 통한 용기 있는 도전의 결과물이다.
쉽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은 아니다. 앨범의 주제가 하나로 일관되게 흘러가지 못하기도 한다.
<Yeezus>는 그럼에도 카니예 웨스트의 커리어에 또 한 번 거대한 이정표로 남을 작품이다.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내면의 고통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승화해낸 작품이라면, 이번 작품은 그 모든 고난을 헤치고 화려하게 부활한 ‘예수’ 그 자체다. 기가 막힌 자존의 표현인 앨범을 오만한 허세의 결과물이라 비난하는 것은 반쪽짜리 해석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고 한참 후에 구원자로 인도되었듯,
<Yeezus>의 존재도 훗날 더욱 거대한 업적으로 칭송받을 것이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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