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디엠씨(Run-DMC), 랩의 메인스트림 입성을 공표하다
로큰롤과 랩의 크로스오버
음반이 나온 지도 어느덧 20년의 세월로 치닫고 있지만 사람들은 지금도 힙합을 논하는 자리에선 어김없이 <Raising Hell>을 필수(아니면 교양) 코스로 언급하곤 한다. 비단 후대의 랩 가수들뿐만 아니라 록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음악적 소재로 끊임없이 회자됐다.
1986년, 랩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가치 체계를 뒤집어 놓는 중대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랩과 로큰롤의 크로스오버 곡인 런 DMC의「Walk this way」가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이죠. 이로써 랩은 이른바 ‘주류 음악’의 궤도 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런 DMC 이제는 ‘힙합의 전설’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Walk this way」가 수록되어있는 이들의 세 번째 앨범, <Raising Hell>을 소개해드립니다.
런 디엠씨(Run-DMC) <Raising Hell> 1986
“로큰롤과 랩의 하이브리드를 개척한 최초의 주류 성공작”
힙합 트리오 런 DMC의 멤버 잼 마스터 제이(Jam Master J)가 2002년 10월30일 뉴욕 퀸즈의 한 녹음실에서 괴한이 쏜 총탄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갱스터 래퍼 투팍과 비기 사후 새 천년 또 다시 터진 비보라서 당시 팝계의 ‘데드 쇼크(Dead Shock)’는 더없이 컸다. 결국 동료 런(조셉 시몬즈)와 디엠시(대릴 맥다니엘스)는 활동 18년 간 힙합 음악을 대변해주던 소속 팀 런 DMC의 해산을 선언했고, 그 날의 악몽은 지금까지도 ‘힙합 세계의 3대 비극’으로 기록됐다.
이제 ‘힙합의 전설’로 남은 런 DMC의 존재를 알기 위해선 과연 그들이 과거 힙합계에서 어떤 위상을 점했는지를 먼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랩 선구자들이 1980년대 힙합 문화를 꽃피웠지만, 왜 그중에서 하필 런 DMC를 그 선봉에 올려놓는지를 이해해야만 하는 까닭이다.
런 DMC는 힙합의 프로그레시브에 앞장선 선두주자였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백인들은 랩을 음악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아예 듣기조차 거부했다고 기록에 나와 있다. 다시 말해 백인사회에 흑인들의 랩송이 어떻게 비춰졌는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엄밀히 말해 랩의 기존 가치와 체계를 송두리째 뒤바꾼 결정적 사건은 1986년에 가서야 일어난다. 그해에 그 진화를 실현한 ‘신선한 창조물’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록 밴드 에어로스미스의 오리지널을 샘플로 가져다가 랩으로 커버한 런 DMC의 곡 「Walk this way」였다. 백인의 하드록과 흑인 랩의 크로스오버, 그 장르 간 제휴는 마침내 외면 받아오던 랩의 주류 궤도 안착을 가져온 것이다. 이 곡이 담긴 런 DMC의 3집 앨범 <Raising Hell>이 갖는 시대성은 바로 거기에 위치한다.
다시 말해 랩 가수 최초로 크로스오버를 향한 실험이자 랩의 메인스트림 입성을 공표한 청사진이었다. ‘힙합의 권리 쟁탈’이랄까. 즉 런 DMC의 성공은 그간 지하세계에서 햇살을 보지 못한 어둠의 자식들(랩 가수들)이 하나둘씩 바깥세상으로 나와 마침내 창궐하는 시대적 분위기를 주조했다.
그 후 런 DMC는 ‘랩과 록(메탈)의 퓨전’을 하고자한 이들의 선구적 역할모델이 됐다. 시기적으로 랩 록(랩 메탈)을 노래한 랩 가수는 런 DMC 이전엔 없었다. 특히 <Raising Hell>의 성공은 이듬해 수면위로 부상하는 백인 랩 트리오 비스티 보이스와 퍼블릭 에너미의 리더 척 디(Chuck D)의 사상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우리의 서태지와 아이들에게도…)
음악적 성과 외에도 상업적 측면에서 <Raising Hell>은 랩 음악의 비전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이전까지만 해도 흑인들의 랩은 언더그라운드 댄스뮤직에 국한되는 수준이었다. 궁극적으로 런 DMC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 것은 랩 아티스트 중 가장 먼저 주류에서의 성공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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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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