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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일본 쓰나미 참사에 더 지원했을까?

애증의 두 얼굴, 사랑과 미움은 한끗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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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은 애초 상대에게 무언가를 기대할 때 생기는 그리움 같은 것입니다. 이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심한 분노감이 생겨나지요. 이것이 ‘애증’이라는 것으로, 한 몸처럼 작동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뤄지기 힘들 때 애정과 증오의 간격은 심하게 요동합니다. 정말 사랑하는 연인의 배신이 가장 큰 미움을 가져오고, 나를 가장 사랑해 줘야 할 부모님이 나를 가혹하게 다뤘을 때 뿌리 깊은 분노를 탄생시키죠. 이런 이중적인 감정은 다루기가 힘들기 때문에 차라리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낫다고 여기게 만듭니다.




“참 이상해요. 나는 엄마를 정말 좋아하는데 가끔은 너무 짜증나고, 남자 친구도 좋아하는데 너무 밉기도 하고.”
“그걸 애증이라고 하죠. 예전에 일본 만화에서 ‘사랑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은 같은 것이야’라는 대사를 보고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사랑을 ‘과도한 기대’라고 생각해요. 받아 주면 사랑이 되고, 안 받아 주면 증오가 되고.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극단적인 결과가 나오죠. 이는 국가나 사회 조직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한국과 일본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일본에 쓰나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예상 외로 많은 금액의 구호금이 모였었죠. 그 금액이 아이티나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의 몇 배가 될 정도로요. 물론 독도 문제가 불거지자 하루아침에 급감했지만요. 이 부분에서 호기심이 살짝 듭니다. 아이티가 피해도 훨씬 심하고 경제도 어렵지 않았던가? 사람들이 왜 그 나라에는 기부할 생각을 안 했지? 아이티는 우리하고 머니까 그랬을까요? 그럼 가깝고 먼 기준으로 도움을 주시나요? 일본은 가까운 나라 사람들이니까 그렇다고요? 그런데 일본 미워한다고 그러지 않았나요? 그럼 중국의 쓰촨성은요? 우리와 매우 가까운데요?

사실 저는 ‘아이티가 이미지가 없는 나라라서’라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티에 대한 이미지는 부두교와 좀비 외에는 거의 없죠. 쓰촨성도 기껏해야 마파두부밥 혹은 마오쩌둥의 고향 정도밖에 알지 못하고요. 뉴질랜드, 아이슬란드나 아이티는 한국인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장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일본은 정말 많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강제 합병한 악감정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았고, 이후 독도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무신경함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너무나 많은 것들이 일본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왔습니다. 당장 분식집에 가서 보시면 메뉴의 2/3가 일식의 변형들입니다. 제가 감동 받았던 ‘만화’는 모두 일제였죠. 제가 ‘애증’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본 것도 일본만화 『시티 헌터』의 ‘사랑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은 같은 것이야’라는 대사부터였어요. 우리보다 나은 것을 가졌다는 것이 부럽고 대등해지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원수 가문입니다. 약 오르게도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상대는 우리를 라이벌 취급조차 하지 않았죠.

애정은 애초 상대에게 무언가를 기대할 때 생기는 그리움 같은 것입니다. 이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심한 분노감이 생겨나지요. 이것이 ‘애증’이라는 것으로, 한 몸처럼 작동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뤄지기 힘들 때 애정과 증오의 간격은 심하게 요동합니다. 정말 사랑하는 연인의 배신이 가장 큰 미움을 가져오고, 나를 가장 사랑해 줘야 할 부모님이 나를 가혹하게 다뤘을 때 뿌리 깊은 분노를 탄생시키죠. 이런 이중적인 감정은 다루기가 힘들기 때문에 차라리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낫다고 여기게 만듭니다. ‘나는 아무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라든가 ‘모든 사람이 증오스럽다’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죠. 원래 이상할 정도로 미운 상대라는 것은 대개 나의 일부분이거나 내가 동경하는 무엇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때 억압된 애정을 한 번에 드러나게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있죠. 상대의 ‘몰락’입니다. 실연을 당했을 때, 내가 상대보다 잘되어서 복수하는 것보다는 상대에게 불행한 일이 생기는 쪽이 더 만족스럽습니다. 억눌렸던 애정이 동정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고, 정당성도 획득할 수 있고, 서로가 아직 연결되어 있다는 환상을 지켜낼 수 있거든요. 마누라 싫다며 바람나서 이혼하자던 남자가, 아내가 말기 암이란 얘기를 듣고 다시 찾아오는 드라마를 생각해 보십시오. 평생 부모와 말도 않던 남자가 돌아가시기 직전 화해한다는 이야기도 흔하죠.

마침 일본에서 큰 재난이 생기자 억눌려 있던 애정이 예상 외로 크게 나타났었죠. 그동안 미워한 것의 반작용처럼. 중국, 아니 북한보다도 더 범인류적 동류의식을 느끼는 겁니다. 그게 불만은 아닙니다. 마음 가는 대로죠. 하지만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일본에 대한 열등감, 선망, 기대 같은 콤플렉스가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상은 불편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일본의 반응 하나하나에 과하게 반응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도 애증이 교차하고, 문화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운명입니다만, 좀 더 넓은 눈으로 세계를 본다면 어떨까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교류해야 할 사람들은 세상에 훨씬 많이 있습니다.


Dr. MAD의 심리학 노트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애증과 같이 정반대되는 감정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하나의 선택, 하나의 느낌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 정체성, 사고 등이 그때마다 상황에 맞게 출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나 말이 튀어나오곤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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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하게 힐링 송형석 저 | 서울문화사
현대인들의 불안심리가 확대되는 만큼 이 문제를 다루는 심리학 관련서들 역시 우후죽순으로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나치게 딱딱한 심리학 이론에서 접근한 어정쩡한 이론서이거나, 반대로 너무 가볍게 다이제스트한 심리 테스트 수준의 책들이 상당수이다. 이에 방송으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전작으로 심리학서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는 저자의 유쾌한 시선을 바탕으로, 실제 상담사례집을 보는 듯한 생생한 내용과 만화를 접목시킨 방식의 색다른 심리학서를 선보인다.

 





송형석 저자의 심리학 이야기

[ 위험한 심리학 ]
[ 위험한 관계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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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형석

초등학생 때 친구에게 만화를 그려 주고, 중학생이 되어 쇼팽 대신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에 열광하던 소년은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가 되었다. 팝 음악과 영화, 만화 등 대중 장르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그는 정신과 의사라는 본업 외에도 밴드 ASIDE에서 드럼과 신시사이저를 맡아 작곡을 하고, 만화를 그리고, 방송을 하며 장르의 경계를 종횡무진 넘나들고 있다.
MBC <무한도전>의 ‘정신감정 편’에 출연하여 날카로운 심리 분석과 예사롭지 않은 입담으로 주목받은 이후, MBC 라디오 <박명수의 두 시의 데이트><태연의 친한친구>, SBS 라디오 <이석훈의 텐텐클럽><김지선, 김일중의 세상을 만나자>, jtbc <별별 랭킹쇼><옐로우 박스> 등을 통해 방송인으로서도 활약을 보여 주었다.
고려대학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병원 정신과 전공의를 수료했으며, 소아청소년 강사 및 수면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마음과 마음’ 정신과 대표 원장으로,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심리학 자문을 맡고 있고, 예리한 심리 분석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위험한 심리학><위험한 관계학>을 썼다.
* 블로그 : http://blog.naver.com/drmad
* 트위터 : http://twitter.com/Asidesong
“삶이 괴롭고 우울할 때는 음악에 몰두하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여행을 가세요. 고독 속에서 자기 자신과 나눈 깊은 대화는 내 영혼을 살찌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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