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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 동네에 교육 혁명 일으킨 한국인 여성

‘수업이 다 끝나도 아이는 좀처럼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톤도 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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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톤도의 초등학교는 한국의 보통 초등학교보다 작은 규모였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작은 학교에서 무려 8000명의 아이들이 2부제(오전반, 오후반)로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전반과 오후반이 교차하는 시간에는 학교가 아이들로 가득 차 꼼짝할 수 없을 정도다. 아이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다보면, 피난길을 걷는 느낌이 든다. 환경은 어떨까.

한국 공교육이 붕괴하는 기미를 보이자, 학부모들은 가장 먼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지출을 줄였다. 그리고 방향을 틀어 모든 여력을 사교육에 쏟아부었다. 그 덕분에 현재 한국 사교육 시장은 연 34조 규모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한 해 국가예산의 10퍼센트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나(김종원) 역시 한때 사교육 기업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봤지만, 사교육은 올바른 교육을 위한 정답이 될 수 없다. 하루에 서너 개의 학원을 쫓아다니는 평균 이상의 성적인 학생들이 맨 마지막에 가는 곳이 어디일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답은 정신병원이다. 멀쩡했던 아이들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니는 학원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비정상적으로 변했다. 어떤 자극에도 반응이 없는 마네킹 정도로 표현하면 적당할 것이다. 학원에서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많이 아팠다.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학군이 좋을수록, 학생 성적이 우수할수록 심하다. 사교육 중심지인 대치동에는 학원 몇 곳 건너 정신과의원이 있다. 아이들이 잘 가는 피시방보다 정신과의원이 더 많다. 영어 학원 열 곳이 생기면, 정신과의원 한 곳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다. 과장이 아니다. 2009년 서울대병원이 강남과 목동, 중계, 분당 지역의 중고등학생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학생 52퍼센트와 고등학생 49퍼센트가 일상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06~2011년 서울시 우울증 진단 학생 수’ 통계에 따르면, 사교육 열기가 높은 강남, 송파, 노원, 서초, 양천 다섯 개 구가 1~5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게 하려면 “못해도 괜찮아”라는 격려의 말을 자주 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조언한다. 그 전문가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당연한 말씀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게 해결 방안은 아니다. 임시방편일 뿐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모두가 행복한 교실을,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을 통해 만드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공교육을 통해 풀어야 한다. 그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일본의 ‘식민지 교육’, 군사정부의 ‘군인을 만드는 교육’, 미국의 ‘노예를 만드는 교육’으로 어지럽게 뒤섞인 우리 아이들의 교실. 무려 110년 동안 창을 열지 못해,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질 정도로 혼탁해진 이 교실을 바꿔야 한다.


필리핀의 공립학교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필리핀, 이곳의 공교육은 어떨까. 필리핀의 학제는 초등학교 6~7년, 중등학교(하이스쿨) 4년, 대학교 4년이 기본이다. 중등교육 수료 후 전국에서 치러지는 예비고사와 각 대학의 입학시험에 합격해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조사를 하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필리핀은 한국처럼 교육열이 대단히 높아 평균 학력이 우리나라로 치면 고졸 수준이다. 그런 교육열을 증명하듯 필리핀의 초등학교는 4만 5000여 곳, 중등학교는 무려 9000여 곳에 달한다. 필리핀의 인구가 약 9268만 명(2008년 공식집계 기준)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많은 수다. 우리는 교육센터에 가기 전에, 톤도에 있는 공립 초등학교를 먼저 방문했다. 두 가지 교육 시스템의 차이를 더욱 확실하게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톤도의 초등학교에서 김종원 이지성 작가,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과 청소를 함께했다. ⓒ유별남

일단 톤도의 초등학교는 한국의 보통 초등학교보다 작은 규모였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작은 학교에서 무려 8000명의 아이들이 2부제(오전반, 오후반)로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전반과 오후반이 교차하는 시간에는 학교가 아이들로 가득 차 꼼짝할 수 없을 정도다. 아이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다보면, 피난길을 걷는 느낌이 든다. 환경은 어떨까.

교장의 소개로 학교의 다양한 시설을 살펴보고, 실제로 수업을 진행하는 광경도 지켜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열악했다. 에어컨은 있었지만, 전기료가 비싸 거의 작동하지 않는 상태다. 빈민들이 사는 톤도라서 그런 게 아니고, 필리핀에 있는 대부분의 공립 초등학교가 평균적으로 이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교실과 복도 주변은 아예 청소를 하지 않는 듯 위생 상태가 불결했다. 학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생각이 있는 학생이라면 톤도 교육센터의 아이들처럼 스스로 주변을 청소했을 것이다. 필리핀 공교육에서 사람을 키우는 인성 교육의 부재를 알 수 있는 단면이다.

한편 학교 정문 현관에는 대외적으로 학업성취상을 받은 아이들에 대한 소식이 더덕더덕 붙어 있었다. 순간 ‘성적’만을 강조하는 한국 학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오직 공부만으로 아이들의 능력을 판단하는 한국과 다를 게 없었다. 열악한 시설보다 실망스러웠던 부분이다. 게다가 한국 공교육의 고질병인 왕따와 학교 폭력 문제가 필리핀에서는 더욱 심각한 상태다. 총만 없다 뿐이지, 언제든 칼을 들고 상대를 해칠 준비가 된 학생들도 있다. 우리는 한국과 별다를 바 없는 이곳 필리핀의 공교육에서도 이렇다 할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건물이 낡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청결함은 다른 문제다.
학교 이곳저곳에서 발견되는 쓰레기. ⓒ유별남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각종 대회와 시험에서 수상한 아이들의 사진이
어지럽게 붙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유별남



12년째 아이들을 위해 봉사해온 김숙향 교사

“<외교통상부 긴급공지> 현재 귀하가 위치한 지역은 여행제한구역으로, 긴급한 용무가 아닐 경우 신속히 해당 지역을 벗어날 것!”

우리가 톤도에 있을 때 가장 많이 받은 문자메시지다. ‘신속히 벗어나야 할 곳’인 이 지역에서 12년째 아이들을 위해 봉사해온 한국인 김숙향 교사를 소개한다. 0에서 시작한 기아대책(//www.kfhi.or.kr)의 CDP(Child Development Program) 교육센터는 이제 500여 명의 학생이 교육받는 곳으로 성장했다. 김숙향 교사는 이곳에서 초등학생과 중등학생을 대상으로 공부교실을 운영하는 데 삶을 바치고 있다. 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 중에서 대통령도 나오리라고 확신할 만큼 자신의 교육법과 아이들을 신뢰하고 있다.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김숙향 선생님. ⓒ유별남

물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기에 때로는 사재를 털어야 하는 상황도 있었고 지역 주민의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지역 최고의 인재양성소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센터 설립 초기에는 “당신이 뭔데 우리 아이를 오라 가라 하느냐”며 욕하던 부모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를 욕하던 이들은 지금 센터에서 식사 제공 및 청소 봉사를 하고 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없던 아이들이, 다리를 마음껏 펼 수도 없는 방 한구석에서 석유램프의 희미한 불빛을 벗 삼아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에 부모들이 변한 것이다. 김숙향 교사가 아이를 바꿨고, 아이들이 부모를 바꿨다. 그 덕분에 그들은 김숙향 교사의 팬이 되었다.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 김숙향 교사는 한국으로 비유하면 한 학교를 책임지는 교장이기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하면 학부모가 교장의 팬이 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상황이다.

그녀와 함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과 각자 담당하는 과목을 소개한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초등학교 4학년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베네딕트 살테, 초등학교 4~6학년 수학과 과학 및 중등학교 과학과 가치관을 가르치는 조나 이베사테, 초등학교 5, 6학년과 중등학교 수학을 가르치는 안토니오 마상야, 초등학교 2, 3학년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플로리제인 올비타, 마찬가지로 2, 3학년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미셸 빌리안테, 초등학교 5, 6학년과 중등학교 영어와 가치관을 가르치는 샬로나 우바스,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넬슨 알비올, 초등학교 5, 6학년 수학과 영어 그리고 중등학교 영어와 가치관을 가르치는 셀리아 울수아가 각자 지닌 재능으로 파트를 나누어서 교육을 한다. 최고 리더인 샬로나를 중심으로 아이들을 좀더 완벽하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톤도 교육센터의 선생님들. ⓒ유별남


톤도 교육센터의 교실 전경. ⓒ유별남



인격과 지성을 겸비한 아이들을 길러내는 톤도 교육센터

앞서 살펴봤지만 한국과 필리핀의 공교육은 암담한 상태다. 하지만 한국은 공교육의 문제를 오로지 돈으로 풀려다 아이들을 망쳤고, 톤도의 교육센터는 공교육의 문제를 사랑과 헌신으로 풀었다. 톤도 교육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은 봉사하는 마음과 리더십, 예의범절을 두루 갖추고 있다. 아이를 인격과 지성을 겸비한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톤도 교육센터에서는 매주 금요일 새벽 6시에 교사들과 아이들이 함께 동네를 청소한다. 많은 나라를 돌아다녀봤지만, 아침에 교사와 학생이 동네를 청소하는 풍경은 굉장히 낯설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었다.

“청소를 하면 뭐가 좋니?”

아이는 바로 대답한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을 위해 하는 거니까요. 동네가 깨끗해지고, 그래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해요.”

얼굴이 화끈거렸다. 우문이었다. 우리는 역시 ‘나만 잘살면 된다’는 한국식 교육에 철저하게 길든 사람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 사회의 도덕불감증이 생각났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이 당연하게 통용되는 나라. 선거를 할 때도 ‘더 나쁜 놈 대신 덜 나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 잡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모든 게 다 부족해도 이해할 테니, 제발 공부만 잘해다오”라는 말을 들으며 성장한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톤도 교육센터에서는 아이들을 인격이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아주 특별한 교육을 실시한다. 오전반 아이들은 매주 목요일 오전 8~9시, 오후반 아이들은 1시 30분~4시까지 가치관 교육을 실시한다. 전 교사가 가치관 교육에 참여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치관 교육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관련된 내용은 다음 기회에 자세하게 소개하겠다.


단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

톤도 교육센터에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 하나 있다. 교사들이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이가 인격적으로 훌륭하게 성장해서 고맙고, 지역사회에서는 그런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지역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감사하다. 인격적인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톤도의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교사가 힘들어야 학생이 성장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교사 편의주의에서 벗어나, 학생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수업 시간 역시 중심은 학생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영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바로 영어 교사다. 수업의 중심은 ‘과목’이 아니라 ‘과목을 배우려는 아이들’이어야 한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일은, 교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마치 누구나 부모가 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냥 부모가 되는 것과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아이를 낳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훌륭한 인간으로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면, ‘과목’이 아닌 ‘과목을 배우려는 아이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쉽게 흉내내기 힘들다.

하지만 톤도 교육센터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톤도 교육센터의 교사들은 수업을 할 때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반대로 못하는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공부 잘하는 학생만 가르치면, 다른 학생들은 자연히 희생될 수밖에 없다. 한국 공교육의 몰락도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99퍼센트의 학생들이 1퍼센트를 위해 들러리처럼 앉아 있는 역할만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톤도 교육센터는 동반 성장을 선택했다. 다 함께 잘되자는 게 동반 성장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도 승천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사들은 센터에서 교육을 받을 때부터 나만 잘되는 게 전부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철학을 자연스레 가슴에 담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용이 되어도 다시 땅으로 돌아와 아직 성장하지 못한 친구들과 후배들을 키우는 교사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인격과 실력을 겸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톤도 교육의 결실이다.


톤도의 선생님들은 학생 한 명 한 명을 끝까지 최선을 다해 가르친다. ⓒ유별남



변화를 이끌어내는 톤도의 교육 철학

최근에는 톤도 교육센터의 교육 시스템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스물다섯 살이던 2000년 센터 설립 초기부터 김숙향 교사와 함께한 알마를 소개한다. 처음에 그녀는 자원봉사를 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센터 일을 했다. 하지만 2001년, 자신의 삶을 반전시킬 깨우침을 얻게 된다. 당시 센터는 설립 초기라,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보다는 교사를 교육하는 데 더 힘을 썼다. 김숙향 교사는 센터의 모든 교사들에게 ‘윤리학’을 가르쳤다. 하지만 알마는 교과목에도 없는 윤리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러자 김숙향 교사는 결연한 목소리로 답했다.

“학생을 공부 하나만 잘하는 우등생에 머물게 하고 싶다면 배울 필요 없습니다.”

짧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말이었다. 알마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인격이 훌륭한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 자신이 윤리학을 배우고 생활에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녀는 바로 풀타임 교사로 전환했다. 그녀 역시 좋은 대학을 졸업했기에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출세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다. 하지만 그 일 이후로, 승천하지 않고 12년이 넘도록 용을 길러내는 일을 하고 있다.


김숙향 선생님과 함께 센터를 일구어온 알마. ⓒ유별남

2012년 4월부터 알마는 2만 명 정도가 사는 이슬라푸팅바토(Isla Puting Bato, ‘하얀바위섬’이라는 뜻)라는 곳에 새롭게 센터를 건립해 그곳의 책임자로 간다. 여기서 독자들은 그녀가 그렇게 고생하더니 12년 만에 결국 출세했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역 이름이 ‘하얀바위섬’이니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낭만적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지역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된다면 생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곳은 탈옥을 했거나 살인이나 1급 범죄를 저지르고 숨어 지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래서 톤도 사람들은 그곳을 ‘도피성’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일이 없어 낮에는 노름과 술로 허송세월하고 밤에는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우범지역이라 외지인은 차에서 내릴 수조차 없는 동네다. 워낙 아이들이 많은 동네이기 때문에, 아이를 대상으로 한 장기 적출 범죄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자기 집 앞에서 놀고 있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어린아이를 납치해서 장기를 적출해 파는 것이다. 물론 먹을 것도 부족한 실정이니, 마취는 사치다. 그냥 아이를 묶어놓고 반항할 힘조차 없는 상태에서 배를 갈라 장기를 다 꺼내간다. 더 슬픈 건, 그렇게 장기가 적출돼 죽은 아이의 시신을 아이 집 앞에 버리고 간다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숨어 지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피성.
높은 담벼락과 철조망이 그들의 삶을 말해준다. ⓒ유별남

낯선 남자가 혼자 들어갔다가는 열이면 열 죽어나올 정도로 험악한 곳에서 알마는 초등학생 350명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이를 돕기 위해 나(이지성)의 팬카페인 폴레폴레(//cafe.daum.net/wfwijs) 회원들이 알마가 지도할 350명의 아이들과 결연을 맺고 후원을 시작했다. 이제 더이상 이유 없이 억울하게 죽어가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분명 이 척박한 동네를, 오직 교육의 힘으로 변화시키리라 확신한다. 이 확신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들의 교육 철학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달 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심하게 교실 풍경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교육 철학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1. 배움의 기회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톤도 교육센터의 교사들에겐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 바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못하는 학생을 차별하면 그 학생은 평생 못하는 사람으로 살게 된다. 하지만 톤도의 교사들은 모두에게 끝없이 기회를 준다. 생각해보라. 걸음을 배우기 위해 쓰러지고 넘어져도 기를 쓰고 일어나는 아이에게 “거봐, 또 넘어졌잖아. 넌 걷는 걸 포기해라”라고 말하면 그 아이의 삶은 어떻게 되겠는가. 실제로 걸을 수 없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삶의 질은 어쩔 수 없더라도 교육의 질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2. 우등생이 아니라, 인간을 키운다

한국의 학교에서는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면 가장 신속히 처벌할 수 있는 학칙을 찾아낸다. 하지만 톤도에서는 다르다.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안 좋은 행동을 하면,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난다. 교사가 그 학생을 자신이 사는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내면서 좋아질 때까지 관심을 기울인다. 길게는 1년 이상 함께 살기도 한다. 한국의 학교에서는 학생의 잘못에 대해 마치 법정처럼 판결을 내리지만, 톤도의 교사들은 그들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품고 고생을 자처한다. 집요할 정도로 엄청난 책임감으로 아이들을 우등생이 아닌, 인간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3. 동반 성장 학습을 교육 철학으로 삼는다

앞서 말했지만, 톤도 교육센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동반 성장이다. 지금 한국 경제계에서는 동반 성장이 이슈다. 하지만 쉽지 않다. 힘이 있는 자가 자신이 가진 힘을 잘 나눠주지 않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힘을 가진 자는 교사다. 톤도의 교육센터에서는 어떤 일이 생기든 학생 탓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이 일으키는 모든 문제는 교사와 센터 그리고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 같이 잘되자’는 구호 아래 ‘함께’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그들은 교육 이전에 사람을 키우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어느 나라의 어느 지역이든, 위에 나열한 교육 철학을 채택한다면, 개인과 나라를 바꿀 엄청난 교육의 위력이 발휘될 것이다. 톤도의 교육은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니 왠지 수업 분위기가 진지하고 지루할 것 같다고? 그건 톤도의 교실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기우다. 톤도 교육센터의 모든 교실은 어떤 수업을 하더라도 웃음과 활기가 넘친다. 세상에, 그 머리 아픈 수학 시간에도 서로 발표를 하겠다고 난리다. 그들에겐 공부가 축제로 느껴지는 듯하다. 아니다. 긴 말 하지 않고, 이 한마디면 톤도 교육의 우수성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업이 다 끝나도 아이는 좀처럼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톤도 아이들에게 공부는 곧 축제다. ⓒ유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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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지성 김종원

이지성
1993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 소설, 교육, 자기계발, 인문, 기독교, 어린이 등의 분야에서 스물다섯 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다. 대표작으로 『꿈꾸는 다락방』 시리즈,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리딩으로 리드하라』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공저) 등이 있다. 주요 저서들은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자기계발과 인문고전 독서의 바탕은 ‘사랑’이라는 깨달음을 실천하기 위해 팬카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서울역, 왕십리, 대전, 대구, 부산 등지의 빈민촌에서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자료를 팬카페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그 밖에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와 함께 세계 최빈국 어린이들을 일대일로 후원하고, 마을에 우물을 파고 학교와 병원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종원
‘자기계발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믿는다. 모든 문제를 환경 탓으로 돌리며 불평으로 일관하는 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롤 모델을 찾아내 치열하게 연구한다. 현재 경제경영, 자기계발 관련 콘텐츠 디렉터 및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부진 스타일』 『삼성가 여자들』 『전략기획자로 승부하라』 『킹피셔』(공저) 『블루마켓을 찾아라』(공저) 등이 있으며, 이중 일부가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사진/ 유별남
한 장의 그림을 그리듯 심혈을 기울여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다른 문화 속에서 같은 삶의 무늬를 찾아내는 그의 사진은 무척 정적이면서도 밝고 따뜻하다. 지은 책으로 『중동의 붉은 꽃, 요르단』, 사진 작업을 함께한 책으로 『신의 뜻대로』 『아이 러브 드림』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등이 있다. 'EBS 세계테마기행'의 요르단, 가이아나, 인도 편에 출연했으며, 'In PAKISTAN'(파키스탄 국립현대미술관) 외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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