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쓰레기장 마을’에 빵공장 학교 세우는 한국 베스트셀러 작가들 - 이지성, 김종원 작가
쓰레기 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몸짓 진정한 교육의 나아갈 길을 발견한 두 남자의 특별한 도전, 인세 100% 기부
이지성과 김종원, 자기계발서로 이름을 알린 두 베스트셀러 작가가 특별한 프로젝트를 위해 손을 잡았다. ‘쓰레기장 마을’로 불리는 필리핀 최악의 빈민지역에 빵공장이 있는 학교를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두 작가는 책을 출간함으로서 그 인세를 100% 기부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지성과 김종원, 자기계발서로 이름을 알린 두 베스트셀러 작가가 특별한 프로젝트를 위해 손을 잡았다. ‘쓰레기장 마을’로 불리는 필리핀 최악의 빈민지역에 빵공장이 있는 학교를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두 작가는 책을 출간함으로서 그 인세를 100% 기부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들이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들과 함께 진정한 나눔과 교육을 실천하는 이들을 통해 제시하는 우리 교육의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보았다.
필리핀 쓰레기장 마을에 학교를 짓기 위해 집필한 책이 단지 그곳의 현실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의 미래까지도 담고 있다는 것이 눈길을 끄는데요.
교권의 상실과 교육 현장의 붕괴는 우리나라 모든 학교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됐어요. 그런데 필리핀 쓰레기장 마을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육을 보고 우리나라 교육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 비결이 있음을 확신하게 됐죠. 우리나라에 비하면 비참할 정도의 환경이지만 쓰레기장 마을의 교육이 다른 점은 선생과 학부모, 아이들, 이 세 그룹이 사랑으로 똘똘 뭉쳐있다는 거예요. 인간을 만드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죠. ‘인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좋다고 하지만 공부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 식으로 불안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곳에 아이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필리핀 최고 대학에 입학하는 교육의 기적을 이뤄내고 있더군요. 그것을 보고 ‘이곳의 교육비법을 우리나라 학교와 가정에 적용하게 되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죠.(이지성)
100% 기부로 연결되는 집필이라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네요.
얼마전 제 팬 카페 회원들과 함께 월세가 올라 470명이 길거리로 나앉아야 할 위기에 처한 필리핀 톤도의 교육센터 매입비용 일부를 모아 기부를 했습니다. 그 톤도 옆에는 빠야따스라는 거대한 쓰레기산이 있는 마을이 있어요. 지난해에 산사태가 나서 600명이 깔려죽었다는 악명 높은 곳이었죠. 그곳에 사는 약 3만명의 아이들은 쓰레기더미에서 캐낸 음식물을 씻어 끓여먹어요. 그나마 하루 한 끼가 고작이죠. 마을과 3km 떨어진 곳에 공립학교가 있는데 아이들은 허기가 져서 학교에 가지를 못해요. 그래서 빵공장이 딸린 학교를 지어주기로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김종원 작가가 문자 한통으로 제 가슴에 불을 질렀죠(웃음). 저는 사실 그때까지 그저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만 몰두했는데, 실질적으로 이 책을 집필해서 기부하는 아이디어는 김종원 작가가 제안했어요.(이지성)
제가 문자를 보낼 때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어요. 이제까지 전업 작가라기보다 회사원이었죠. 이지성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필리핀에 갔을 때만 해도 이렇게 큰 일로 이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웃음). 필리핀의 쓰레기장 마을을 보면서 단순히 그곳 아이들이 가엽다는 생각만 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학생들이 불쌍하다는 생각 또한 겹쳐지더군요. 열악하지만 진심이 담겨있는 그곳 교육의 장점을 가지고 와 우리나라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결심이 선 이후에 바로 사표를 냈죠. 회사에서는 반려를 하면서 3개월간 휴직을 하고 다시 복직을 해서 팀장을 맡으라고 하더군요. 파격적인 제안이었죠. 하지만 제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어요. 바로 그 자리에서 사직 의사를 확실히 밝혔거든요(웃음).
사직을 하고 1주일 후 다시 필리핀으로 갔어요. 교육에 관해서는……, 사실 제가 회사에 들어가기 전 5년 정도를 논술학원 강사로 있었거든요. 아이들을 가르치기는 했지만 정작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고 학원에서 뭔가를 배우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방식이 과연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고 행복하게 할 수 있냐는 의문이 들었어요. 당시에도 학원장 제의까지 받았지만, 그 제안이 오히려 그만두는 계기가 됐죠. 그런데 그 7년 후인 올해 이지성 작가의 도움으로 필리핀에 가서 아이들을 보고 제 스스로의 변화를 느꼈어요. 그게 바로 교육인 것 같아요. 우선은 제가 변화됐으니까요. 그간 돈과 물질만을 쫓으며 살아 왔는데 이제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김종원)
이전에 두 분이 집필하셨던 자기계발서 혹은 사회계발서와는 조금 다른 성격의 책이 될 것 같은데요. 어떤 내용이 담길지 소개해 주신다면?
그렇지 않아요(웃음). 제가 최초로 쓴 것은 자기계발서가 아니에요. 저는 초등학교 교사를 7년 넘게 했어요. 교사시절에도 교육과 관련된 책을 다섯 권 정도 출간 했어요. 그 책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죠. 교육과 관련 된 책은 써왔지만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에요(웃음).
그 책들을 통해서 이미 5~6년 전부터 사교육의 맹점을 파헤치고 참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지만 관심을 모으기는 힘들더군요. 학교붕괴는 이미 그때부터 제가 한 이야기에요. 이번에 쓰게 되는 책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어요. 첫째는 우리나라 교육이 왜 이렇게 망가질 수밖에 없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짚을 생각이에요. 교사가 아이들에게 진정한 교육을 시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게 우리나라 교육이에요. 국가주도의, 최근에는 기업이 요구하는 내용이 교육에 들어가고 있으니까요. 국가와 기업, 교육외적 요소들이 우리나라 교육의 90% 이상을 지배하고 있죠.
우리나라 교육비 가계부담은 OECD 국가 중 1위인데, 청소년 자살률, 불행지수도 1위에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야기한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파헤쳐 볼 생각이죠. 두 번째는 ‘그렇다면 과연 어떤 교육을 지향해야 할까’죠. 그 답을 필리핀 빈민가 교육으로 풀어내는 거고요. 세 번째는 부모에요. 첫째와 둘째를 보면 이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 초점이 맞춰 있지만 결론은 사실 부모가 변해야 된다는 거예요. 부모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교육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할 생각입니다. 단순히 필리핀 이야기만이 아니라 한국 교육, 미국 교육 등 다양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에요.(이지성)
이번 집필 역시도 드림프로젝트의 일환일 텐데, 현재까지 진행상황은 어떻게 되나요.
감사하게도 제 팬 카페 회원 5만명이 힘을 보태고 있지만, 아직 자금 문제 때문에 많이 힘들어요. 지난해 4월에 시작했으니 이제 딱 1년이 됐죠. 그간 드림프로젝트의 이름으로 동남아시아 저개발국가 4곳에 우물을 팠어요. 그리고 아프리카 짐바브웨이, 캄보디아 앙스에웨이, 필리핀 톤도 세곳에 학교가 세워졌고요. 지금은 아프리카 케냐에 학교 부지를 알아보고 있어요. 어렵지만 향후 10년 내에 100개의 우물을 파고 100개의 학교를 짓겠다는 것이 목표에요.(이지성)
필리핀 쓰레기장 마을에서 목격한 상황은 말로 다 할 수 없겠지만, 그중 가장 뇌리에 남는 기억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부모의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넘어져 먼지가 조금만 묻어도 항균 티슈로 닦잖아요. 그런데 필리핀 쓰레기장 마을은 일단 옷 자체가 없을뿐더러 비가 와야 샤워를 할 수 있어요. 평소에는 그나마도 구정물로 씻죠. 양치는 생각도 못하고요. 그런데 콜라는 마셔요. 물보다 싸니까요. 배가 너무 고프니까 폐사한 닭을 먹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먹고 죽는 경우도 많고요.
쓰레기를 뒤지다가 쇠꼬챙이에 눈이 찔려 실명된 아이도 있고 피부병에 고통 받는 아이를 보면……. 아이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뜻한 바 있어 교육을 하고 또 배워요. 그것도 아주 즐겁게……. 전기도 안들어오는 2평 남짓한 공간에서 8명이 살면서 책도 없이 노트하나로 공부를 했다고 하더군요. 영상을 보고 사진으로 봐도 몰라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에요. 정말 개천에서 용 나듯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한 선생들도 승천하지 않고 다시 자기 같은 용을 만들기 위해 쓰레기장 마을을 떠나지 않은 채 아이들을 가르치는 마음, 스스로 마을을 바꾸겠다는 마음이 너무 강렬하게 느껴졌어요.(김종원)
김종원 작가의 말처럼 필리핀 톤도 교육센터에서 가장 충격적인 감동은 거기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모두 쓰레기장 마을 출신이라는 점이에요.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필리핀 최고 기업에 최고의 연봉을 받을 수 있고, 싱가폴이나 대만,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서 우리나라로 따지면 억대 연봉을 받으며 귀족처럼 살 수 있는 친구들이죠.
그런데 그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쓰레기장 마을로 가서 ‘우리가 변화시킨다’면서 아이들을 가르쳐요. 그것도 그 마을에서 그대로 살면서요. 거기서 제가 굉장히 크게 감동과 도전을 받았어요.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은 ‘공부 잘 해서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였거든요. 물론 훌륭한 지도층도 계시지만 많은 국회의원, 판ㆍ검사, 의사들이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많잖아요. 결국 한 국가를 깨끗하게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에서 나오는데, 이 모든 비밀이 쓰레기장 마을의 학교에 있더라고요.(이지성)
필리핀에서 만난 존경스러운 사람들에게서 배운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 보통 낯선 사람을 잘 따르면 넉살이 좋다고 하는데, 사실 부모에게 애착이 없기 때문이거든요. 필리핀 톤도에서 만난 아이들은 저를 보고 처음에는 머뭇거렸어요. 가까워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죠. 필리핀 교육이 한국보다 나은 것이 이런 애착심이라고 생각해요. 선교사님의 경우 자신의 삶을 다 내려놓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아이들은 그런 삶을 보며 배웠기 때문에 애착심이 강해요. 나중에 커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성공을 뒤로한 채 마을로 돌아오는 선생들도 그런 애착심 때문이라고 생각해요.(김종원)
김숙향 선교사님의 영어 이름이 샤론이거든요. 그곳에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모두 샤론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요. 그게 진짜 교육이거든요. 그들에게 선교사님은 교사이자 부모에요. 우리나라 교실에서도 ‘우리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인간의 길을 걷고 있고 그것을 본받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아름다운 교육을 그래서 꼭 소개하고 싶은 거예요.(이지성)
힘들었던 당시에 나눔에 대해 생각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저는 교회를 다니면서 ‘얼마 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십일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 인생에 자기계발서가 들어왔죠. 자기계발서는 두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쉽게 말해 ‘너혼자 잘먹고 잘 살아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고 다른 것은 ‘어떻게 하면 보다 훌륭한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죠. 저는 후자를 많이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기부와 봉사였어요. 그러다 결국 세뇌가 됐죠(웃음). 무명시절부터 기부와 봉사는 제가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될 것인지에 대한 동기부여였어요.
하지만 이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나서 얼마 동안은 그것을 제 삶에 진정한 길로 인식하지는 못했죠. ‘헌신하는 것은 한 60대 쯤, 지금은 조금 즐기자’가 솔직한 심정이었어요. 그러다가 기아대책을 만나게 됐고 그게 새로운 동기가 됐고요. 사실 두려움도 있었어요. 작가라고 하면 뭔가 멋지고 매력있는 존재여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기부나 봉사를 입에 달고 살면 서당 훈장 같은 느낌이잖아요(웃음). 저나 김 작가나 성인군자는 아니에요. 저희도 나름대로 잘 놀고 매력적으로 잘 살고 있습니다. 오해 안하셨으면 해요(웃음).(이지성)
김종원 작가님의 경우 회사까지 그만두는 결단을 할 정도로 큰 변화가 있으셨는데, 앞으로 삶의 방향은 조금 다르게 흐를 것 같습니다.
필리핀 이야기를 쓰고 앞으로도 경험하면서 배운 것들을 제 아이에게 먼저 테스트를 해보고 싶어요. 그러면서 제 아이도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요. 그것이 진짜 교육임을 증명하고 싶어요. 앞으로 남은 인생동안 아무것도 못한다 해도 그 하나를 이룬다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저서를 통해 인문고전 독서가 개인의 혁명은 물론 국가의 혁명까지도 가능하게 한다고 하셨는데, 꿈을 찾는 젊은 세대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많은 사람들이 ‘인문고전 독서를 잘하는 비결’에 대해 물어봅니다. 그때마다 저는 항상 주변에 있는 지역에서 가장 경제적 사회적으로 열악한 곳을 찾아 봉사를 하라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논어 같은 고전을 가르치라고 하죠. 그러면 인문고전 독서 실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고요. 정말로 그 이상이 없거든요. 우리 팬 카페 회원을 중심으로 현재 전국 각지의 빈민지역에서 인문고전 독서 교육이 진행되고 있어요. 그중 몇몇 회원은 딱 1년이 됐는데 실력이 엄청나게 발전했어요. 제가 15년 정도 혼자 공부한 내공을 이 친구들은 빈민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근접한 거죠. 그런 것을 확인하며 굉장히 놀랐습니다. 역시 인문고전 독서의 본질은 사랑이구나 싶었죠. 인문고전은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가는 사람에게 지혜의 문을 연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어요.(이지성)
예전에 성공을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를 사회적인 영향력 확보라고 하셨는데요. ‘나눔과 봉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셨죠. 지금은 어느 정도 확보 됐다고 보시나요.
그냥 좀 더 도와주셨으면 해요(웃음). 아직 한참 모자랍니다. 정말 저는 갈 길이 멀었어요. 어쩌면 아직 시작도 못한 것 같아요. 제가 들어가고 싶은 큰 집이 있는데 겨우 대문을 조금 연 듯한 느낌이랄까요.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고 해서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하곤 해요. 항상 제 자신에게 채찍질 하고 있는 중이죠.(이지성)
책은 언제쯤 독자들이 볼 수 있을까요. 출간 일정 등을 말씀해주신다면?
집필은 이제 시작단계에 있어요. 7~8월이면 출간이 될 듯 합니다.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라요. 계획하고 있는 기부도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고요. 방송과 언론에서 더 많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하는게 솔직한 바람이에요(웃음).(이지성)
이 책을 읽고 난 학생들이 ‘학교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학교를 다니는 것을 즐거워 할 수 있는 시대 말이죠.(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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