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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바람이 몰고 온 허머스의 인기

허머스(Hummus)란 음식을 처음 먹어 본 것은 오래 전 보스턴의 중동 식당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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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지금보다 어린 나이였고,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접하는 과정 중이라 입에 익숙하지 않은 음식은 한 번 접하고는 다시 찾지 않았다.

 
뉴욕 홀리데이 New York Holiday
주소은 저 | 시공사
도시 여행자들의 로망 뉴욕에서 해야 할 것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뉴욕의 진짜 매력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뉴요커들이 낮과 밤을 어떻게 보내는지 알아야 한다. 8년 동안 뉴욕에서 학생이자 재즈 뮤지션으로 지내며 뉴욕 구석구석을 누빈 저자는 뻔하디뻔한 관광지 일주만 할 것이 아니라 뉴요커들과 함께 앉아 먹고 마시고 즐기는 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뉴욕 여행의 진수라 이야기한다. 그녀가 소개하는 뉴욕의 카페와 브런치 식당, 바, 재즈클럽들은 뉴욕에서의 특별한 휴일을 선사할 것이다.
허머스(Hummus)란 음식을 처음 먹어 본 것은 오래 전 보스턴의 중동 식당에서였다. 당시 지금보다 어린 나이였고,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접하는 과정 중이라 입에 익숙하지 않은 음식은 한 번 접하고는 다시 찾지 않았다. 생소하게만 다가왔던 중동 음식 허머스는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밍밍한 맛의 참으로 볼품없고 초라한 음식이었다. 개성 없던 이 허머스의 존재는 그렇게 한동안 새까맣게 잊혀졌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욕에서 프랑스 친구들의 초대로 하우스 파티를 가게 되었는데, 소박한 파티 음식들 중 베이지색의 허머스가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오랜만에 만나는 음식이라 정체를 파악하느라 잠시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에 프랑스 친구들은 피타(Pita) 브레드를 뜯어 너도나도 모두 허머스를 듬뿍 찍어 먹고 있었다.


뭐야, 저렇게 맛이 있나? 나도 어서 먹어 봐야지,하며 호기심으로 입안에 넣은 허머스는 오래 전에 만났던 밍숭맹숭한 첫 느낌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부드럽고 담백한, 콩 특유의 고소함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커다란 대형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던 허머스는 금세 바닥이 보일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우리의 와인 안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독립 기념일 불꽃놀이 파티를 기다리던 나는 친구들과 함께 맨해튼 강가의 기숙사에서 그렇게 눈과 입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날 이후 슈퍼마켓에서 차갑게 지나치던 허머스 코너를 기웃거리며 어느 브랜드의 허머스가 맛있을까 요리조리 따져가며 나는 허머스의 신도가 되어갔다.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웰빙(Well Being)이란 신조어가 생긴 전후였던 듯싶다. 뉴욕의 식생활은 급격히 건강과 유기농에 열광하며 더욱 더 까다로워지기 시작했다. 이 조류에 맞춰 각광 받은 음식 중 하나가 허머스이다.

크고 작은 슈퍼는 물론 손바닥 만한 동네의 구멍가게 델리에서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허머스의 수요량은 특히나 뉴욕에서 폭발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건강 식품의 최고로 치는 콩이 주원료인데 몸에 좋은 올리브 오일과 비타민C의 보고인 생레몬즙을 넣어 만들어 낸 허머스가 아닌가.

허머스는 중동의 김치라고 불리울 정도로 모든 메뉴에 등장한다. 이 음식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세계 4대 문명 중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을 만날 수 있으니 그 길고 긴 역사가 놀라울 따름이다. 당시 이 지역에서는 농사로 밀과 보리, 면화 등을 재배하였고 소, 양, 염소 등의 가축을 사육했다. 일찍부터 밀을 재배했기 때문에 저장한 밀을 빻고 갈아서 빵을 구워 먹었다고 한다. 초기의 빵은 발효 기술이 없었기에, 거칠고 질겼으며 금방 딱딱해져 버렸다.

그러나 이집트 유적에 의하면 기원전 3,000년경에는 초보 수준이지만 자연 상태로 발효된 빵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발효를 위한 효모의 연구와 발전은 이집트의 제18왕조기(기원전 1567년경)에 들어서면서 거의 현대적 수준에 이를 정도로 완성된 상태였으며, 신들에게 바치는 빵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양도 엄청나게 많았던 것으로 파피루스 기록에도 나타나 있다.

이 수많은 종류의 빵 중에서 피타 브레드(Pita Bread)라 불리는 빵이 있다. 이스트를 넣어 발효시켜 만든 둥글고 납작한 형태이며 반으로 자르면 가운데가 주머니처럼 구멍이 나 있어 속을 채워 먹을 수 있게 아주 실용적인 구조를 지닌 똑똑한 빵이다. 그 모양새가 상상이 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음식에서 흑설탕을 뺀, 반으로 자른 커다란 호떡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이 오랜 역사의 피타 브레드는 빵을 만드는 반죽도 밀가루, 물, 이스트, 소금이 주재료이며, 설탕과 올리브 오일은 만드는 과정에서의 요리사의 옵션이라 한다. 이렇게 자연적인 재료의 혼합으로만 반죽되는 피타 브레드는 꾸미지 않은 소박한 맛,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초절정 순수한 맛이 난다. 그러니 어찌 보면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이 빵에 곁들일 김치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바로 병아리콩(Chick Peas)으로 만든 허머스가 김치 역할을 대신하는 대표 음식으로 탄생한 것이다.

병아리콩은 허머스의 주요 성분이며 10,000년의 긴 역사를 지닌 인류의 오래된 음식 재료 중 하나이다. 올리브 오일, 마늘, 레몬 그리고, 타히니(tahini, 참깨를 갈아서 갠 것) 같은 첨가물 역시 길고 긴 인류와 음식의 역사를 함께 한 식품이니 피타 브레드와 마찬가지로 건강해지는 재료들의 순수 결정체이다. 특히나 터키, 그리스, 키프로스 등의 나라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주요 식품이 되었다.

이렇듯 완전 식품인 허머스의 훌륭함은 미국에서도 일찍이 인정받아 정부에서는 비만 학생의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 허머스를 소개하고 있다 하니 이 음식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어느 정도인지 가히 상상이 간다. 이렇듯 허머스는 이제는 미국 어디서나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마냥 맛을 볼 수 있게 대중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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