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넨
1883년 12월-188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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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먹는 사람들」, 연필, 잉크, 42.5?56.5cm | |
501 1885년 4월 30일경
사랑하는 테오,
생일을 맞아, 늘 건강하고 마음이 평화롭기를 기원한다. 그날까지 「감자 먹는 사람들」을 꼭 보내고 싶었어. 작업은 순조롭지만 아직 완성하지는 못했단다. 완성작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마무리해야 하는데, 대부분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머리와 손을 그리는 데 겨울 전부를 보내고 있어. 이렇게 그려온 며칠은 정말 대단한 격투였어. 그것도 엄청난 열의로 가득 찬 격투. 그래도 가끔, 제대로 안 될까봐 걱정했지. 그러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역시 ‘행동하는 것ㅡ창조하는 것’이야. (중략)
「감자 먹는 사람들」은
황금색 액자에 넣으면 잘 어울릴 거야. 그렇게
확신한다. 게다가 잘 익은 밀의 색조를 짙게 바른 벽 위에 걸어도 잘 어울릴 거야. 그러나 이 그림은 이런
장치 없이 그냥
보여서는 안 돼.
어두운 배경에 걸면 그림의 장점이 온전히 살아날 수
없고, 특히
흐린 배경에 걸어서는 안 돼. 왜냐하면 이 그림이 매우 짙은 회색 실내를 포착했기 때문이야. 실제 광경도 황금색 틀 속에 있는 것 같다고 할 수 있어. 왜냐하면 그림을 보는 사람 가까이 난로가 있고, 그 열기와 불빛이 흰 벽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지. 지금 그것들은 그림 밖에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 불빛이 모든 것을 뒤쪽으로 투사하고 있거든.
다시 말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그림은 짙은 황금색이나 구릿빛의 무엇으로 그 주위를 둘러싸도록
해야만 한다. 네가 이 그림을 그에 걸맞은 방식으로 보고 싶다면, 그 점을 유의해야 해. 금색조와 결합시킴으로써
네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밝음이 부여되고, 불행히도 어두운 색이나 검은색 배경에 둔 경우에
그림을 알 수도 없게 하는 단점도 피할 수도 있지. 그림자는 푸른색으로 칠했기 때문에 금색이 거기에 생기를 부여하는 거야.
어제 나는 그 그림을 들고 에인트호벤에서 유화를 그리는 친구를 찾아갔어. 3일 정도 지나 거기에 다시 가서, 계란 흰자로 그림을 씻고 세부를 완성할 생각이야.
열심히 유화를 공부하면서 좋은 색을 사용하고자 노력하는 그 친구는 이 그림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했어. 내가 이미 석판화로 만든 그림의 습작을 본 그는, 나의 색채와 소묘가 이 정도까지 향상되리라고는 믿지 않았다고 했어. 그 역시 모델을 두고 그리기 때문에 농부의 머리와 손이 어떤지 잘 알고 있어서, 내 그림으로 인해 손의 묘사 방법에 대해서 새로이 이해하게 되었다더군. 즉 나는 램프의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이 사람들이 접시의 감자를 먹는 그 손으로 대지를 팠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어. 따라서 그 그림은
손 노동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들은 자신들이 양식을 정직하게 얻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 나는 우리들 문명화된 인간들의 생활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그림을 그렸어. 따라서 나는 사람들이 그런 이유도 모른 채 감탄하거나 인정하는 것은 전혀 기대하지 않아.
나는 겨우내 이 천의 실을 손에 쥐고, 그 결정적인 모양을 탐구해 왔어. 아직은 거칠고 조잡한 천에 불과하지만, 그 실을 신중하게, 일정한 규칙에 따라 선택했지. 언젠가는 이 그림이
진정한 농촌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거야.
나는 그런 그림이라고 확신해.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보이는 농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에 가장 맞는 것을 찾으면 돼. 나로서는 농민을 조잡한 대로 그리는 쪽이, 그들에게 상투적인 감미로움을 갖게 하는 것보다 길게 보면 더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고 믿어. (중략)
이러한 장르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의 생활이야 늘 그러하기 때문에, 내가 그들보다 안락한 생활을 보내길 바라지는 않아. 그래도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자 하기 때문에, 나 역시 물질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해도, 그 때문에 파멸하거나 침체되지는 않을 거야. 여하튼 말이야.
「감자 먹는 사람들」은 멋지게 완성되리라고 생각해. 너도 알다시피 마지막 며칠은 언제나 위험해. 그림이 완전히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큰 붓으로 손을 대면, 그림을 버릴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야. 그리고 수정은 작은 붓으로 매우 냉정하고 침착하게 해야 해. 나는 그 그림을 친구에게 가져가서 혹시 내가 그림을 망치는 게 아닌지 물어보고, 마지막 손질을 그의 아틀리에서 할 거야.
그 그림에 독창성이 있음을 너는 분명히 알게 될 거야. 안녕, 오늘까지 그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게 유감이야. 거듭 너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빌어. 나를 믿어주고, 악수를.
너의 빈센트
오늘은 아직도 함께 보낼 습작 소품의 작업을 하고 있어. 그 살롱 특집호를 보내주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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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탄장의 두 농부 여인」, 캔버스에 유채, 27.5?36.5c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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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의 식탁 풍경 스케치 | |
해설
「감자 먹는 사람들」은 그때까지의 어떤 농민화와도 달랐다. 빈센트는 농민화가가 되고자 했던 오랜 꿈을 이 그림으로 달성했다. 농민을 그렸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그 자신 또한 매일 노동하는 농민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