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누에넨(1883년 12월-1885년 11월)

생일을 맞아, 늘 건강하고 마음이 평화롭기를 기원한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그날까지 「감자 먹는 사람들」을 꼭 보내고 싶었어. 작업은 순조롭지만 아직 완성하지는 못했단다.

누에넨
1883년 12월-1885년 11월


「감자 먹는 사람들」, 연필, 잉크, 42.5?56.5cm

501 1885년 4월 30일경

사랑하는 테오,

생일을 맞아, 늘 건강하고 마음이 평화롭기를 기원한다. 그날까지 「감자 먹는 사람들」을 꼭 보내고 싶었어. 작업은 순조롭지만 아직 완성하지는 못했단다. 완성작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마무리해야 하는데, 대부분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머리와 손을 그리는 데 겨울 전부를 보내고 있어. 이렇게 그려온 며칠은 정말 대단한 격투였어. 그것도 엄청난 열의로 가득 찬 격투. 그래도 가끔, 제대로 안 될까봐 걱정했지. 그러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역시 ‘행동하는 것ㅡ창조하는 것’이야. (중략)

「감자 먹는 사람들」은 황금색 액자에 넣으면 잘 어울릴 거야. 그렇게 확신한다. 게다가 잘 익은 밀의 색조를 짙게 바른 벽 위에 걸어도 잘 어울릴 거야. 그러나 이 그림은 이런 장치 없이 그냥 보여서는 안 돼. 어두운 배경에 걸면 그림의 장점이 온전히 살아날 수 없고, 특히 흐린 배경에 걸어서는 안 돼. 왜냐하면 이 그림이 매우 짙은 회색 실내를 포착했기 때문이야. 실제 광경도 황금색 틀 속에 있는 것 같다고 할 수 있어. 왜냐하면 그림을 보는 사람 가까이 난로가 있고, 그 열기와 불빛이 흰 벽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지. 지금 그것들은 그림 밖에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 불빛이 모든 것을 뒤쪽으로 투사하고 있거든.

다시 말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그림은 짙은 황금색이나 구릿빛의 무엇으로 그 주위를 둘러싸도록 해야만 한다. 네가 이 그림을 그에 걸맞은 방식으로 보고 싶다면, 그 점을 유의해야 해. 금색조와 결합시킴으로써 네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밝음이 부여되고, 불행히도 어두운 색이나 검은색 배경에 둔 경우에 그림을 알 수도 없게 하는 단점도 피할 수도 있지. 그림자는 푸른색으로 칠했기 때문에 금색이 거기에 생기를 부여하는 거야.

어제 나는 그 그림을 들고 에인트호벤에서 유화를 그리는 친구를 찾아갔어. 3일 정도 지나 거기에 다시 가서, 계란 흰자로 그림을 씻고 세부를 완성할 생각이야.

열심히 유화를 공부하면서 좋은 색을 사용하고자 노력하는 그 친구는 이 그림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했어. 내가 이미 석판화로 만든 그림의 습작을 본 그는, 나의 색채와 소묘가 이 정도까지 향상되리라고는 믿지 않았다고 했어. 그 역시 모델을 두고 그리기 때문에 농부의 머리와 손이 어떤지 잘 알고 있어서, 내 그림으로 인해 손의 묘사 방법에 대해서 새로이 이해하게 되었다더군. 즉 나는 램프의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이 사람들이 접시의 감자를 먹는 그 손으로 대지를 팠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어. 따라서 그 그림은 손 노동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들은 자신들이 양식을 정직하게 얻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 나는 우리들 문명화된 인간들의 생활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그림을 그렸어. 따라서 나는 사람들이 그런 이유도 모른 채 감탄하거나 인정하는 것은 전혀 기대하지 않아.

나는 겨우내 이 천의 실을 손에 쥐고, 그 결정적인 모양을 탐구해 왔어. 아직은 거칠고 조잡한 천에 불과하지만, 그 실을 신중하게, 일정한 규칙에 따라 선택했지. 언젠가는 이 그림이 진정한 농촌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거야. 나는 그런 그림이라고 확신해.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보이는 농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에 가장 맞는 것을 찾으면 돼. 나로서는 농민을 조잡한 대로 그리는 쪽이, 그들에게 상투적인 감미로움을 갖게 하는 것보다 길게 보면 더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고 믿어. (중략)

이러한 장르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의 생활이야 늘 그러하기 때문에, 내가 그들보다 안락한 생활을 보내길 바라지는 않아. 그래도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자 하기 때문에, 나 역시 물질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해도, 그 때문에 파멸하거나 침체되지는 않을 거야. 여하튼 말이야.

「감자 먹는 사람들」은 멋지게 완성되리라고 생각해. 너도 알다시피 마지막 며칠은 언제나 위험해. 그림이 완전히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큰 붓으로 손을 대면, 그림을 버릴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야. 그리고 수정은 작은 붓으로 매우 냉정하고 침착하게 해야 해. 나는 그 그림을 친구에게 가져가서 혹시 내가 그림을 망치는 게 아닌지 물어보고, 마지막 손질을 그의 아틀리에서 할 거야.

그 그림에 독창성이 있음을 너는 분명히 알게 될 거야. 안녕, 오늘까지 그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게 유감이야. 거듭 너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빌어. 나를 믿어주고, 악수를.

너의 빈센트

오늘은 아직도 함께 보낼 습작 소품의 작업을 하고 있어. 그 살롱 특집호를 보내주지 않겠니?

「토탄장의 두 농부 여인」, 캔버스에 유채, 27.5?36.5cm

농가의 식탁 풍경 스케치

해설
「감자 먹는 사람들」은 그때까지의 어떤 농민화와도 달랐다. 빈센트는 농민화가가 되고자 했던 오랜 꿈을 이 그림으로 달성했다. 농민을 그렸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그 자신 또한 매일 노동하는 농민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4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저/<박홍규> 편역26,600원(5% + 2%)

고흐가 동생 테오, 친구 베르나르, 고갱, 라파르트, 부모님, 여동생 빌헬미나 등에게 보낸 편지 중 가장 중요한 125통을 선별하여 실었다. 빈센트 반 고흐를 꾸준히 연구해온 역자는 고흐가 남긴 편지 909통을 일일이 검토하면서 고흐의 진짜 모습이 가장 잘 담겨 있는 편지만을 엄선했다. 또한 '고흐가 쓴 편지를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를 살리는 딥마인드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자의 신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절망과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말인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딥마인드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진솔하게 담았다.

화가들이 전하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

이창용 도슨트와 함께 엿보는 명화 속 사랑의 이야기. 이중섭, 클림트, 에곤 실레, 뭉크, 프리다 칼로 등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남긴 감정을 살펴본다. 화가의 생애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은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필사 열풍은 계속된다

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슈뻘맨과 함께 국어 완전 정복!

유쾌 발랄 슈뻘맨과 함께 국어 능력 레벨 업! 좌충우돌 웃음 가득한 일상 에피소드 속에 숨어 있는 어휘, 맞춤법, 사자성어, 속담 등을 찾으며 국어 지식을 배우는 학습 만화입니다. 숨은 국어 상식을 찾아 보는 정보 페이지와 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초등 국어를 재미있게 정복해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