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궂은 인터뷰] 좋아하는 게 '너무' 많나요? - 『나다운 게 뭔데』
<월간 채널예스> 2022년 11월호 - 김정현 작가의 『나다운 게 뭔데』
『나다운 게 뭔데』를 쓴 콘텐츠 에디터 김정현은 '호모 목록쿠스'다. 좋아 죽는 것들이 너무 많아 혼자 알기 아까워 책을 썼다. 그의 취향을 좇다 보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2022.11.03)
『나다운 게 뭔데』를 쓴 콘텐츠 에디터 김정현은 '호모 목록쿠스'다. 좋아 죽는 것들이 너무 많아 혼자 알기 아까워 책을 썼다. 그의 취향을 좇다 보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다운 게 뭔데?"
프롤로그 앞에 추천사가 먼저 붙었다. 마케팅 전략이었을까?
편집자님의 전략으로 알고 있다. 첫 책을 내는 작가이기에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모두 비슷하면서도 고유한 시선으로 꼼꼼히 읽어주셨다는 게 역력히 묻어나는 글들이어서 마음에 쏙 들었다. 영화 평론가 김도훈 님의 추천사는 짜릿하기까지 했다. '힙스터와 문학 청년 사이를 마구 오가다 자기 연민에 빠져'버리는 에세이가 아닌, '난감하게 정직하고 통쾌하게 솔직'한 남자의 에세이라니! 내가 들을 수 있는, 정말 듣고 싶었던 최고의 찬사다.
원고 청탁은 언제 받았나?
작년 여름에 메일을 받았다. 출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얼떨떨했고, 걱정이 앞섰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나는 내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은 사람이고, 책이야말로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관문이라고 생각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바로 답을 드렸다. 우물쭈물하다 그냥 없던 일로 하자고 할까 봐.
타이틀이 '잡학다식 에디터의 편식 없는 취향 털이'다. 어떤 독자들을 상상하며 글을 썼나?
좋아하는 게 너무 많은 사람들. 프롤로그에도 비슷한 내용을 적었다. 뚜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추앙받는 시대, 자기 자신을 명료하게 파악하는 것이 지상 과제로 회자되곤 한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많은 사람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이 책을 쓰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난 재밌게 살고 싶었고, 마음 가는 대로 따라갔을 뿐인데, 되레 나보고 "뚜렷한 취향이 부럽다" 말해 주는 사람도 있구나. '나다움'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이 지겹고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내 이야기가 하나의 가벼운 레퍼런스가 되길 바란다.
좋아하는 것들은 책에 샅샅이 공개했으니, 사람을 묻자. 이 사람의 취향은 정말 따라잡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패션과 컬처, 라이프 스타일 영역에서 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포엣츠앤펑크스'와 '바이에딧'의 오선희 대표 그리고 스타일링과 비주얼 컨설팅 영역에서 활동하는 박태일 디렉터. 또, 트렌드와는 전혀 상관없이 철저히 자기 관점과 호오를 따라가는 사람이라면, 첫 산문집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를 출간한 김해서 작가를 꼽고 싶다.
어쩌다 당신은 콘텐츠 에디터가 되었을까?
에디터라는 직업에 관한 무지성적 동경, 약소한 재주로 크고 작은 시도를 거듭해 온 추진력, 이 둘의 컬래버레이션 아닐까? 글을 써서 투고하고, 대학생 에디터로 활동하고, 친구들과 직접 독립 잡지를 제작하며 열심히 살던 20대 초반의 김정현 덕분이다. 잘나가는 에디터가 되고 싶은 허세와 동경이 취향에 관한 열정과 호기심을 만나 나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줬다.
지금까지 들었던 칭찬 중에 압도적으로 좋았던 말은 무엇인가?
"사람과 세상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 같다"는 말. 세련된 취향을 가졌다, 힙하고 멋있는 일을 한다 따위의 말보다 나라는 인간의 근본을 짚어준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이 넘친다. 언제든지 공감하고, 감화하고,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
최근 다시 방송을 시작한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도 <유퀴즈>에 출연하고 싶은가? 김정현을 소개하는 방송 타이틀을 상상해 본다면?
당연히 기다린다. 언제든 연락 주시면 튀어 나갈 거다. 어떤 타이틀로 소개될지는 모르겠다. 상관없다. 어떤 키워드가 붙든 나는 즐겁게 입 털 준비가 돼 있다. 그래도 이왕이면 '취향'과 관련한 주제가 나오면 좋겠지?
*김정현 수염을 기르고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다. 오프라인 공간 기반의 브랜드를 가꾸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팀포지티브제로(TPZ)'에서 일한다. 매거진 〈BGM〉 에디터, 디지털 미디어 〈디에디트〉의 객원 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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