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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음영을 가진 매혹적 무드, 울프 앨리스의 Blue Weekend
울프 앨리스(Wolf Alice) <Blue Weekend>
'기타 중심의 록'을 실현했던 울프 앨리스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대형 밴드 반열에 바짝 다가선다. (2021.08.04)
울프 앨리스의 사운드트랙은 다채로운 연출로 가득하다. 2010년에 결성한 이래 초기 소재는 포크풍의 팝이었지만 영국 밴드 시장에 반향을 일으킨 데뷔작 <My Love Is Cool>과 2018년 머큐리상을 수상한 두 번째 정규 앨범에 이르기까지 드림 팝, 슈게이징, 그런지 등 빈티지한 인디 록 사운드를 탁월하게 배합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들의 매력은 이번 음반에서도 효력을 발휘한다. 'Safe from heartbreak'와 'No hard feelings'의 포크적인 질감은 부드러운 멜로디를 편성해 어쿠스틱의 뿌리를 드러냈고 중간에 배열된 야성적인 펑크 록 넘버 'Play the greatest hits'는 전작 'Yuk foo'의 전술을 차용했다. 과거의 기조를 전반적으로 유지하되 확고한 자신감을 선보인 셈이다.
매혹적인 오르간 선율로 관능적인 슈게이징 텍스처를 그려낸 'Feeling myself'와 그런지 사운드를 날카롭게 구현한 'Smile'은 1990년대 초반 유행했던 록 음악을 스타일리시하게 풀어낸다. 그 숨은 주역은 마커스 드라바스의 프로듀싱. 아케이드 파이어, 플로렌스 앤 더 머신 등 굵직한 밴드들과 작업했던 그의 정교함이 이들의 음악을 풍부한 음향으로 세밀하게 가공했다.
모호한 은유 뒤에 감췄던 프론트우먼 엘리 로셀의 개인적인 감정들은 <Blue Weekend>의 가사로 해방된다. LA에서의 경험에 빗댄 'Delicious things'는 혼란스러운 쾌락주의를, 어긋난 관계를 한탄하는 'How can I make it ok?'에서는 씁쓸함을 몽환적인 보컬과 함께 자세하게 읊어낸다. 실생활에서의 불안을 작사로 옮겨 담았던 그의 작법이 밴드 특유의 차가운 카리스마를 더욱 견고하게 다듬으며 뚜렷한 음영을 갖춘 매혹적인 무드를 형성한다.
앞선 두 번의 시험대에서 끌어낸 평단의 호평이 울프 앨리스를 촉망받는 유망주의 궤도에 올려놓았다면 이번 세 번째 앨범은 이들이 취한 강점을 증폭시켰다. 변화무쌍한 사운드의 향연 속에서 완성도와 깊이를 확보한 <Blue Weekend>는 10여 년의 시간 쌓아 올린 도약대 위에서 만개한 역량을 입증했다. 영국이 대대로 자랑해온 '기타 중심의 록'을 실현했던 울프 앨리스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대형 밴드 반열에 바짝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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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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