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수신지가 사랑에 빠진 그림책
[수신지가 사랑에 빠진 그림책] 우리 이제 친구지? 많이 소문내 줘!
<월간 채널예스> 2021년 8월호
작가와의 친분 덕에 신간 『친구의 전설』은 출간되기 조금 전 미리 볼 수 있었습니다. 메일로 보내준 PDF 원고를 읽으며 이번에는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 수십 개가 떠올랐습니다. (2021.08.04)
어제 비가 온 덕에 오늘은 날씨가 쾌청합니다. 저는 방금 샤워를 마치고 시원한 에어컨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책상 위에는 그림책 몇 권과 노트북이 놓여 있습니다. 상쾌한 기분으로 그림책을 뒤적이며 오늘 할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두근두근. 설렙니다. 드디어 사랑하는 이지은 작가의 그림책을 이야기하는 날이 왔습니다! 진작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타이밍이라는 것이 참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기다렸습니다. 신간이 나오기를요. 이왕이면 신간이 나왔을 때 이야기해서 한 분이라도 더 신간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얼마 전 신간이 나왔습니다. 『팥빙수의 전설』의 뒤를 잇는 『친구의 전설』입니다. 이미 보셨나요? 그럼 혹시 눈물을 흘리셨나요? 어느 부분에서요? 거기? 우리 이제 친구지? 그 부분? 네. 저도 그렇습니다.
처음 만난 이지은 작가의 책은 『종이 아빠』였습니다. 인기가 많아 뮤지컬로 만들어지고 가로 30cm가 넘는 큰 책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뒤이어 나온 『할머니 엄마』나 『빨간 열매』도 마찬가지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제 마음을 움직이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내 마음을 건드리고 싶어 하는 것이 느껴져 오히려 모른척하고 싶었다고 할까요?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좋아하는 이야기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네 번째 책 『팥빙수의 전설』부터 저의 사랑이 시작되었답니다. 전작을 생각하며 덤덤히 책을 열어본 제 머릿속에 물음표 수십 개가 떠올랐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재밌어(졌지)???' 한 군데도 불편한 부분이 없는 옷을 입고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봄바람처럼 상쾌하고 소금쟁이처럼 가벼운 느낌이었습니다. 전작들과 분위기가 달라서 그동안 작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아낌없이 쏟아 내었기 때문에 이런 산들바람 같은 이야기를 지을 수 있게 된 것일까? 혼자 짐작해보았습니다.
작가와의 친분 덕에 신간 『친구의 전설』은 출간되기 조금 전 미리 볼 수 있었습니다. 메일로 보내준 PDF 원고를 읽으며 이번에는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 수십 개가 떠올랐습니다. '세상에!!! 너무 좋다!!!' 『친구의 전설』은 『팥빙수 전설』의 프리퀄로 볼 수 있는 이야기로 욕심쟁이 까칠쟁이 눈 호랑이가 민들레를 만나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여러 가지에 놀랐습니다. 첫째는 많은 사람들이 『팥빙수의 전설』을 이미 읽었을 것이라는 그래서 프리퀄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자신감에 놀랐고 두 번째는 동물과 함께 식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신선함에 놀랐습니다. 호랑이의 짝으로 동물이 아닌 민들레를 생각했다는 점과 그래서 두 주인공의 차이를 극대화한 영리함에 놀랐습니다. 게다가 그 둘이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그 점 역시 놀라운 부분입니다. 덩치도 종도 다른 동물과 식물이 어떻게 친구가 되어가는지는 책으로 꼭 확인하기를 바랍니다. 눈 호랑이와 민들레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킬킬대며 읽다가도 마지막 즈음에는 또르르 눈물 한 방울을 흘릴 수 밖에 없게 되는데 (100% 흘립니다) 눈물을 닦으면서 나를 웃겼다 울렸다 하는 작가의 쥐락펴락 스킬에 놀라게 됩니다. 그래, 웃음도 눈물도 다 가지고 가겠다 이거지? 작가의 욕심에 마지막으로 놀랍니다.
여러분은 어떤 작가를 좋아하세요? 그 목록 안에 그림책 작가의 이름도 들어있나요? 다른 장르의 작가에 비해 그림책 작가는 대중의 관심을 덜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유명한 소설가의 신간이 나오면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 작가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어떤 연유로 그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글을 쓰는 하루의 일과는 어떠했는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와 비교해 그림책 작가의 신간 이야기는 잘 드러나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책은 다른 도서에 비해 오랜 기간 꾸준히 팔리는 장점이 있다는 이야기들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는 해갈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긴 시간 공들여 내어 놓은 결과물에 이런저런 많은 피드백을 들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꾸준히 새 작업을 내주는 것이 무척 고마운 일이라고 『친구의 전설』을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친구의 전설』로 저를 한 번 더 행복하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또 다음 책을 기다리겠습니다. 여러분도 최근에 나온 그림책 중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다면 많이 이야기해 주세요. 그럼 우리는 앞으로도 재미있는 새로운 그림책을 계속 만나는 행운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추천기사
관련태그: 예스24, 채널예스, 수신지가사랑에빠진그림책, 추천도서, 도서MD, 월간 채널예스 8월호, 친구의 전설, 그림책
서양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으며, 글과 그림으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많다. 만화책 <3그램>, <며느라기> 등을 펴냈으며, 여러 그림책의 일러스트를 작업했다.
<이지은> 글그림12,600원(10% + 5%)
『팥빙수의 전설』을 잇는 강력하고 치명적인 전설이 찾아왔다! 『팥빙수의 전설』로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팥빙수 열풍을 일으켰던 이지은 작가가 새로운 전설의 문을 열었다.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 한마디로 앙증맞은 위협을 일삼던 눈 호랑이와 시종일관 무덤덤하게 갈 길을 재촉하던 할머니의 케미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