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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재즈 뮤지션의 번뜩임, 존 바티스트의 WE ARE
존 바티스트(Jon Batiste) <WE ARE>
모범적인 재즈 뮤지션의 섬세한 터치, 그리고 그 깊숙이 살아 숨 쉬는 수수한 영혼이 반갑다. 보기 드문 온기와 세대를 관통하는 순수로 뒤숭숭한 나날을 포근하게 다독이는 봄 햇살처럼 따뜻한 음반이다. (2021.04.14)
베테랑 재즈 피아니스트의 손길이 번뜩인다. 당장이라도 박수로 회답하고 싶은 빼어난 연주는 공동의 소통을 끌어내며 재즈의 본질을 닮는다. 미국 CBS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의 밴드 리더이자 픽사 <소울> 사운드 트랙의 작곡가인 존 바티스트의 여덟 번째 정규 음반은 순백한 영혼으로 삶과 그가 한평생 몸 바쳐온 음악을 찬미한다. 정통적 재즈 기반에 가스펠, 소울, 힙합 등의 장르를 폭넓게 포괄하고 충실한 기본기 위 현대성과 조화를 이루는 매끄러운 사운드 스케이프가 더해진 견고한 짜임새의 재즈 앨범이다.
언뜻 <소울> 사운드 트랙의 연장처럼 다가오는 음반은 줄곧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 진행된다. 기술적인 터치를 자아내는 피아노 선율도 누구나 쉽게 반응할 수 있을 만큼 감도가 높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함께 한다'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는 점이다. 풍성한 공간감 대신 가깝게 들리는 사운드로 직관적인 전달에 뜻을 두고, 좌우로 고르게 배치한 세션의 입체적인 합동은 이들의 재즈 공연을 한 자리에서 듣는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거기에 중간중간 떼창과 박수 소리를 동원해 그러한 동시성의 면모를 살리고, 인스트루멘탈 'Movement 11'' 등의 곡으로 절정의 연주 실력을 보여주는 것은 덤. 장르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설계한 밑그림에 빈틈이 없다.
가사의 시선도 자신이 아닌 타자를 향한다. “재즈는 함께하는 것이다 / 혼자이고자 한다면 음악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모 인터뷰에서 한 발언처럼 다수에게 닿을 수 있는 인간적인 내용을 토대로 공감과 위안의 언어를 친절히 선물한다. 첫 트랙 'We are'는 그 대표다. 겹겹이 쌓아 올린 합창으로 '우리는 선택받은 자들이다'라 환희하는 메시지에 삶에 대한 긍정이 깃들고, 발랄한 사랑을 그려낸 'I need you'의 밝은 태도도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베이스를 연주했던 아버지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사랑하라' 말하는 'Tell the truth' 역시 교훈이 깊은 곡이다.
'Boy hood'는 이 모든 무기를 압축한 가장 돋보이는 곡이다. 어린 시절의 회상이라는 주제로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래는 현대적인 트랩 비트 특유의 리듬감을 살리면서도 따사로운 분위기와 임팩트 있는 후렴으로 편안하면서도 중독적인 청취감을 완성한다. 개별 트랙으로서의 존재감이 확실한 곡도 속속 배치한 것이다. 역동적인 그루브에 보컬이 전면으로 튀어나와 있는 'Freedom'의 강렬한 에너지와 존경하는 뮤지션을 예찬하는 'Show me the way'의 음악에 대한 진심이 설득력 있게 피어나는 것도 선명한 보컬 멜로디를 기반으로 튼튼한 만듦새가 뒷받침되는 덕이다.
모범적인 재즈 뮤지션의 섬세한 터치, 그리고 그 깊숙이 살아 숨 쉬는 수수한 영혼이 반갑다. 보기 드문 온기와 세대를 관통하는 순수로 뒤숭숭한 나날을 포근하게 다독이는 봄 햇살처럼 따뜻한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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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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