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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앨범보다 권진아스러운 ‘우리의 방식’

권진아 <우리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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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아의 흔들림 없는 행보는 시대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색다른 감상을 선사한다. (2021.03.17)


최근 여성 뮤지션들의 약진은 주로 인디 신에서 돋보였다. 굵직한 행보를 이어왔던 정밀아와 김사월이 양질의 앨범을 선보였고, 민수, 문선 같은 신인 인디 뮤지션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백지영, 린, 다비치 등 발라더가 주름잡던 2000년대 초, 중반과 달리 지금 음악 신의 흐름은 뒤바뀌고 있다. 이러한 동향 속에서 발라드 음반을 꾸준히 발매하는 권진아의 행보는 유독 돋보인다.

권진아의 중심은 바깥이 아닌 안을 향한다. 세상이 향하고 있는 방향, 대중이 원하는 음악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에 집중한다. 타고난 보편적 음악성이 대중을 사로잡으면서도, 동시에 큰 히트를 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뷔 이래 여러 유행이 스쳐 지나가는 동안에도 고집 있게 자신의 정체성인 발라드와 알앤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결정체는 2019년에 발매한 정규앨범 <나의 모양>.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발라드가 수록곡 대부분을 차지했다. <우리의 방식>은 그 스타일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본인의 색깔을 명확히 짚고자 한다.

조금 더 뚜렷해지고, 조금 더 깊어졌다.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브리티시 록 기반의 '우리의 방식'은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노래한다. '잘 가'는 토이(Toy)가 그랬던 것처럼 장면을 연상시키는 노랫말이 인상 깊다. 안테나 작곡가인 서동환이 편곡을 맡아 매끈하게 다듬어진 웰 메이드 발라드를 완성한다. '어른처럼'의 파트너를 죠지로 택한 것도 탁월하다. 둘의 절제된 알앤비 보컬은 떠나간 사랑에 대한 감정을 담담하게 마주한다.

음반의 의미는 '자생의 능력'에 있다. 소속사의 신뢰를 지지대 삼아 자신의 음악을 마음껏 펼치며, 유행에 올라타지 않고 굳건히 영역을 지킨다는 것이다. 권진아의 흔들림 없는 행보는 시대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색다른 감상을 선사한다. 그만의 방식으로 태어난 <우리의 방식>은 그 어떤 앨범보다도 '권진아스러운' 음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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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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