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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의 영어 스타일] 김연경 선수의 메다꽂는 영어
레바 김의 셀럽의 영어 스타일 1화
스파이크를 내리꽂듯이 요점 중심으로 상대방의 마음에 영어를 때려주는 김연경 선수의 영어 스타일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21.03.02)
평소 유능한 사람도 영어만 하면 사람이 좀 부족해 보이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 사람의 매력이 영어에 가려져서 반도 드러나지 않는 거죠. 유창한 영어실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영어가 내 앞으로 가로막는 장애물은 되지 않길 바라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그게 되는 걸까요? 복잡하고 섬세한 생각들까지 제대로 영어로 바꿔서 이야기하려면 상당한 어휘력이나 문장력이 있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하지만 다행히도 꼭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반갑고도 멋진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영어 롤모델이라고 하면 일부 언어감각이 탁월한 통번역사, 외교관 혹은 해외 교포와 유학파들의 네이티브 같은 영어가 주목을 받았지요. 그런데 최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K팝 스타들과 스포츠인들이 많아지면서 영어 학습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영어 롤모델이 많아졌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스파이크를 내리꽂듯이 요점 중심으로 상대방의 마음에 영어를 때려주는 김연경 선수의 영어 스타일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김연경 선수는 일본, 중국, 터키 등 해외 명문 클럽에서 활동하며 주장까지 맡았습니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모인 팀원들과 경기를 잘 풀어가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내용을 속도감 있게 전달하는 영어 구사가 중요했겠지요. 정확성이 중요한 통번역사도 아니니 그야말로 가성비가 좋은 영어를 구사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녀의 영어 스타일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 유튜브 채널에 올렸더니 그녀의 개성 있는 발음과 자신감에 대한 감탄이 가장 많았습니다.
김연경 선수의 영어 스타일에도 자신감과 솔직함이 그대로 드러나는데요. 해외 언론 기자가 원래 1등을 하던 팀이 3등에 머문 소감을 물었더니, 그녀는 “물론 어제는 속상했다. 하지만 우리는 동메달을 따는 데에 집중했고. 결국 따냈기 때문에 나는 결과에 만족한다” 라고 답합니다.
키워드가 보이시나요?
It was upset(upsetting) yesterday. But we are concentrate(concentrated) about(on) the bronze medal. Finally, we took the bronze medal. So, I am happy for(with) the result.
질문이 들어오면 당황하거나 주저하는 기색도 없이 메다꽂는 영어가 가능한 이유는 뭘까요? 그녀는 어제 패배는 속상한upsetting 일이었지만, 그래도 동메달에 집중했고concentrated, 그래서 해냈으니 결과에 만족happy한다는 세 개의 키워드만 가지고 소통합니다. 시제나 전치사 등의 정확성은 부족하지만 키워드가 정확하기 때문에 무리 없이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는 것이죠.
또, 기자가 남자친구가 있냐며 짓궂은 질문을 하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I don't know what I should say” 라며 멋쩍은 듯 웃습니다.
그러더니 “Let's say no” “없는 걸로 하자” “없는 걸로 하겠다” 라고 답하는데요. 있다고 답한 것도, 없다고 답한 것도 아닌 재치가 멋집니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그녀가 나름의 현명한 판단을 한듯한 답변이지요?
물론 그녀의 문장들에는 조금씩 문법적으로 부족한 점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억지로 잘해 보이려는 노력이 없기 때문에 듣는 사람도 더 편하게 내용에 집중이 되고, 왠지 속이 시원해지는 영어 스타일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겸손이라는 단어가 ‘잘해도 못하는 척’ 하는 것이라고 오해합니다. 겸손humility라는 단어의 어원은 비옥한 토양humus라고 하는데요. 씨앗을 뿌리면 열매를 잘 거두어들이는 땅의 모습이 바로 겸손인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영어를 더 잘해 보이려고 애쓰는 대신 더 멋진 배구 경기를 하기 위한 소통에 집중하는 모습이 진정 겸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녀의 직진 자신감이 매력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 뒤에 숨겨져 있는 겸손한 자세 때문 아닐까요?
김연경 선수는 ‘어제는 (경기에 진 것이) 속상했다’ 라고 할 때, 쉽고 유용한 표현을 쓰는데요. ‘경기’ 혹은 ‘어제’를 주어로 쓰는 대신 it을 사용해서 ‘It was upsetting yesterday’ 이라고 말하면 되죠. upset은 ‘속상한’ 이라는 뜻이고 upsetting은 ‘속상하게 하는’ 이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어떤 일 때문에 속상했을 때, I was upset 혹은 It was upsetting이라고 말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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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형인데 외향형처럼 회화를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원어민처럼 하려다가 자신감을 더 잃어보았다. 사람들을 응원하는 고치기 힘든 습관이 있다. 20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고,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해 영어와 심리를 접목한 유튜브 채널 '일간 <소울영어>'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