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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션, 구원받기 위해 스스로 기록한 일지
빅 션(Big Sean) <Detroit 2>
빅 션 스스로가 구원받기 위해 기록한 일지(日誌)는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을 움직일 확실한 근거가 될 것이다. (2020.10.27)
빅 션은 랩 스타다. 라디오에 출연하는 카니예 웨스트를 무작정 찾아가 열여섯 마디 랩을 뱉으며 데뷔했던 그의 이야기는 곧 모두를 주목시켰다. 그에 호응하듯 빅 션 역시 히트 싱글을 주조하는 능력과 외향적 요소를 앞세우며 새로운 주인공의 탄생을 증명했다. 부족하다고 지적받은 앨범 단위의 완성도도 꾸준히 다듬었고, 2017년 < I Decided >란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상업적 성공, 연애 등 모두가 그의 화려한 사생활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의 이면은 보이는 것과 정확히 반대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겪었던 우울과 불안은 빛나는 그의 모습을 잠식했고 급기야 가해지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짧은 시간 활동을 멈추기에 이르렀다. 치유란 담론 아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빅 션은 2019년 발표한 싱글 'Single again'에서 실마리를 발견했고, 이번 앨범으로 구체적인 해답을 찾는다. 2012년 발매한 믹스테이프의 후속작이자 자신을 낳고, 품어냈던 고향의 이름을 빌려 철저하게 본인만을 담아낸 이기적인 작품. < Detroit 2 >다.
앨범의 진중한 분위기 아래 첫 번째 곡 'Why would I stop?'부터 다섯 번째 'Body language'까지의 가감 없는 드러내기는 강한 흡인력 가지며 청자를 집중시킨다. 'Lucky me'는 단어 그대로의 행운과 반어적 표현으로 인생을 두 갈래로 읽어낸다. 마치 기도를 하듯 경건하게 진행되는 첫 번째 절과 중간지점부터 강한 트랩 사운드로 변모하는 비트 구성을 따라 피치를 올리는 빅 션의 래핑이 절정이다.
역경을 이겨낸 개인의 시선은 더 큰 테마로 나아간다. 소셜 미디어와 왜곡된 정보란 사회적 이슈부터 애인의 유산을 암시하는 등 다양한 상처를 되새기며,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깨달은 삶에 대해 공표하는 'Deep Reverence'이다. 2019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불합리로부터 LA 빈민가를 지킨 닙시 허슬의 목소리를 빌린 다짐은 디트로이트의 거리에 영감을 뿌리며 다시 채색될 빅 션의 청사진이다. 이후 관악 세션과 콰이어 위로 드웰의 보컬이 매력적인 'Everything That's missing'에서 재차 뜻을 밝히며 서사를 이어간다.
에리카 바두, 스티비 원더의 음성을 통해 출신에 대한 애정을 표출한 빅 션은 'Friday night cypher'로 하나의 연대를 만든다. 프로듀서 힛 보이의 주도 아래 펼쳐진 변주 속 에미넴을 비롯한 디트로이트 출신 래퍼들의 외침이 거대하다.
스물한 곡이 수록된 긴 호흡이니만큼 어쩔 수 없지만, 중반부에 느껴지는 피로감은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영 떡과 함께 한 'Respect it', 트래비스 스캇의 'Lithuania'로 이어지는 트랩 넘버의 세련된 소리를 앞세워 노린 반전은 자기과시로 점철된 가사가 앨범의 유기성을 무너뜨리며 실패한다. 다만 이탈한 궤도는 바로 등장하는 'Full circle'로 회복되고 <Detroit 2>가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안정성을 부여한다.
샘플의 선택도 흥미롭다. 마이클 잭슨의 'Human nature'를 기반으로 한 'Don life'는 전자음과 묵직한 베이스의 활용, 무엇보다 릴 웨인의 참여가 더해져 만족스러운 재해석을 끌어낸다. 노 아이디(No I.D.)가 발굴한 1992년 개봉작 <Godzilla vs. Mothra>의 OST는 'The Baddest'의 실험적인 비트로 재탄생한다. 빅 션은 브라스와 잘게 나뉜 하이햇 위로 그려지는 비상식적인 선율과 경쟁하듯 주도권을 주고받으며 앨범 내 긴장을 유지한다. 뚜렷한 주제를 녹여낼 밑바탕을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다.
자신의 치부를 들춰내길 마다하지 않는 점에서 이미 <Detroit 2>는 생동한다. 빅 션 스스로가 구원받기 위해 기록한 일지(日誌)는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을 움직일 확실한 근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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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