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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맥스, 복고, 그 기묘한 기시감
에이바 맥스(Ava Max) <Heaven & Hell>
과거로의 회귀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1980년대를 대변하는 디스코, 펑크(funk) 사운드. (2020.10.13)
과거로의 회귀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Dynamite’, 타이틀부터 과거에 대한 향수를 표현하는 두아 리파의 <Future Nostalgia>,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거머쥐고 여전히 상위권에서 순항 중인 위켄드의 ‘Blinding lights’를 비롯해 2016년 브루노 마스를 그해의 아티스트로 각인한 <24K Magic> 역시 복고를 키워드로 삼는다. 그들이 공통으로 품은 것은 댄스. 그중에서도 1980년대를 대변하는 디스코, 펑크(funk) 사운드다. 종종 댄스 이상의 함의가 있냐는 비아냥(?)을 받기도 하지만 남녀노소 모두의 구미를 당긴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음악 공유 사이트 ‘사운드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에이바 맥스를 확실히 주류화시킨 ‘Sweet but psycho’ 역시 디스코 그러니까 복고를 내세운다. 2018년 발매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역주행을 감행, 올해 초 빌보드 싱글차트 10위에 오르며 시쳇말로 대박을 쳤다. 편안한 선율에 ‘그녀는 사랑스럽지만 사이코 같아’하는 쉬운 가사를 무기로 본인의 인상을 선연히 남겼다. 이후 자그마치 2년에 걸친 예열 끝에 드디어 그가 첫 번째 정규 음반을 들고나왔다.
디스코, 댄스, 복고의 삼박자를 고루 밀어붙인다. 거기에 익히 밝힌 페미니스트로서의 가치관을 녹여 마치 2008년 데뷔 이래 레이디 가가가 그랬던 것처럼 여성의 자긍심을 세우는 메시지를 곳곳에 담았다. 본 조비의 대표곡 ‘You give love a bad name’의 메인 선율이 연상되는 ‘Kings & queens’는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를 전한다. 댄스곡 ‘Naked’, ‘So am I’ ‘역시 진짜 내 모습을 봐라’, ‘부적응자여도 괜찮다’며 노래한다. 일각에서 그를 제의 레이디 가가라 칭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처사.
그러나 지금으로서 위 선배의 아우라가 그에게 허울 좋은 감투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음반 제목이 은유하듯, 천국(Heaven)과 지옥(Hell)으로 콘셉트를 나눠 구성을 잡았지만 양면의 차이가 그리 드러나지 않는다. 분명 튼튼한 후크 라인을 쓰고 2000년대 초 브리트니 스피어스, 그웬 스테파니, 카일리 미노그 더 나아가 마돈나의 잔향을 품고 있지만 그 에너지가 지나치게 반복된다. 뮤지션 찰리 푸스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Tattoo’, 기타와 베이스로 중심을 잡은 ‘OMG what’s happening’이 연달아 디스코를 뽑아내고 이 흐름이 후반부 ‘Who’s laughing now’를 지나 ‘Salt’ 등으로 이어진다. 3분 남짓의 짧은 호흡으로 일관해 음반 단위 청취 및 응집력을 노렸지만 반복되는 기조에 역으로 힘이 빠진다.
앨범의 가운데 놓인 ‘Torn’은 아바의 ‘Gimme! gimme! gimme!’가 아른거린다. 이처럼 작품에는 기묘한 기시감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한쪽만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로 나름의 아이콘을 짜내고 댄스, 복고를 덧대 시작점을 깊게 파긴 했지만 넓은 범위의 리스너를 사로잡기엔 역부족. 치얼 업(Cheer up)을 전파하기엔 앞선 뮤지션들의 퍼포먼스가 워낙 강력했으며 앨범으로 승부를 보기엔 그 알참이 앞서 주목받은 싱글만 못 하다. 집중 조명 후 오랜 늘어짐이 독이 됐다. 내면 혹은 외면으로의 반복이 이어져 결국 흩어져버린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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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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