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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재, 뚜렷한 주관만큼 넓어진 음악적 외연
우원재 < Black Out >
쇼미더머니 이후 급진적으로 달라진 삶의 순간을 짚어내며 자신의 속마음에 대한 충분한 고민으로 낳은 준수한 결과물.(2020.09.15)
< 쇼미더머니 6 >로 한국 힙합 신에 반향을 일으켰던 우원재는 대중성에 크게 개의치 않은 모습을 보여 왔다. 2017년 방송 종영 직후 발매한 '시차'를 통해 차트를 호령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 작업물들은 명백히 자기 세계에 충실하며 급하게 인지도를 좇지 않았다. 첫 미니 앨범이었던 < af > 역시 그러한 정체성의 연장에 있었으나, 가지런한 편곡과 특유의 웅얼거리는 랩의 조화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에 반해 데뷔 3년 만에 나온 첫 정규작 < Black Out >은 그러한 단점을 눈에 띄게 극복한다. 프로듀서 쿄(KHYO)가 매만진 비트는 전과 비교해 화려하고 들쭉날쭉하며, 보다 다채로운 들을 거리를 확보하여 정규작으로서의 에너지를 강하게 피력한다.
확고한 콘셉트가 돋보인다. < Black Out >은 우원재가 유명세 이후 느낀 감정의 순간들을 사진처럼 포착해 개개의 이야기로 풀어낸 복잡다단한 음반이다. 과거 자신과의 단절을 선언하기도, 성공 이후의 삶을 털어놓기도, 반성과 성찰을 담기도 하는 이 일련의 서사에는 유기성이 있다. 초반 'Black out'과 'R.I.P.'에서 '기억 안 나 나의 모습', '어제의 나는 죽었고'라며 옛 자신과 선을 긋고, 중반 재키와이(Jvcki Wai)가 피쳐링한 '칙칙폭폭 Freestyle'로 스웨그를 뽐낸 후 과감한 자기 과시의 '징기스칸'에서는 '난 안 멈추지 번식 / 스쿼트 on my bed'라는 노골적인 문장으로 쾌락적 삶을 토로한다. 각양으로 얽히고설킨 이 테마들이 혼란스러울 법도 하지만, 저마다의 분위기에 맞아떨어지는 비트와 랩 스타일을 활용한 덕에 진행 방향에 흐트러짐이 없다.
이어지는 후반부는 그러한 찰나를 거친 그가 솔직한 감정을 마주하는 대목이다. 미국 투어 중 작업했다는 'Canada'는 여타 트랙과 결이 다른 리얼 세션 기반의 편곡 위 랩이 아닌 노래를 나른하게 읊조린다. 친구 관계에 무심했던 일, 너무 '붕 떠 있던 상태'를 뉘우치며 그에게 소중했던 사소한 것을 되짚고 그게 정말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임을 깨닫는다. 고찰의 시간을 거친 래퍼는 극에 이르러 장중한 무게감의 언어를 뽑아낸다. '착한 사람이 행복하길 빌어 / 못된 사람은 안 못되길 빌어'라 사색하는 'Fever'의 마지막 벌스(Verse)는 그의 내면이 타자를 향한 설득으로 이어져 유독 짙은 잔향을 남긴다.
분명한 서사에 비해 언어 방식은 다소 함축, 추상적이어서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데에 다소 수고가 든다. 그 때문에 언뜻 흐릿한 인상을 남기기도. 그럼에도 작가적인 내용 전개와 멋진 랩을 선보인 'Used to'와 타이거 JK가 중독적인 훅을 심은 'Job'은 단일 트랙으로서도 존재감을 빛내며 음반의 생명력을 구제한다. '칙칙폭폭 Freestyle' 등에서 드러나는 전체적으로 빽빽해진 플로우도 래퍼로서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쇼미더머니 이후 급진적으로 달라진 삶의 순간을 짚어내며 자신의 속마음에 대한 충분한 고민으로 낳은 준수한 결과물. 시작부터 주관이 뚜렷했지만 이제 음악적 외연도 넓어졌다. 확실히, 보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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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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