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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 헐거워진 초심의 나사를 조이다
킬러스(The Killers) < Imploding The Mirage >
새천년의 그들을 그리워했을 누군가의 기대를 만족스레 충족한다. 말끔하고 깔끔하며 확실한 노래별 응집력을 지녔다.(2020.09.15)
이리로 보나 저리로 보나 킬러스의 대표곡은 초창기 그룹의 혁신과 같던 등장에 쏠려 있다. 미국 밴드 임에도 듀란 듀란, 뉴 오더 같은 영국 밴드들의 자장 안에서 싹을 틔웠고 여기에 거친 록의 사운드를 가미, 다채로운 장르의 배합을 선보였다. 그 신선한 혼종의 승리는 'Mr. brightside', 'Somebody told me', 'Human'과 같은 대형 히트곡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흥행의 중심은 다름 아닌 댄스. 무대 위에서 관객의 왼발 오른발을 당차게 지휘하는 보컬 브랜든 플라워스의 창법과 이쪽저쪽 찌르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할 키보드 라인이 뒤섞여 매혹적인 복고의 대향연을 이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 3집 < Day & Age >(2008) 이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논하긴 힘들다. 물론 이후 발매한 < Battle Born >(2012), < Wonderful Wonderful >(2017) 역시 '영국'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고 특히 후자의 정규 5집은 데뷔 이래 최초로 미국의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지만 싱글 단위의 화력은 부족했다. 표면 아래 묻어 놨던 음악성을 꺼내 올려 분위기는 점차 무거워졌고 때문에 기존 '킬러스'의 킬링 포인트가 무뎌졌던 것이다. 계속해서 앞을 향해 노를 저었지만 함께 항해하는 사공이 부족하니 힘이 풀릴 수밖에 없었다.
3년 만에 발표한 6번째 정규 작은 초심으로 돌아가 헐거워진 나사를 다시 조인다. 글로켄슈필, 오르간의 맑은소리를 가미하고 부유하는 엠비언트로 시작해 명랑하고 유쾌히 포문을 여는 'My own soul's warning'부터 지향은 확실하다. 백 투 더 글로리(Glory)! 앨범의 면면에는 데뷔작 < Hot Fuss >(2004)를 시작으로 < Day & Age >로 이륙한 킬러스의 대중 감각이 꽉 채워져 있다. 10개의 단정한 수록곡 사이 디스코에 사이키델릭한 무드를 녹여낸 'Fire in bone'을 작품의 허리에 배치, 나름의 무게 중심도 갖췄다.
레코딩에 참여하지 않은 기타 데이브 큐닝의 빈자리는 훌륭한 외부 조력자에 의해 상쇄된다. 대다수 곡의 핵심을 신시사이저가 견인했다면 'Caution'에선 그 호흡을 일렉트릭 기타가 받는다. 연주자는 바로 플리트우드 맥의 기타리스트 린지 버킹험. 후반부 그의 솔로 라인이 시원한 쾌감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Human'의 레트로 질감을 닮은 'Dying breed',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와이즈 블러드(Weyes Blood)의 가창이 풍부함을 살려주는 'My god' 등 앨범에는 쾌락이 가득하다. 부모에 대한 사랑을 백파이프와 호른의 웅장함으로 꾸려낸 'Lightning Fields' 또한 튼튼히 제 역할을 다한다.
새천년의 그들을 그리워했을 누군가의 기대를 만족스레 충족한다. 말끔하고 깔끔하며 확실한 노래별 응집력을 지녔다. 일정 부분 브랜든 플라워스의 짙은 기세가 반복되긴 하지만 이 관용적인 패턴이 단순 소재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 자체의 본심과 본질을 뚜렷이 잡고 튼튼하게 밀고 나가는 음반. 먼 길을 지나 오랜 만에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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